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훈의 시사본부] 김훈 “고공노동자 추락사,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는 문제”
입력 2019.05.24 (16:28)
수정 2019.05.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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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매년 300여 명에 가까운 고공 노동자가 떨어져 죽는다는 건 끔찍한 일
-김: 문제 해결은 쉽고 돈도 들지 않아... 문제는 잘못을 내버려 둬 일상화시키는 것
-김: 고위층에서 이 사건 겪었다면 금방 해결됐을 것.. 또한 그들은 노동자 돌아보지 않아
-김: 기본적으로 먹이 피라미드 문제... 책임은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돼
-김: 정부 내년 추락 노동자 100명 줄이는 게 목표, 그럼 내년엔 200명 죽으라는 건가
-김: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어, 입법이나 정책 수단 동원해야
-김: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 이 문제 해결할 수가 없어
-김: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개천 없애야. 더러운 하천 방치하면 안돼
-김: 세월호 이후 여론은 비등했지만, 현실적 성취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해
-김: 노 전 대통령은 희망과 열정이 많지만 울분과 노여움도 많았던 분
-김: 노 전 대통령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듯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금요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24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김훈 작가
▷ 오태훈 :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시죠. 김훈 작가께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이 칼럼 때문이었는데요. 한겨레에 실린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해마다 3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 외벽, 공사장 같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쓰신 칼럼이었습니다. 직접 김훈 작가 전화로 만나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훈 : 김훈입니다.
▷ 오태훈 :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 김훈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먼저 요즘 근황 어떠신지 좀 여쭙겠습니다.
▶ 김훈 : 요즘에 뭐 그냥 미세먼지 마시고 삽니다.
▷ 오태훈 : 아이고, 그러시고.
▶ 김훈 : 우리가 다 마시는 거죠. 또 여름에 덥다 그러니까. 작년여름에 40도였잖아요.
▷ 오태훈 : 아이고, 엄청 더웠습니다.
▶ 김훈 : 이게 다 지구의 위기 때문에 인간의 자업자득이 가져오는 재앙을 당하는 거죠. 여름에 이제 방에서 에어컨 틀고 또 공기청정기까지 틀고 지내야 하니까 참 여름을 맞을 일이 끔찍합니다.
▷ 오태훈 : 근황에 대해서 인간의 자업자득이 낳은 재앙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직접 그 칼럼 말씀부터 좀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목이 <아, 목숨이 낙엽처럼>인데요. 글을 정말 단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심정이 어떠셨는지요.
▶ 김훈 : 아니,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까 1년에 뭐 3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그거를 보고 울화가 치밀고 속이 끓어올라서 그냥 빨리 썼죠. 한 10분 만에 썼어요. 원래 나처럼 초야에 있는 사람은 언사가 좀 과격해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내가 그거를 잘 다스려가면서 썼는데 그렇게 됐군요.
▷ 오태훈 : 칼럼에서 언급하신 한 해에 추락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숫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칼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지요.
▶ 김훈 : 근 3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죠. 정말 견딜 수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그거는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10년이고 20년이고 이거를 안 고치고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을 이제 일상화시켜버려요. 일상화시켜서 우리의 사회는 본래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런 인식에 오게 되면 그때부터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거죠. 왜냐하면 그것이 이제 일반화되고 일상화되니까 지금 미세먼지의 문제도 이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본래 우리는 이런 데서 사는 거다 하는 인식이 만연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해결하기가 어렵죠.
▷ 오태훈 : 그러네요. 우리나라는 항상 맑은 공기, 또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았었는데 봄 되면 이제는 미세먼지는 일상화되어 가고 있네요.
▶ 김훈 : 일상화되고. 우리 지금 하늘에 별이 없잖아요. 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 제기 안 해요, 이제는.
▷ 오태훈 : 앞서서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있다, 잘못된.
▶ 김훈 : 할 수 있는 걸 안 해요. 아니,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 오태훈 : 이런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보면 첫 번째 이유가 부유층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계급적인 관점의 접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할지. 정말 그렇다고 보시는 건지요.
▶ 김훈 : 정말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이런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고위층 인사,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네 자식들을 월급 많이 주고 편안하고 잘나가는 직장에다가 부정 청탁해서 밀어넣고 있잖아요. 그것은 다른 집 자식을 제껴버리는 것이죠.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감 이런 건 정말 큰 거예요. 이런 일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나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주장은 계급적 편견이 아니고 아주 이 사회를 정확히 진단한 것입니다.
▷ 오태훈 : 게다가 두 번째 이유로 경영과 생산 구조의 문제. 그러니까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최근에 김용균법 이래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되기도 했었는데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이해를 해도 될까요?
