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일본 신종 서비스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입력 2019.05.28 (10:49) 수정 2019.05.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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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엔 무언가 '사서 쓰기'보다 '빌려쓰는' 걸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못 빌리는 게 없을만큼 모든 걸 다 빌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텐데요.

심지어 '사람'도 빌려준다고 하네요.

지구촌 인에서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집, 자동차는 물론 가전제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요즘엔 못 빌리는 게 없습니다.

미국의 한 개인용 비행기 임대 업체는 회원제로 비행기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요.

남아시아 몰디브의 섬을 통째로 빌려주는 초호화 서비스도 있습니다.

예약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고, 섬 전체를 빌리는 비용은 1박당 약 5천만 원입니다.

돈만 있다면, 가족도 빌릴 수 있는 시대인데요.

저녁 시간이 다가올 무렵 양손 가득 장을 본 아내와 딸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시시콜콜한 일과를 나누며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단란한 모습.

그런데, 누가 봐도 평범한 이 가족은 사실 진짜 가족이 아닙니다.

[카즈시게 니시다/회사원 : "원래는 여기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았어요. 그러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딸들은 독립하기 위해 집을 떠났어요. 매일 집에 올때마다 외로워요."]

남성은 2년 전부터 가족을 대여해 오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우연히 가족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한 노인의 사례를 본 것이 계기가 됐는데요.

가족 한 사람을 빌리는 데는 우리 돈으로 약 20만 원입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 자주 이용하진 못하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카즈시게 니시다/회사원 : "10년 동안 아내 병간호를 했어요. 너무 지쳐서 어느 날은 '왜 이런 병에 걸렸냐'며 상처를 줬죠. 그 뒤 아내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채 보냈고, 그게 지금도 가슴에 미안함으로 남아있어요."]

남성은 10년 전 사별한 아내에 대한 마음의 짐을 대여 가족에게 대신하며,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일본에선 이같은 가족 대여 서비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창업주는 24살 때 한 미혼모를 만난 뒤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미혼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사립 유치원 입학을 거절 당한 사연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유이치 이시이/패밀리 로맨스 CEO : "현재 일본에선 매년 20만쌍 이상의 커플이 이혼합니다. 2분에 한번 꼴인거죠. 이런 상황에서 가정 환경이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모든 불공정한 의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불공정한 대우를 당하지 않게 '가족 대여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현재 이 회사는 한 달에 약 250건의 대여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식 하객, 생일 파티 친구 대여부터 동화 속 공주님 체험시켜주는 집사, 현실 자각 타임을 위한 혼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대여하고 있습니다.

[유이치 이시이/패밀리 로맨스 CEO : "외국인의 관점에선 이런 서비스가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내 감정은 숨기고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타인의 표준에 맞는 삶을 살 때 만족도가 높다는 거죠."]

창업주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채워주기 위해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가족의 관계'까지 임대하는 것은 사회에 거짓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소유하지 않는 시대, 못 빌리는 게 없는 시대라지만,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 지를 두고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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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일본 신종 서비스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 입력 2019-05-28 10:52:35
    • 수정2019-05-28 15: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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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엔 무언가 '사서 쓰기'보다 '빌려쓰는' 걸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못 빌리는 게 없을만큼 모든 걸 다 빌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텐데요.

심지어 '사람'도 빌려준다고 하네요.

지구촌 인에서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집, 자동차는 물론 가전제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요즘엔 못 빌리는 게 없습니다.

미국의 한 개인용 비행기 임대 업체는 회원제로 비행기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요.

남아시아 몰디브의 섬을 통째로 빌려주는 초호화 서비스도 있습니다.

예약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고, 섬 전체를 빌리는 비용은 1박당 약 5천만 원입니다.

돈만 있다면, 가족도 빌릴 수 있는 시대인데요.

저녁 시간이 다가올 무렵 양손 가득 장을 본 아내와 딸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시시콜콜한 일과를 나누며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단란한 모습.

그런데, 누가 봐도 평범한 이 가족은 사실 진짜 가족이 아닙니다.

[카즈시게 니시다/회사원 : "원래는 여기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았어요. 그러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딸들은 독립하기 위해 집을 떠났어요. 매일 집에 올때마다 외로워요."]

남성은 2년 전부터 가족을 대여해 오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우연히 가족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한 노인의 사례를 본 것이 계기가 됐는데요.

가족 한 사람을 빌리는 데는 우리 돈으로 약 20만 원입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 자주 이용하진 못하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카즈시게 니시다/회사원 : "10년 동안 아내 병간호를 했어요. 너무 지쳐서 어느 날은 '왜 이런 병에 걸렸냐'며 상처를 줬죠. 그 뒤 아내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채 보냈고, 그게 지금도 가슴에 미안함으로 남아있어요."]

남성은 10년 전 사별한 아내에 대한 마음의 짐을 대여 가족에게 대신하며,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일본에선 이같은 가족 대여 서비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창업주는 24살 때 한 미혼모를 만난 뒤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미혼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사립 유치원 입학을 거절 당한 사연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유이치 이시이/패밀리 로맨스 CEO : "현재 일본에선 매년 20만쌍 이상의 커플이 이혼합니다. 2분에 한번 꼴인거죠. 이런 상황에서 가정 환경이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모든 불공정한 의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불공정한 대우를 당하지 않게 '가족 대여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현재 이 회사는 한 달에 약 250건의 대여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식 하객, 생일 파티 친구 대여부터 동화 속 공주님 체험시켜주는 집사, 현실 자각 타임을 위한 혼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대여하고 있습니다.

[유이치 이시이/패밀리 로맨스 CEO : "외국인의 관점에선 이런 서비스가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내 감정은 숨기고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타인의 표준에 맞는 삶을 살 때 만족도가 높다는 거죠."]

창업주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채워주기 위해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가족의 관계'까지 임대하는 것은 사회에 거짓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소유하지 않는 시대, 못 빌리는 게 없는 시대라지만,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 지를 두고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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