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쓰레기 떠넘기기

입력 2019.05.07 (20:39) 수정 2019.05.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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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순서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요즘 동남아에 새롭게 산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 산인데요.

화면에 보이는 지역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부근입니다.

숲 한 가운데 쌓여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오늘의 키워드는 '쓰레기 떠넘기기'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쌓여 있는 쓰레기의 상당량은 미국 등에서 보낸 플라스틱 폐기물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랑 항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돼 있다고 합니다.

또 업자들이 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소각하는 바람에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습니다.

[탄 첸힌/현지 환경보호단체 : "톡 쏘는 냄새가 코로 들어와서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지경입니다. 주민들은 이 소각장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데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급기야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언 했고요.

적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고 수출업자와 운송주선업자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된 건가요?

[기자]

네,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은 자국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십 년 간 중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중국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입니다.

[리깐지에/중국 환경부장 : "중국 정부의 새로운 개발 철학을 시행하고 환경과 생태계의 질을 향상하며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중국은 고도성장기에 원자재가 부족해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 해왔는데요.

앞으로 화물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숨겨 들여오려는 행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필리핀, 태국 등 중국 인근 동남아 국가들이 선진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떠안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동남아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중국 쪽에 떠넘기던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그대로 받겠다는 입장인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주로 보낸 국가가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인데요.

필리핀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우리는 캐나다에 전쟁을 선포합니다. 당신들의 쓰레기가 집으로 가니까 준비하고 있으세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를 향해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으면 해변에 그 쓰레기를 퍼부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쓰레기 선적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해왔는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하게 나오자 캐나다 정부는 컨테이너 70여개를 곧 캐나다로 되가져오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자바주에서도 지난해 한 해 동안 호주가 동자바주에 수출한 폐종이가 5만2천t에 달한다며 시민단체들이 수라바야 주재 호주 영사관 앞에서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 수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에 동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잖아요.

[기자]

네, 그런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좀 모아봤는데요.

사진을 한 번 감상해보시죠.

새 한 마리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들입니다.

병뚜껑에서 라이터까지 새 한 마리가 삼켰다기엔 적은 양이 아닌데요.

2009년부터 8년 동안 하와이 근처 미드웨이 섬에서 목격한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사진입니다.

어미새에게 받아먹는 먹이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던 거고 새끼는 이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황폐해지는 지구의 현실을 고발한 겁니다.

[크리스 조던/사진작가 : "우리의 대량 소비행위를 보여주는 여러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그걸 이해할 때, 아마도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겠죠."]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잖아요?

필리핀에서 돌려보낸다던 폐기물 쓰레기 중에 우리나라에서 간 것도 있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을 많이 씁니다.

2016년 기준 연간 1인 평균 98.2kg으로 세계 1위인데요.

미국(97.7kg), 프랑스(73kg) 일본(66.9kg)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진거죠.

CNN이 조명한 우리나라 실태입니다.

경북 의성의 일명 '쓰레기 산'입니다.

각종 폐기물들이 20미터 넘게 쌓여 있습니다.

무려 17만 톤이라고 하는데요.

환경부에선 이렇게 쌓여 있는 쓰레기 산이 전국적으로 2백35군데에 120만톤이라고 합니다.

[폴라 핸콕스/CNN 특파원 : "플라스틱과 건축 폐기물들이 타는 냄새가 아주 불쾌합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를 어느 나라에 보낼 것인가 서로 미루기 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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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쓰레기 떠넘기기
    • 입력 2019-05-07 20:45:02
    • 수정2019-05-07 20:52:28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순서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요즘 동남아에 새롭게 산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 산인데요.

화면에 보이는 지역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부근입니다.

숲 한 가운데 쌓여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오늘의 키워드는 '쓰레기 떠넘기기'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쌓여 있는 쓰레기의 상당량은 미국 등에서 보낸 플라스틱 폐기물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랑 항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돼 있다고 합니다.

또 업자들이 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소각하는 바람에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습니다.

[탄 첸힌/현지 환경보호단체 : "톡 쏘는 냄새가 코로 들어와서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지경입니다. 주민들은 이 소각장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데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급기야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언 했고요.

적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고 수출업자와 운송주선업자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된 건가요?

[기자]

네,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은 자국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십 년 간 중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중국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입니다.

[리깐지에/중국 환경부장 : "중국 정부의 새로운 개발 철학을 시행하고 환경과 생태계의 질을 향상하며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중국은 고도성장기에 원자재가 부족해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 해왔는데요.

앞으로 화물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숨겨 들여오려는 행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필리핀, 태국 등 중국 인근 동남아 국가들이 선진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떠안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동남아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중국 쪽에 떠넘기던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그대로 받겠다는 입장인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주로 보낸 국가가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인데요.

필리핀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우리는 캐나다에 전쟁을 선포합니다. 당신들의 쓰레기가 집으로 가니까 준비하고 있으세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를 향해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으면 해변에 그 쓰레기를 퍼부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쓰레기 선적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해왔는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하게 나오자 캐나다 정부는 컨테이너 70여개를 곧 캐나다로 되가져오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자바주에서도 지난해 한 해 동안 호주가 동자바주에 수출한 폐종이가 5만2천t에 달한다며 시민단체들이 수라바야 주재 호주 영사관 앞에서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 수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에 동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잖아요.

[기자]

네, 그런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좀 모아봤는데요.

사진을 한 번 감상해보시죠.

새 한 마리의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들입니다.

병뚜껑에서 라이터까지 새 한 마리가 삼켰다기엔 적은 양이 아닌데요.

2009년부터 8년 동안 하와이 근처 미드웨이 섬에서 목격한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사진입니다.

어미새에게 받아먹는 먹이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던 거고 새끼는 이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황폐해지는 지구의 현실을 고발한 겁니다.

[크리스 조던/사진작가 : "우리의 대량 소비행위를 보여주는 여러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그걸 이해할 때, 아마도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겠죠."]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잖아요?

필리핀에서 돌려보낸다던 폐기물 쓰레기 중에 우리나라에서 간 것도 있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을 많이 씁니다.

2016년 기준 연간 1인 평균 98.2kg으로 세계 1위인데요.

미국(97.7kg), 프랑스(73kg) 일본(66.9kg)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진거죠.

CNN이 조명한 우리나라 실태입니다.

경북 의성의 일명 '쓰레기 산'입니다.

각종 폐기물들이 20미터 넘게 쌓여 있습니다.

무려 17만 톤이라고 하는데요.

환경부에선 이렇게 쌓여 있는 쓰레기 산이 전국적으로 2백35군데에 120만톤이라고 합니다.

[폴라 핸콕스/CNN 특파원 : "플라스틱과 건축 폐기물들이 타는 냄새가 아주 불쾌합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를 어느 나라에 보낼 것인가 서로 미루기 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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