▶ 김훈 : 그렇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먹이 피라미드의 모든 단계가 지금은 완전히 적대적이에요. 이것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로 되어야 하는데 완전히 적대적이고 이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방식은 결국 약육강식밖에 없는 거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책임은 자꾸만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되고 이런 배경 위에서 그런 너무 끔찍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죠.
▷ 오태훈 : 하지만 뭐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면 원청, 하청의 이러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지적도 나오거든요.
▶ 김훈 : 그것은 유리한 것이죠. 그런데 이 유리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형의 논리로, 유분리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그 문제가 된 비계가 여러 번 관찰해 봤더니 고층 한 20층, 30층에 설치한 비계가 그것이 쇠파이프 두 줄로 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바닥을 깔잖아요. 쇠파이프 두 줄 위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 비계라는 것은 한 구조물이 아니고 건물을 다 지으면 걷어내는 일회용 사용품이에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김훈 : 그러니까 거기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생명을 직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그 비계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건 일회용 구조물이고 그냥 일회용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공사 끝나면 걷어내는 일시적인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이죠.
▷ 오태훈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또 현장 가서도 비계도 직접 보셨다고 하셨는데.
▶ 김훈 :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니까 그리고 그 근로자들을,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바닥이 없는 게 많대요. 그 바닥을 까는 게 무슨 그렇게 돈이 들겠습니까?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그런데 그거를 일회용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오태훈 : 작가님께서 이렇게 공공 노동자들의 추락사에 대해서 글을 쓰신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죽음이 끊임없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그러니까 지금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또 이러한 유의미한 숫자의 사망자가 또 발생할 것이고 이런 죽음이 일상화되고 있는 게 문제. 또 이 진짜 문제를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 김훈 : 그리고 또 뉴스를 봤더니 정부에서 내년에는 추락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여서 한 100명쯤을 줄여보는 게 목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책적 목표가. 그러면 내년에는 200명 죽으라는 이야기죠. 그렇죠?
▷ 오태훈 : 아이고.
▶ 김훈 : 그러면 이것은 물론 그런 정책 목표를 가질 수가 있지만 그것은 내년에 200명이 더 죽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외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서는. 그런데 나는 이거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마음을 먹으면 할 수가 있어요. 마음을 안 먹으면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가 무슨 이거를 압박하든지 무슨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이거를 나는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내일 당장. 그런데 내년에 또 200명? 이거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죠.
▷ 오태훈 : 쓰신 칼럼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보니까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누군가 주셨던데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훈 :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나는 어떤 뛰어난 무슨 정치 지도자가,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하는 솜씨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그런 지도력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좀 그런 사람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 문제와 맞서지 않으면 이것은 해결할 수가 없고 그리고 어떤 자본이라든지 대재벌, 건물 짓는 사람이 대개 재벌들, 자본 대기업이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 대기업 재벌들이 그거는 도덕적 각성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고 내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일이 있기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꼭 쥐어서 그냥 압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입법수단이라든지 행정을 하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간다운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이거는 인간의 선의에 호소해서만은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개천에서 용 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안 돼요.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안 납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그리고 개천을 없애야 해요. 개천을 없앨 생각을 안 하고 그 더러운 개천을 방치해 놓고 거기서 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이것이 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 오태훈 : 말씀을 들어보니까 참 많은 생각과 또 그동안 겪었던 것들에 대한 분노가 지금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라든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께서 스스로 나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김훈 : 아니, 저는 그렇게 뭐 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나같이 초야에 있는 그냥 서생이죠. 그 뉴스를 보다가 너무 속이 끓어올라서 쓴 것이에요. 그런데 그 칼럼을 뭐 사회가 잘 받아들여서 문제 해결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 오태훈 : 그래서 오늘 말씀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저희들이 거기에 더 힘을 좀 보태서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보도록 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저는 막상 생각이 났어요. 칼의 노래 참 좋아했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어제였는데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런 슬로건을 걸었었는데 정말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는 했음에도 정작 우리 삶이 지금 바뀌지 않는다는 부분들이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닌가 싶네요.
▶ 김훈 :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저변이 이렇게 올라오고 국민들의 의식과 그 마음이 이렇게 자꾸 바뀌어 갔는데, 여론도 고조되고.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비등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합니다, 지금까지. 그냥 말과 생각들이 들끓어오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부분은 매우 빈약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늘 하셨는데 노 대통령님은 너무 선한 마음의 바탕을 가지신 분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희망과 열정이 많았고 그 대신 울분과 노여움이 많았어요. 그분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또 공격을 받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게 참 아니, 나로서는 참 난해한 느낌이 들더군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아주 주류로부터 또 소외되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쨌든 마음속에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루신 것보다 이루시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 오태훈 : 사회가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또 더 이상 김훈 작가님께서 이런 분노의 칼럼을 안 쓰시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글로 많이 좀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금요초대석> 작가 김훈 선생님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훈 : 안녕히 계십시오.
