[글로벌24 오늘의 픽] ‘정치와 코미디’

입력 2019.04.01 (20:39) 수정 2019.04.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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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와 코미디' 입니다.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이 현재 1위 후보거든요.

바로 이 인물!

41살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어제(31일) 5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무려 40명에 가까운 후보가 출마했는데요.

재선에 나선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 세 번째로 대선에 도전하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그리고 인기 코미디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3파전이었습니다.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30.38%, 포로셴코가 16.38%의 득표율로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지만, 출구조사 1위인 젤렌스키 후보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소감 한 번 들어보실까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 : "농담처럼 표를 던지지 않은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감사드립니다."]

[앵커]

소감에서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게 엿보이네요?

정치 신인이 갑자기 출구조사 1위를 차지할 만큼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투표라는 건 마음이 가는 후보에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주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 속을 젤렌스키가 어떻게 흔들었나 보실까요?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정치 풍자 드라마 '인민의 봉사자'입니다.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패한 정권에 열변을 토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폭발적 인기 속에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젤렌스키가 주인공이었는데요.

드라마 한 부분 보시죠.

['인민의 봉사자' 중 한 장면 : "어째서 교사 월급으론 키예프의 초라한 아파트에서도 살 수 없는 거지? 너희들이 호화 저택에서 도우미들과 사는 동안에 말이야!"]

극 중에서 부패한 정부와 정치를 조롱하던 젤렌스키는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 출마해 출구조사에서 선두까지 차지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억만장자 출신인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측근 부패와 비리로 곤경에 처해 있었거든요.

[앵커]

썩은 정치 바꿔보자... 그런거네요?

그래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데 바로 대통령까지 가는 건 국민 입장에서 좀 불안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얼마 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머지 않아 코미디언들이 세상을 지배하리라" 이런 과장된 제목의 기사 핵심은 이렇습니다.

코미디언들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환멸을 공략하는데 유리한 입지"라는 겁니다.

대중에 쉽게 다가간 예로 중남이 국가 과테말라 대통령인 모랄레스가 있는데요.

역시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2015년 당선시 선거구호가 "부패도 안 돼, 도둑놈도 안 돼" 였습니다.

유럽 언론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진지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은 젤렌스키가 "국가의 변화를 열망하며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개혁과 침체된 경제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민 반응 들어보시죠.

[우크라이나 시민 : "유머는 지성의 상징이죠. 우리 정치인 중에 이렇게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41살의 마르얀 세렉도 풍자 전문 코미디언 출신인데요.

역시 기성 정치인들이 행태를 풍자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외신 분석을 보면 "예리한 풍자는 웃음을 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라는 겁니다.

최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정치 뉴스에도 재미와 유머를 추구하는 경향도 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래도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만 국민들이 표를 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기자]

네, 물론 진지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체코 옆에 있는 슬로바키아.

45살의 주사나 카푸토바가 58.3%를 득표해 역대 최연소, 최초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의석 없는 원외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인데요.

카푸토바 역시 환경 운동가 출신의 정치 신인입니다.

당선 이유는 역시 정치권의 부패가 꼽힙니다.

지난해 2월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잔 쿠치악이 슬로바키아 정치인과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다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총리 측근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에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피초 전 총리가 결국 사퇴했습니다.

대중들의 분노 속에 악에 맞서 싸우겠다며 기성 정치권에 도전한 카푸토바가 돌풍을 일으킨거죠.

[주사나 카푸토바/슬로바키아 대통령 당선인 : "포퓰리즘에 굴복하지 않은 것이 행복합니다. 공격적인 어휘없이도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슬로바키아의 선거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젊고 신선한' 정치지도자를 원하는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 신인들에 대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무능한 정치와 부패, 그리고 경제 실정이 겹치면 국민들의 마음이 임계점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정치인들도 무엇이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포인트일지 잘 파악해야겠죠?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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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정치와 코미디’
    • 입력 2019-04-01 20:33:50
    • 수정2019-04-01 20:59:02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의 키워드는 '정치와 코미디' 입니다.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이 현재 1위 후보거든요.

