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10년 만의 칸 방문, 벅차고 영광스럽다”

입력 2019.05.23 (07:06) 수정 2019.05.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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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의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송강호가 가난한 가족의 가장 기택을, 이선균이 부자 가족의 가장 박 사장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22일(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두 배우를 만났다.

2009년 '박쥐' 이후 10년 만에 칸을 찾은 송강호는 "세계 최고의 영화들이 모이는 곳에서 '기생충'을 봉준호 감독과 세계 영화인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벅차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균은 "칸에 도착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좋은 칭찬을 받는 느낌이다"며 "한국관객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전날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된 '기생충'은 이례적일 정도의 호평을 받았다.

"저는 관객들이 영화 중간에 박수를 보낼줄은 몰랐어요."(이선균)

"저는 관객들이 손뼉치며 좋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다 같이 크게 칠 줄은 몰랐죠. 왜냐면 저도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서 손뼉 치면서 좋아했거든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죠.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박수는 힘들잖아요. 나오기 어려운 반응이라 깜짝 놀랐죠."(송강호)

영화에서는 '계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예고편에서 기택이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배우는 이 '계획'이 "꿈이나 희망보다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가 처음에는 웃겼지만, 다시 들으니 '너는 꿈이 있구나' 이 말로 들리더라고요."(이선균)

"기택네 가족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 상황만이 중요하니까 '계획'을 말하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현실적인 절박함이 담긴 대사죠. 특히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대로 안 된다'는 기택의 대사가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중년의 자조적 모습 같아 슬펐습니다."(송강호)

영화 속에서 기택네와 박 사장네 가족이 얽히며 두 가장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다"고 자랑했다. 그 호흡을 자랑하듯 인터뷰 도중 송강호가 이선균의 눈가에 붙은 티끌을 떼어주고 이선균은 보답하듯 송강호 옷의 먼지를 털어주며 웃었다.

두 배우는 '봉테일'이라고도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특별한 디렉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에도 그랬듯, 항상 촬영 전 전화를 해서 배우와 개별 면담을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헤어지면 촬영 전까지의 며칠은 배우로서는 상당히 고통스럽죠. 촬영 중간쯤 만약 이런 전화를 받으면 더 불안합니다. (웃음) 기분 좋은 불안함이랄까요. 며칠 동안 고민하고 촬영 날이 되면 결과가 좋게 나오거든요."(송강호)

"봉 감독님은 매우 효율적으로 찍으시더라고요. 머릿속에 정확한 콘티가 있어서 마치 광고를 찍는 느낌이기도 했어요. 이번 박 사장 역할이 캐릭터를 처음에 구축해야 하는 인물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공간이나 의상, 설정, 소품까지 완벽하게 해주셨어요."(이선균)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때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봉 감독은 유머러스합니다. 환경은 좀 달라졌죠. '살인의 추억' 당시에는 감독 입장에서는 시간적 제약도 없고 지금보다 자유로웠으니까요. 지금은 하루의 분량을 하루에 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이 더 완벽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의 느낌으로 '기생충'을 보면 그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기생충'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예술적이거나 작가주의적 느낌이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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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10년 만의 칸 방문, 벅차고 영광스럽다”
    • 입력 2019-05-23 07:06:43
    • 수정2019-05-23 07:09:52
    연합뉴스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의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송강호가 가난한 가족의 가장 기택을, 이선균이 부자 가족의 가장 박 사장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22일(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두 배우를 만났다.

2009년 '박쥐' 이후 10년 만에 칸을 찾은 송강호는 "세계 최고의 영화들이 모이는 곳에서 '기생충'을 봉준호 감독과 세계 영화인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벅차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균은 "칸에 도착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좋은 칭찬을 받는 느낌이다"며 "한국관객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전날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된 '기생충'은 이례적일 정도의 호평을 받았다.

"저는 관객들이 영화 중간에 박수를 보낼줄은 몰랐어요."(이선균)

"저는 관객들이 손뼉치며 좋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다 같이 크게 칠 줄은 몰랐죠. 왜냐면 저도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서 손뼉 치면서 좋아했거든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죠.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박수는 힘들잖아요. 나오기 어려운 반응이라 깜짝 놀랐죠."(송강호)

영화에서는 '계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예고편에서 기택이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배우는 이 '계획'이 "꿈이나 희망보다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가 처음에는 웃겼지만, 다시 들으니 '너는 꿈이 있구나' 이 말로 들리더라고요."(이선균)

"기택네 가족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 상황만이 중요하니까 '계획'을 말하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현실적인 절박함이 담긴 대사죠. 특히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대로 안 된다'는 기택의 대사가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중년의 자조적 모습 같아 슬펐습니다."(송강호)

영화 속에서 기택네와 박 사장네 가족이 얽히며 두 가장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다"고 자랑했다. 그 호흡을 자랑하듯 인터뷰 도중 송강호가 이선균의 눈가에 붙은 티끌을 떼어주고 이선균은 보답하듯 송강호 옷의 먼지를 털어주며 웃었다.

두 배우는 '봉테일'이라고도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특별한 디렉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에도 그랬듯, 항상 촬영 전 전화를 해서 배우와 개별 면담을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헤어지면 촬영 전까지의 며칠은 배우로서는 상당히 고통스럽죠. 촬영 중간쯤 만약 이런 전화를 받으면 더 불안합니다. (웃음) 기분 좋은 불안함이랄까요. 며칠 동안 고민하고 촬영 날이 되면 결과가 좋게 나오거든요."(송강호)

"봉 감독님은 매우 효율적으로 찍으시더라고요. 머릿속에 정확한 콘티가 있어서 마치 광고를 찍는 느낌이기도 했어요. 이번 박 사장 역할이 캐릭터를 처음에 구축해야 하는 인물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공간이나 의상, 설정, 소품까지 완벽하게 해주셨어요."(이선균)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때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봉 감독은 유머러스합니다. 환경은 좀 달라졌죠. '살인의 추억' 당시에는 감독 입장에서는 시간적 제약도 없고 지금보다 자유로웠으니까요. 지금은 하루의 분량을 하루에 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이 더 완벽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의 느낌으로 '기생충'을 보면 그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기생충'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예술적이거나 작가주의적 느낌이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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