▷ 오태훈 : 고맙습니다.
-김: 문제 해결은 쉽고 돈도 들지 않아... 문제는 잘못을 내버려 둬 일상화시키는 것
-김: 고위층에서 이 사건 겪었다면 금방 해결됐을 것.. 또한 그들은 노동자 돌아보지 않아
-김: 기본적으로 먹이 피라미드 문제... 책임은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돼
-김: 정부 내년 추락 노동자 100명 줄이는 게 목표, 그럼 내년엔 200명 죽으라는 건가
-김: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어, 입법이나 정책 수단 동원해야
-김: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 이 문제 해결할 수가 없어
-김: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개천 없애야. 더러운 하천 방치하면 안돼
-김: 세월호 이후 여론은 비등했지만, 현실적 성취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해
-김: 노 전 대통령은 희망과 열정이 많지만 울분과 노여움도 많았던 분
-김: 노 전 대통령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듯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금요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24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김훈 작가
▷ 오태훈 :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시죠. 김훈 작가께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이 칼럼 때문이었는데요. 한겨레에 실린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해마다 3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 외벽, 공사장 같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쓰신 칼럼이었습니다. 직접 김훈 작가 전화로 만나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훈 : 김훈입니다.
▷ 오태훈 :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 김훈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먼저 요즘 근황 어떠신지 좀 여쭙겠습니다.
▶ 김훈 : 요즘에 뭐 그냥 미세먼지 마시고 삽니다.
▷ 오태훈 : 아이고, 그러시고.
▶ 김훈 : 우리가 다 마시는 거죠. 또 여름에 덥다 그러니까. 작년여름에 40도였잖아요.
▷ 오태훈 : 아이고, 엄청 더웠습니다.
▶ 김훈 : 이게 다 지구의 위기 때문에 인간의 자업자득이 가져오는 재앙을 당하는 거죠. 여름에 이제 방에서 에어컨 틀고 또 공기청정기까지 틀고 지내야 하니까 참 여름을 맞을 일이 끔찍합니다.
▷ 오태훈 : 근황에 대해서 인간의 자업자득이 낳은 재앙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직접 그 칼럼 말씀부터 좀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목이 <아, 목숨이 낙엽처럼>인데요. 글을 정말 단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심정이 어떠셨는지요.
▶ 김훈 : 아니,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까 1년에 뭐 3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그거를 보고 울화가 치밀고 속이 끓어올라서 그냥 빨리 썼죠. 한 10분 만에 썼어요. 원래 나처럼 초야에 있는 사람은 언사가 좀 과격해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내가 그거를 잘 다스려가면서 썼는데 그렇게 됐군요.
▷ 오태훈 : 칼럼에서 언급하신 한 해에 추락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숫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칼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지요.
▶ 김훈 : 근 3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죠. 정말 견딜 수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그거는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10년이고 20년이고 이거를 안 고치고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을 이제 일상화시켜버려요. 일상화시켜서 우리의 사회는 본래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런 인식에 오게 되면 그때부터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거죠. 왜냐하면 그것이 이제 일반화되고 일상화되니까 지금 미세먼지의 문제도 이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본래 우리는 이런 데서 사는 거다 하는 인식이 만연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해결하기가 어렵죠.
▷ 오태훈 : 그러네요. 우리나라는 항상 맑은 공기, 또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았었는데 봄 되면 이제는 미세먼지는 일상화되어 가고 있네요.
▶ 김훈 : 일상화되고. 우리 지금 하늘에 별이 없잖아요. 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 제기 안 해요, 이제는.
▷ 오태훈 : 앞서서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있다, 잘못된.
▶ 김훈 : 할 수 있는 걸 안 해요. 아니,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 오태훈 : 이런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보면 첫 번째 이유가 부유층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계급적인 관점의 접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할지. 정말 그렇다고 보시는 건지요.
▶ 김훈 : 정말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이런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고위층 인사,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네 자식들을 월급 많이 주고 편안하고 잘나가는 직장에다가 부정 청탁해서 밀어넣고 있잖아요. 그것은 다른 집 자식을 제껴버리는 것이죠.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감 이런 건 정말 큰 거예요. 이런 일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나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주장은 계급적 편견이 아니고 아주 이 사회를 정확히 진단한 것입니다.
▷ 오태훈 : 게다가 두 번째 이유로 경영과 생산 구조의 문제. 그러니까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최근에 김용균법 이래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되기도 했었는데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이해를 해도 될까요?
▶ 김훈 : 그렇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먹이 피라미드의 모든 단계가 지금은 완전히 적대적이에요. 이것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로 되어야 하는데 완전히 적대적이고 이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방식은 결국 약육강식밖에 없는 거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책임은 자꾸만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되고 이런 배경 위에서 그런 너무 끔찍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죠.
