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친환경’ 내세운 태양광, 오히려 숲 훼손

입력 2019.04.16 (18:07) 수정 2019.04.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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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산비탈마다 여기저기 들어선 태양광 시설들이 눈에 자주 띄는데요.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우지만, 시설을 설치하느라 산림을 훼손해 산사태 등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해결 방안은 없는지 손은혜 기자와 알아봅니다.

손 기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왔죠?

안전상 문제는 없었나요?

[기자]

상당수 태양광 시설들이 임야를 깎아서 설치되기 때문에 산사태같은 사고 위험이 많은 편입니다.

충남 공주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 시설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환경영향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곳입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랫쪽에는 한 복지시설이 위치해 있었는데요.

비가 많이 오면 깎인 산비탈 위로 흙이 흘러내리는 등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복지시설은 태양광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복지시설 측에선 당장 안전의 위협을 느끼니 소송을 안 할 수가 없고, 태양광 사업자 측에선 소송 때문에 시설을 운영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습니다.

몇년 동안 이어진 소송으로 양측 모두 지쳐있었는데, 더 큰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자체는 당시에는 법상 하자가 없으니까 허가를 했던 것이라는 입장이고, 산림청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허가를 내 준 지자체 잘못이지, 산림청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고 문제를 피해갔습니다.

[앵커]

환경 보전을 무시하고 설치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현재까지 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몇개 정도나 되나요?

[기자]

네, 산지 태양광 시설은 전국에 만 5백여 개 가까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전체 태양광 시설의 절반에 달하는 5천 5백여개가 바로 지난 한 해동안 허가를 받았다는 겁니다.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태양광 시설과 관련된 법안을 지난해에 대폭 강화했기 때문인데요.

원래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토지 용도를 임야에서 잡종지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법령이 개정되고부터는 이런 지목 변경을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산지에서 태양광 시설을 이용하고 20년이 지난 이후에는 땅을 원상 복구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법이 확 강화될 거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법의 규제를 받기 전에 미리 허가를 신청하겠다며 많은 사업자들이 몰린 겁니다.

[앵커]

이렇게 너도나도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건 역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겠죠?

[기자]

그렇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목을 변경하면 부동산으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태양광 시설이 친환경적이란 이유로 정부 지원이 많은 편인데,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한전에 전기를 팔면 노후에 꽤 괜찮은 수입원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앵커]

이렇게 산지에 태양광 시설이 많아지면, 문제점이 없을 수 없겠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는 방식으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다보니 우선 산사태 위험이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만 태양광 시설로 인해 다섯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훼손되는 산림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태양광 시설로 훼손된 산림이 모두 2천 4백 헥타르에 달했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을 하겠다며 정부가 설치한 도시숲 규모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정부가 숲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숲을 파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이죠.

[앵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하겠다며 태양광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왔는데, '친환경'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군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자]

환경을 살리겠다며 시작한 정책이 정작 산림을 훼손하는 상황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본래 목적대로 태양광이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에너지가 되려면 태양광 발전 설치 장소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수종/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을 위해서 나무를 베는 것이거든요. 숲에 하는 것보다는 도심지같이 자투리 땅이 많다거나 유휴지가 많은 곳에 오히려 (태양광을) 설치를 해서..."]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 태양광이 좋은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산지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공기를 정화하고 기후 온난화를 막고, 뿌리로 토사를 지탱해가며 자연 재해를 막는 역할들을 나무가 하고 있거든요.

자연이 하는 역할들은 당장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도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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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인트 경제] ‘친환경’ 내세운 태양광, 오히려 숲 훼손
    • 입력 2019-04-16 18:12:35
    • 수정2019-04-17 08: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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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산비탈마다 여기저기 들어선 태양광 시설들이 눈에 자주 띄는데요.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우지만, 시설을 설치하느라 산림을 훼손해 산사태 등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해결 방안은 없는지 손은혜 기자와 알아봅니다.

손 기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왔죠?

안전상 문제는 없었나요?

[기자]

상당수 태양광 시설들이 임야를 깎아서 설치되기 때문에 산사태같은 사고 위험이 많은 편입니다.

충남 공주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 시설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환경영향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곳입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랫쪽에는 한 복지시설이 위치해 있었는데요.

비가 많이 오면 깎인 산비탈 위로 흙이 흘러내리는 등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복지시설은 태양광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복지시설 측에선 당장 안전의 위협을 느끼니 소송을 안 할 수가 없고, 태양광 사업자 측에선 소송 때문에 시설을 운영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습니다.

몇년 동안 이어진 소송으로 양측 모두 지쳐있었는데, 더 큰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자체는 당시에는 법상 하자가 없으니까 허가를 했던 것이라는 입장이고, 산림청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허가를 내 준 지자체 잘못이지, 산림청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고 문제를 피해갔습니다.

[앵커]

환경 보전을 무시하고 설치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현재까지 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몇개 정도나 되나요?

[기자]

네, 산지 태양광 시설은 전국에 만 5백여 개 가까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전체 태양광 시설의 절반에 달하는 5천 5백여개가 바로 지난 한 해동안 허가를 받았다는 겁니다.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태양광 시설과 관련된 법안을 지난해에 대폭 강화했기 때문인데요.

원래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토지 용도를 임야에서 잡종지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법령이 개정되고부터는 이런 지목 변경을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산지에서 태양광 시설을 이용하고 20년이 지난 이후에는 땅을 원상 복구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법이 확 강화될 거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법의 규제를 받기 전에 미리 허가를 신청하겠다며 많은 사업자들이 몰린 겁니다.

[앵커]

이렇게 너도나도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건 역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겠죠?

[기자]

그렇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목을 변경하면 부동산으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태양광 시설이 친환경적이란 이유로 정부 지원이 많은 편인데,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한전에 전기를 팔면 노후에 꽤 괜찮은 수입원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앵커]

이렇게 산지에 태양광 시설이 많아지면, 문제점이 없을 수 없겠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는 방식으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다보니 우선 산사태 위험이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만 태양광 시설로 인해 다섯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훼손되는 산림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태양광 시설로 훼손된 산림이 모두 2천 4백 헥타르에 달했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을 하겠다며 정부가 설치한 도시숲 규모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정부가 숲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숲을 파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된 것이죠.

[앵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하겠다며 태양광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왔는데, '친환경'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군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자]

환경을 살리겠다며 시작한 정책이 정작 산림을 훼손하는 상황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본래 목적대로 태양광이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에너지가 되려면 태양광 발전 설치 장소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수종/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을 위해서 나무를 베는 것이거든요. 숲에 하는 것보다는 도심지같이 자투리 땅이 많다거나 유휴지가 많은 곳에 오히려 (태양광을) 설치를 해서..."]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 태양광이 좋은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산지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공기를 정화하고 기후 온난화를 막고, 뿌리로 토사를 지탱해가며 자연 재해를 막는 역할들을 나무가 하고 있거든요.

자연이 하는 역할들은 당장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도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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