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두 여성의 삶…법원도 선처
입력 2019.04.03 (21:54)
수정 2019.04.0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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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해 태백에선 70대 할머니가 수십 년 동안 같이 살던 80대 할머니를 둔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두 할머니는 본처와 후처 관계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권고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했는데, 오늘(3일)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문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0살이 넘은 본처와 한 집에서 50년 넘게 살던 72살 김 모 씨.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들, 딸들은 본처의 자식으로 키워야 했습니다. 2001년 남편이 숨지고, 두 할머니는 갈등이 본격화됐습니다. 본처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산 반면, 김 할머니는 집안일과 생계를 도맡아야 했습니다. 말을 못하니 억울하고 화가 나도 혼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가을 본처가 술에 취해 들어와 잠을 깨우자 김 할머니는 본처를 둔기로 살해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할머니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살인죄 권고형량보다 1년 적은 것입니다. 할머니가 자수를 했고,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적다며 김 할머니 측은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검사와 김 할머니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여인의 엇갈린 삶이 우리 역사가 낳은 비극이라는 데 주목했습니다. 조민혁/춘천지방법원 공보판사/[인터뷰] "피해자 가정의 자녀를 낳아주기 위한 후처로 들어와 살며 기구한 인생을 보낸 사정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여." 승봉철/김 할머니 변호사[녹취] "우리 어머니 세대의 한과 서러움이 약간 좀 배어있는 사건이잖아요. 후처를 들여서 그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고, 가해자 할머니는 (자녀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지 못했고." 자녀와 친족들은 형을 마치는 대로 홀로 남은 김 할머니를 모시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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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구한 두 여성의 삶…법원도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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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03 21:54:50
- 수정2019-04-04 01:15:29

[앵커멘트] 지난해 태백에선 70대 할머니가 수십 년 동안 같이 살던 80대 할머니를 둔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두 할머니는 본처와 후처 관계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권고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했는데, 오늘(3일)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문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0살이 넘은 본처와 한 집에서 50년 넘게 살던 72살 김 모 씨.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들, 딸들은 본처의 자식으로 키워야 했습니다. 2001년 남편이 숨지고, 두 할머니는 갈등이 본격화됐습니다. 본처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산 반면, 김 할머니는 집안일과 생계를 도맡아야 했습니다. 말을 못하니 억울하고 화가 나도 혼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가을 본처가 술에 취해 들어와 잠을 깨우자 김 할머니는 본처를 둔기로 살해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할머니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살인죄 권고형량보다 1년 적은 것입니다. 할머니가 자수를 했고,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적다며 김 할머니 측은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검사와 김 할머니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여인의 엇갈린 삶이 우리 역사가 낳은 비극이라는 데 주목했습니다. 조민혁/춘천지방법원 공보판사/[인터뷰] "피해자 가정의 자녀를 낳아주기 위한 후처로 들어와 살며 기구한 인생을 보낸 사정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여." 승봉철/김 할머니 변호사[녹취] "우리 어머니 세대의 한과 서러움이 약간 좀 배어있는 사건이잖아요. 후처를 들여서 그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고, 가해자 할머니는 (자녀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지 못했고." 자녀와 친족들은 형을 마치는 대로 홀로 남은 김 할머니를 모시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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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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