▷ 오태훈 : 하지만 뭐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면 원청, 하청의 이러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지적도 나오거든요.
▶ 김훈 : 그것은 유리한 것이죠. 그런데 이 유리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형의 논리로, 유분리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그 문제가 된 비계가 여러 번 관찰해 봤더니 고층 한 20층, 30층에 설치한 비계가 그것이 쇠파이프 두 줄로 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바닥을 깔잖아요. 쇠파이프 두 줄 위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 비계라는 것은 한 구조물이 아니고 건물을 다 지으면 걷어내는 일회용 사용품이에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김훈 : 그러니까 거기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생명을 직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그 비계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건 일회용 구조물이고 그냥 일회용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공사 끝나면 걷어내는 일시적인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이죠.
▷ 오태훈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또 현장 가서도 비계도 직접 보셨다고 하셨는데.
▶ 김훈 :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니까 그리고 그 근로자들을,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바닥이 없는 게 많대요. 그 바닥을 까는 게 무슨 그렇게 돈이 들겠습니까?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그런데 그거를 일회용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오태훈 : 작가님께서 이렇게 공공 노동자들의 추락사에 대해서 글을 쓰신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죽음이 끊임없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그러니까 지금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또 이러한 유의미한 숫자의 사망자가 또 발생할 것이고 이런 죽음이 일상화되고 있는 게 문제. 또 이 진짜 문제를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 김훈 : 그리고 또 뉴스를 봤더니 정부에서 내년에는 추락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여서 한 100명쯤을 줄여보는 게 목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책적 목표가. 그러면 내년에는 200명 죽으라는 이야기죠. 그렇죠?
▷ 오태훈 : 아이고.
▶ 김훈 : 그러면 이것은 물론 그런 정책 목표를 가질 수가 있지만 그것은 내년에 200명이 더 죽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외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서는. 그런데 나는 이거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마음을 먹으면 할 수가 있어요. 마음을 안 먹으면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가 무슨 이거를 압박하든지 무슨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이거를 나는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내일 당장. 그런데 내년에 또 200명? 이거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죠.
▷ 오태훈 : 쓰신 칼럼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보니까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누군가 주셨던데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훈 :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나는 어떤 뛰어난 무슨 정치 지도자가,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하는 솜씨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그런 지도력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좀 그런 사람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 문제와 맞서지 않으면 이것은 해결할 수가 없고 그리고 어떤 자본이라든지 대재벌, 건물 짓는 사람이 대개 재벌들, 자본 대기업이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 대기업 재벌들이 그거는 도덕적 각성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고 내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일이 있기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꼭 쥐어서 그냥 압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입법수단이라든지 행정을 하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간다운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이거는 인간의 선의에 호소해서만은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개천에서 용 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안 돼요.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안 납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그리고 개천을 없애야 해요. 개천을 없앨 생각을 안 하고 그 더러운 개천을 방치해 놓고 거기서 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이것이 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 오태훈 : 말씀을 들어보니까 참 많은 생각과 또 그동안 겪었던 것들에 대한 분노가 지금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라든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께서 스스로 나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김훈 : 아니, 저는 그렇게 뭐 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나같이 초야에 있는 그냥 서생이죠. 그 뉴스를 보다가 너무 속이 끓어올라서 쓴 것이에요. 그런데 그 칼럼을 뭐 사회가 잘 받아들여서 문제 해결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 오태훈 : 그래서 오늘 말씀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저희들이 거기에 더 힘을 좀 보태서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보도록 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저는 막상 생각이 났어요. 칼의 노래 참 좋아했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어제였는데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런 슬로건을 걸었었는데 정말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는 했음에도 정작 우리 삶이 지금 바뀌지 않는다는 부분들이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닌가 싶네요.
▶ 김훈 :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저변이 이렇게 올라오고 국민들의 의식과 그 마음이 이렇게 자꾸 바뀌어 갔는데, 여론도 고조되고.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비등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합니다, 지금까지. 그냥 말과 생각들이 들끓어오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부분은 매우 빈약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늘 하셨는데 노 대통령님은 너무 선한 마음의 바탕을 가지신 분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희망과 열정이 많았고 그 대신 울분과 노여움이 많았어요. 그분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또 공격을 받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게 참 아니, 나로서는 참 난해한 느낌이 들더군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아주 주류로부터 또 소외되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쨌든 마음속에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루신 것보다 이루시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 오태훈 : 사회가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또 더 이상 김훈 작가님께서 이런 분노의 칼럼을 안 쓰시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글로 많이 좀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금요초대석> 작가 김훈 선생님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훈 : 안녕히 계십시오.