바로 이 인물!

41살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어제(31일) 5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무려 40명에 가까운 후보가 출마했는데요.

재선에 나선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 세 번째로 대선에 도전하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그리고 인기 코미디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3파전이었습니다.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30.38%, 포로셴코가 16.38%의 득표율로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지만, 출구조사 1위인 젤렌스키 후보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소감 한 번 들어보실까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 : "농담처럼 표를 던지지 않은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감사드립니다."]

[앵커]

소감에서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게 엿보이네요?

정치 신인이 갑자기 출구조사 1위를 차지할 만큼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투표라는 건 마음이 가는 후보에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주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 속을 젤렌스키가 어떻게 흔들었나 보실까요?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정치 풍자 드라마 '인민의 봉사자'입니다.

평범한 역사 교사가 부패한 정권에 열변을 토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폭발적 인기 속에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젤렌스키가 주인공이었는데요.

드라마 한 부분 보시죠.

['인민의 봉사자' 중 한 장면 : "어째서 교사 월급으론 키예프의 초라한 아파트에서도 살 수 없는 거지? 너희들이 호화 저택에서 도우미들과 사는 동안에 말이야!"]

극 중에서 부패한 정부와 정치를 조롱하던 젤렌스키는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 출마해 출구조사에서 선두까지 차지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억만장자 출신인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측근 부패와 비리로 곤경에 처해 있었거든요.

[앵커]

썩은 정치 바꿔보자... 그런거네요?

그래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데 바로 대통령까지 가는 건 국민 입장에서 좀 불안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얼마 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머지 않아 코미디언들이 세상을 지배하리라" 이런 과장된 제목의 기사 핵심은 이렇습니다.

코미디언들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환멸을 공략하는데 유리한 입지"라는 겁니다.

대중에 쉽게 다가간 예로 중남이 국가 과테말라 대통령인 모랄레스가 있는데요.

역시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2015년 당선시 선거구호가 "부패도 안 돼, 도둑놈도 안 돼" 였습니다.

유럽 언론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진지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은 젤렌스키가 "국가의 변화를 열망하며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개혁과 침체된 경제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민 반응 들어보시죠.

[우크라이나 시민 : "유머는 지성의 상징이죠. 우리 정치인 중에 이렇게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41살의 마르얀 세렉도 풍자 전문 코미디언 출신인데요.

역시 기성 정치인들이 행태를 풍자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외신 분석을 보면 "예리한 풍자는 웃음을 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라는 겁니다.

최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정치 뉴스에도 재미와 유머를 추구하는 경향도 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래도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만 국민들이 표를 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기자]

네, 물론 진지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체코 옆에 있는 슬로바키아.

45살의 주사나 카푸토바가 58.3%를 득표해 역대 최연소, 최초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의석 없는 원외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인데요.

카푸토바 역시 환경 운동가 출신의 정치 신인입니다.

당선 이유는 역시 정치권의 부패가 꼽힙니다.

지난해 2월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잔 쿠치악이 슬로바키아 정치인과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다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총리 측근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에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피초 전 총리가 결국 사퇴했습니다.

대중들의 분노 속에 악에 맞서 싸우겠다며 기성 정치권에 도전한 카푸토바가 돌풍을 일으킨거죠.

[주사나 카푸토바/슬로바키아 대통령 당선인 : "포퓰리즘에 굴복하지 않은 것이 행복합니다. 공격적인 어휘없이도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슬로바키아의 선거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젊고 신선한' 정치지도자를 원하는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 신인들에 대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무능한 정치와 부패, 그리고 경제 실정이 겹치면 국민들의 마음이 임계점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정치인들도 무엇이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포인트일지 잘 파악해야겠죠?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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