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새로운 일본’의 계기 돼야

입력 2019.05.02 (07:41) 수정 2019.05.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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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주 해설위원]

아키히토 일왕이 선왕으로 물러나고 큰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에 즉위했습니다. 연호도 30년 넘게 이어져온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뀌었습니다. 열흘간의 연휴에 들어간 일본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일본국민들에게 지난 30년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경제불황과 동일본 대지진 등 잊고 싶은 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의 경사를 마냥 축복의 눈길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현재 한일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악화돼있습니다. 멀리 독도영유권부터 최근의 초계기 갈등에 이르기까지 꼬인 매듭들은 풀리지 않은 채 앙금은 더 쌓이고 있습니다. 아베정부가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 평화 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보다 방위비를 더 많이 쓰는 일본이 이렇게 한다면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요동칠 것입니다. 새 일왕은 즉위 소감을 통해 세계평화를 기원했지만 헌법을 지키겠다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즉위 일성으로 평화 헌법 수호의지를 분명히 한 아버지와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는 아름다운 조화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 시대를 맞아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나날들이 일본만이 빛나는 미래라면 평화로운 미래도, 조화로운 미래도 아닐 것입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내년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일본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댑니다. 우리 정부도 대일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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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새로운 일본’의 계기 돼야
    • 입력 2019-05-02 07:59:44
    • 수정2019-05-02 08: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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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주 해설위원]

아키히토 일왕이 선왕으로 물러나고 큰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에 즉위했습니다. 연호도 30년 넘게 이어져온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뀌었습니다. 열흘간의 연휴에 들어간 일본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일본국민들에게 지난 30년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경제불황과 동일본 대지진 등 잊고 싶은 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의 경사를 마냥 축복의 눈길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현재 한일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악화돼있습니다. 멀리 독도영유권부터 최근의 초계기 갈등에 이르기까지 꼬인 매듭들은 풀리지 않은 채 앙금은 더 쌓이고 있습니다. 아베정부가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 평화 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보다 방위비를 더 많이 쓰는 일본이 이렇게 한다면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요동칠 것입니다. 새 일왕은 즉위 소감을 통해 세계평화를 기원했지만 헌법을 지키겠다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즉위 일성으로 평화 헌법 수호의지를 분명히 한 아버지와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는 아름다운 조화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 시대를 맞아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나날들이 일본만이 빛나는 미래라면 평화로운 미래도, 조화로운 미래도 아닐 것입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내년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일본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댑니다. 우리 정부도 대일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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