▷ 오태훈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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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훈의 시사본부] 김훈 “고공노동자 추락사,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는 문제”
-
- 입력 2019-05-24 16:28:25
- 수정2019-05-24 19:03:36

-김: 매년 300여 명에 가까운 고공 노동자가 떨어져 죽는다는 건 끔찍한 일
-김: 문제 해결은 쉽고 돈도 들지 않아... 문제는 잘못을 내버려 둬 일상화시키는 것
-김: 고위층에서 이 사건 겪었다면 금방 해결됐을 것.. 또한 그들은 노동자 돌아보지 않아
-김: 기본적으로 먹이 피라미드 문제... 책임은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돼
-김: 정부 내년 추락 노동자 100명 줄이는 게 목표, 그럼 내년엔 200명 죽으라는 건가
-김: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어, 입법이나 정책 수단 동원해야
-김: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 이 문제 해결할 수가 없어
-김: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개천 없애야. 더러운 하천 방치하면 안돼
-김: 세월호 이후 여론은 비등했지만, 현실적 성취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해
-김: 노 전 대통령은 희망과 열정이 많지만 울분과 노여움도 많았던 분
-김: 노 전 대통령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듯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금요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24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김훈 작가
▷ 오태훈 :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시죠. 김훈 작가께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이 칼럼 때문이었는데요. 한겨레에 실린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해마다 3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 외벽, 공사장 같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쓰신 칼럼이었습니다. 직접 김훈 작가 전화로 만나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훈 : 김훈입니다.
▷ 오태훈 :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 김훈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먼저 요즘 근황 어떠신지 좀 여쭙겠습니다.
▶ 김훈 : 요즘에 뭐 그냥 미세먼지 마시고 삽니다.
▷ 오태훈 : 아이고, 그러시고.
▶ 김훈 : 우리가 다 마시는 거죠. 또 여름에 덥다 그러니까. 작년여름에 40도였잖아요.
▷ 오태훈 : 아이고, 엄청 더웠습니다.
▶ 김훈 : 이게 다 지구의 위기 때문에 인간의 자업자득이 가져오는 재앙을 당하는 거죠. 여름에 이제 방에서 에어컨 틀고 또 공기청정기까지 틀고 지내야 하니까 참 여름을 맞을 일이 끔찍합니다.
▷ 오태훈 : 근황에 대해서 인간의 자업자득이 낳은 재앙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직접 그 칼럼 말씀부터 좀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목이 <아, 목숨이 낙엽처럼>인데요. 글을 정말 단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심정이 어떠셨는지요.
▶ 김훈 : 아니,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까 1년에 뭐 3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그거를 보고 울화가 치밀고 속이 끓어올라서 그냥 빨리 썼죠. 한 10분 만에 썼어요. 원래 나처럼 초야에 있는 사람은 언사가 좀 과격해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내가 그거를 잘 다스려가면서 썼는데 그렇게 됐군요.
▷ 오태훈 : 칼럼에서 언급하신 한 해에 추락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숫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칼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지요.
▶ 김훈 : 근 3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죠. 정말 견딜 수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그거는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10년이고 20년이고 이거를 안 고치고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을 이제 일상화시켜버려요. 일상화시켜서 우리의 사회는 본래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런 인식에 오게 되면 그때부터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거죠. 왜냐하면 그것이 이제 일반화되고 일상화되니까 지금 미세먼지의 문제도 이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본래 우리는 이런 데서 사는 거다 하는 인식이 만연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해결하기가 어렵죠.
▷ 오태훈 : 그러네요. 우리나라는 항상 맑은 공기, 또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았었는데 봄 되면 이제는 미세먼지는 일상화되어 가고 있네요.
▶ 김훈 : 일상화되고. 우리 지금 하늘에 별이 없잖아요. 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 제기 안 해요, 이제는.
▷ 오태훈 : 앞서서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있다, 잘못된.
▶ 김훈 : 할 수 있는 걸 안 해요. 아니,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 오태훈 : 이런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보면 첫 번째 이유가 부유층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계급적인 관점의 접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할지. 정말 그렇다고 보시는 건지요.
▶ 김훈 : 정말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이런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고위층 인사,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네 자식들을 월급 많이 주고 편안하고 잘나가는 직장에다가 부정 청탁해서 밀어넣고 있잖아요. 그것은 다른 집 자식을 제껴버리는 것이죠.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감 이런 건 정말 큰 거예요. 이런 일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나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주장은 계급적 편견이 아니고 아주 이 사회를 정확히 진단한 것입니다.
▷ 오태훈 : 게다가 두 번째 이유로 경영과 생산 구조의 문제. 그러니까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최근에 김용균법 이래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되기도 했었는데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이해를 해도 될까요?
▶ 김훈 : 그렇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먹이 피라미드의 모든 단계가 지금은 완전히 적대적이에요. 이것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로 되어야 하는데 완전히 적대적이고 이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방식은 결국 약육강식밖에 없는 거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책임은 자꾸만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되고 이런 배경 위에서 그런 너무 끔찍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죠.
