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일본의 ‘먹방 전략’…자국민도 콧방귀?

[앵커]

지난 12일, 우리나라와 일본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가 후쿠시마산 일본 농수산품 수입 금지와 관련해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요.

그러나 일본은 이른바 '후쿠시마산 먹방'을 선보이며 재차 수입 재개 요청하고 있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조명해 봤습니다.

[리포트]

일본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 맥주, 젤리입니다.

한국 소셜미디어상에서 일본 여행 시 먹지 말아야 할 식품 리스트로 떠돌고 있는 것들인데요.

이 식품들의 원산지와 원재료는 모두 후쿠시마산입니다.

특히 먹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화려한 벚꽃 포장지를 두른 물입니다.

이는 생수가 아닌 후쿠시마 수돗물로 동일본 지역을 돕기 위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몇 해 전부터 원전사고 피해 지역 농수산물의 판매를 돕기 위한 이른바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해오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에 출연해 동일본산 농수산물을 맛있게 한입 베어 뭅니다.

그리곤 동일본과 우리는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며 외칩니다.

["동일본을, 먹어서 응원하자."]

같은 맥락에서 훈남 요리사가 후쿠시마산 음식재료로 요리하는 드라마도 방영됐는데요.

["여름 타요? 입맛이 없어요?"]

재난당한 지역을 위로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후쿠시마산 식품 먹방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매일 먹는다고 주장하며 안전성을 강조해왔습니다.

2014년에는 후쿠시마의 어시장을 찾아 즉석에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가자미구이를 시식했고, 2016년에는 후쿠시마산 쌀과 우유를 매일 먹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엔, 마스크도 방호복도 없이 양복 차림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찾았습니다.

이날도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아랍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또한번 매일 후쿠시마 쌀을 먹고 물도 마신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갔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잇따른 먹방 행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댓글엔 일본인도 안 먹는데 해외에서 팔리겠느냐? 정말 매일 먹느냐? 말뿐인 거 아니냐고 적혀있습니다.

일본 소비자청이 전국 성인남녀 7,0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로는 지난해 식자재 구입 중 후쿠시마산을 구매한 비중이 18%에 그쳤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조차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 먹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세계무역기구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지 관련, 1심의 일본 승소를 뒤집고 한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윤창렬/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 "이번 판정으로 우리의 일본 수입 규제 조치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일본의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이 금지되고 모든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추가 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패소한 일본은 여전히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말 다시 WTO에 항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일본이 항소심에서 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엔 변화가 없습니다. 양자 협상을 통해 제한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를 바랍니다."]

자국민도 먹지 않는 후쿠시마산 농수산품을 한국에서 소비해달라며 먹방을 이어가는 정치인들에 일본 내 여론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