▷ 오태훈 : 하지만 뭐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면 원청, 하청의 이러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지적도 나오거든요.
▶ 김훈 : 그것은 유리한 것이죠. 그런데 이 유리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형의 논리로, 유분리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그 문제가 된 비계가 여러 번 관찰해 봤더니 고층 한 20층, 30층에 설치한 비계가 그것이 쇠파이프 두 줄로 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바닥을 깔잖아요. 쇠파이프 두 줄 위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 비계라는 것은 한 구조물이 아니고 건물을 다 지으면 걷어내는 일회용 사용품이에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김훈 : 그러니까 거기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생명을 직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그 비계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건 일회용 구조물이고 그냥 일회용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공사 끝나면 걷어내는 일시적인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이죠.
▷ 오태훈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또 현장 가서도 비계도 직접 보셨다고 하셨는데.
▶ 김훈 :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니까 그리고 그 근로자들을,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바닥이 없는 게 많대요. 그 바닥을 까는 게 무슨 그렇게 돈이 들겠습니까?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그런데 그거를 일회용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오태훈 : 작가님께서 이렇게 공공 노동자들의 추락사에 대해서 글을 쓰신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죽음이 끊임없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그러니까 지금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또 이러한 유의미한 숫자의 사망자가 또 발생할 것이고 이런 죽음이 일상화되고 있는 게 문제. 또 이 진짜 문제를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 김훈 : 그리고 또 뉴스를 봤더니 정부에서 내년에는 추락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여서 한 100명쯤을 줄여보는 게 목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책적 목표가. 그러면 내년에는 200명 죽으라는 이야기죠. 그렇죠?
▷ 오태훈 : 아이고.
▶ 김훈 : 그러면 이것은 물론 그런 정책 목표를 가질 수가 있지만 그것은 내년에 200명이 더 죽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외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서는. 그런데 나는 이거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마음을 먹으면 할 수가 있어요. 마음을 안 먹으면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가 무슨 이거를 압박하든지 무슨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이거를 나는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내일 당장. 그런데 내년에 또 200명? 이거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죠.
▷ 오태훈 : 쓰신 칼럼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보니까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누군가 주셨던데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훈 :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나는 어떤 뛰어난 무슨 정치 지도자가,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하는 솜씨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그런 지도력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좀 그런 사람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 문제와 맞서지 않으면 이것은 해결할 수가 없고 그리고 어떤 자본이라든지 대재벌, 건물 짓는 사람이 대개 재벌들, 자본 대기업이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 대기업 재벌들이 그거는 도덕적 각성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고 내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일이 있기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꼭 쥐어서 그냥 압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입법수단이라든지 행정을 하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간다운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이거는 인간의 선의에 호소해서만은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개천에서 용 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안 돼요.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안 납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그리고 개천을 없애야 해요. 개천을 없앨 생각을 안 하고 그 더러운 개천을 방치해 놓고 거기서 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이것이 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 오태훈 : 말씀을 들어보니까 참 많은 생각과 또 그동안 겪었던 것들에 대한 분노가 지금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라든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께서 스스로 나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김훈 : 아니, 저는 그렇게 뭐 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나같이 초야에 있는 그냥 서생이죠. 그 뉴스를 보다가 너무 속이 끓어올라서 쓴 것이에요. 그런데 그 칼럼을 뭐 사회가 잘 받아들여서 문제 해결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 오태훈 : 그래서 오늘 말씀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저희들이 거기에 더 힘을 좀 보태서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보도록 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저는 막상 생각이 났어요. 칼의 노래 참 좋아했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어제였는데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런 슬로건을 걸었었는데 정말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는 했음에도 정작 우리 삶이 지금 바뀌지 않는다는 부분들이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닌가 싶네요.
▶ 김훈 :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저변이 이렇게 올라오고 국민들의 의식과 그 마음이 이렇게 자꾸 바뀌어 갔는데, 여론도 고조되고.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비등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합니다, 지금까지. 그냥 말과 생각들이 들끓어오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부분은 매우 빈약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늘 하셨는데 노 대통령님은 너무 선한 마음의 바탕을 가지신 분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희망과 열정이 많았고 그 대신 울분과 노여움이 많았어요. 그분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또 공격을 받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게 참 아니, 나로서는 참 난해한 느낌이 들더군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아주 주류로부터 또 소외되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쨌든 마음속에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루신 것보다 이루시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 오태훈 : 사회가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또 더 이상 김훈 작가님께서 이런 분노의 칼럼을 안 쓰시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글로 많이 좀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금요초대석> 작가 김훈 선생님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훈 : 안녕히 계십시오.
▷ 오태훈 : 고맙습니다.
-김: 문제 해결은 쉽고 돈도 들지 않아... 문제는 잘못을 내버려 둬 일상화시키는 것
-김: 고위층에서 이 사건 겪었다면 금방 해결됐을 것.. 또한 그들은 노동자 돌아보지 않아
-김: 기본적으로 먹이 피라미드 문제... 책임은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돼
-김: 정부 내년 추락 노동자 100명 줄이는 게 목표, 그럼 내년엔 200명 죽으라는 건가
-김: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어, 입법이나 정책 수단 동원해야
-김: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 이 문제 해결할 수가 없어
-김: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개천 없애야. 더러운 하천 방치하면 안돼
-김: 세월호 이후 여론은 비등했지만, 현실적 성취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해
-김: 노 전 대통령은 희망과 열정이 많지만 울분과 노여움도 많았던 분
-김: 노 전 대통령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듯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금요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24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김훈 작가
▷ 오태훈 :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시죠. 김훈 작가께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이 칼럼 때문이었는데요. 한겨레에 실린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해마다 3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 외벽, 공사장 같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쓰신 칼럼이었습니다. 직접 김훈 작가 전화로 만나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훈 : 김훈입니다.
▷ 오태훈 :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 김훈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먼저 요즘 근황 어떠신지 좀 여쭙겠습니다.
▶ 김훈 : 요즘에 뭐 그냥 미세먼지 마시고 삽니다.
▷ 오태훈 : 아이고, 그러시고.
▶ 김훈 : 우리가 다 마시는 거죠. 또 여름에 덥다 그러니까. 작년여름에 40도였잖아요.
▷ 오태훈 : 아이고, 엄청 더웠습니다.
▶ 김훈 : 이게 다 지구의 위기 때문에 인간의 자업자득이 가져오는 재앙을 당하는 거죠. 여름에 이제 방에서 에어컨 틀고 또 공기청정기까지 틀고 지내야 하니까 참 여름을 맞을 일이 끔찍합니다.
▷ 오태훈 : 근황에 대해서 인간의 자업자득이 낳은 재앙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직접 그 칼럼 말씀부터 좀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목이 <아, 목숨이 낙엽처럼>인데요. 글을 정말 단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심정이 어떠셨는지요.
▶ 김훈 : 아니,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까 1년에 뭐 3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그거를 보고 울화가 치밀고 속이 끓어올라서 그냥 빨리 썼죠. 한 10분 만에 썼어요. 원래 나처럼 초야에 있는 사람은 언사가 좀 과격해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내가 그거를 잘 다스려가면서 썼는데 그렇게 됐군요.
▷ 오태훈 : 칼럼에서 언급하신 한 해에 추락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숫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칼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지요.
▶ 김훈 : 근 3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죠. 정말 견딜 수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그거는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10년이고 20년이고 이거를 안 고치고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을 이제 일상화시켜버려요. 일상화시켜서 우리의 사회는 본래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런 인식에 오게 되면 그때부터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거죠. 왜냐하면 그것이 이제 일반화되고 일상화되니까 지금 미세먼지의 문제도 이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본래 우리는 이런 데서 사는 거다 하는 인식이 만연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해결하기가 어렵죠.
▷ 오태훈 : 그러네요. 우리나라는 항상 맑은 공기, 또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았었는데 봄 되면 이제는 미세먼지는 일상화되어 가고 있네요.
▶ 김훈 : 일상화되고. 우리 지금 하늘에 별이 없잖아요. 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 제기 안 해요, 이제는.
▷ 오태훈 : 앞서서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있다, 잘못된.
▶ 김훈 : 할 수 있는 걸 안 해요. 아니,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치지 않아요.
▷ 오태훈 : 이런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보면 첫 번째 이유가 부유층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계급적인 관점의 접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할지. 정말 그렇다고 보시는 건지요.
▶ 김훈 : 정말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이런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고위층 인사,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네 자식들을 월급 많이 주고 편안하고 잘나가는 직장에다가 부정 청탁해서 밀어넣고 있잖아요. 그것은 다른 집 자식을 제껴버리는 것이죠.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감 이런 건 정말 큰 거예요. 이런 일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들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나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주장은 계급적 편견이 아니고 아주 이 사회를 정확히 진단한 것입니다.
▷ 오태훈 : 게다가 두 번째 이유로 경영과 생산 구조의 문제. 그러니까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최근에 김용균법 이래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되기도 했었는데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이해를 해도 될까요?
▶ 김훈 : 그렇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먹이 피라미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먹이 피라미드의 모든 단계가 지금은 완전히 적대적이에요. 이것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로 되어야 하는데 완전히 적대적이고 이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방식은 결국 약육강식밖에 없는 거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책임은 자꾸만 분산되고 이윤은 집중이 되고 이런 배경 위에서 그런 너무 끔찍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죠.
▷ 오태훈 : 하지만 뭐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면 원청, 하청의 이러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지적도 나오거든요.
▶ 김훈 : 그것은 유리한 것이죠. 그런데 이 유리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형의 논리로, 유분리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그 문제가 된 비계가 여러 번 관찰해 봤더니 고층 한 20층, 30층에 설치한 비계가 그것이 쇠파이프 두 줄로 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바닥을 깔잖아요. 쇠파이프 두 줄 위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 비계라는 것은 한 구조물이 아니고 건물을 다 지으면 걷어내는 일회용 사용품이에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김훈 : 그러니까 거기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생명을 직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인식이 없고 그 비계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건 일회용 구조물이고 그냥 일회용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공사 끝나면 걷어내는 일시적인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이죠.
▷ 오태훈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또 현장 가서도 비계도 직접 보셨다고 하셨는데.
▶ 김훈 : 밑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니까 그리고 그 근로자들을,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바닥이 없는 게 많대요. 그 바닥을 까는 게 무슨 그렇게 돈이 들겠습니까?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그런데 그거를 일회용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오태훈 : 작가님께서 이렇게 공공 노동자들의 추락사에 대해서 글을 쓰신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죽음이 끊임없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그러니까 지금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또 이러한 유의미한 숫자의 사망자가 또 발생할 것이고 이런 죽음이 일상화되고 있는 게 문제. 또 이 진짜 문제를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 김훈 : 그리고 또 뉴스를 봤더니 정부에서 내년에는 추락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여서 한 100명쯤을 줄여보는 게 목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책적 목표가. 그러면 내년에는 200명 죽으라는 이야기죠. 그렇죠?
▷ 오태훈 : 아이고.
▶ 김훈 : 그러면 이것은 물론 그런 정책 목표를 가질 수가 있지만 그것은 내년에 200명이 더 죽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외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서는. 그런데 나는 이거 내년까지 갈 일이 아니고 내일 당장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마음을 먹으면 할 수가 있어요. 마음을 안 먹으면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부가 무슨 이거를 압박하든지 무슨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이거를 나는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내일 당장. 그런데 내년에 또 200명? 이거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죠.
▷ 오태훈 : 쓰신 칼럼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보니까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누군가 주셨던데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훈 :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나는 어떤 뛰어난 무슨 정치 지도자가,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하는 솜씨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그런 지도력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좀 그런 사람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 문제와 맞서지 않으면 이것은 해결할 수가 없고 그리고 어떤 자본이라든지 대재벌, 건물 짓는 사람이 대개 재벌들, 자본 대기업이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김훈 : 대기업 재벌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 대기업 재벌들이 그거는 도덕적 각성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고 내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일이 있기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꼭 쥐어서 그냥 압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입법수단이라든지 행정을 하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간다운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이거는 인간의 선의에 호소해서만은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개천에서 용 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안 돼요.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안 납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칭송하지 말고 그리고 개천을 없애야 해요. 개천을 없앨 생각을 안 하고 그 더러운 개천을 방치해 놓고 거기서 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이것이 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 오태훈 : 말씀을 들어보니까 참 많은 생각과 또 그동안 겪었던 것들에 대한 분노가 지금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라든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께서 스스로 나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김훈 : 아니, 저는 그렇게 뭐 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나같이 초야에 있는 그냥 서생이죠. 그 뉴스를 보다가 너무 속이 끓어올라서 쓴 것이에요. 그런데 그 칼럼을 뭐 사회가 잘 받아들여서 문제 해결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 오태훈 : 그래서 오늘 말씀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저희들이 거기에 더 힘을 좀 보태서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보도록 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저는 막상 생각이 났어요. 칼의 노래 참 좋아했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어제였는데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런 슬로건을 걸었었는데 정말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는 했음에도 정작 우리 삶이 지금 바뀌지 않는다는 부분들이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닌가 싶네요.
▶ 김훈 :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저변이 이렇게 올라오고 국민들의 의식과 그 마음이 이렇게 자꾸 바뀌어 갔는데, 여론도 고조되고.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비등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룬 것은 매우 빈약합니다, 지금까지. 그냥 말과 생각들이 들끓어오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개선한 부분은 매우 빈약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늘 하셨는데 노 대통령님은 너무 선한 마음의 바탕을 가지신 분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희망과 열정이 많았고 그 대신 울분과 노여움이 많았어요. 그분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또 공격을 받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게 참 아니, 나로서는 참 난해한 느낌이 들더군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아주 주류로부터 또 소외되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쨌든 마음속에 많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루신 것보다 이루시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 오태훈 : 사회가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또 더 이상 김훈 작가님께서 이런 분노의 칼럼을 안 쓰시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또 글로 많이 좀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금요초대석> 작가 김훈 선생님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훈 : 안녕히 계십시오.
▷ 오태훈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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