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레슬러…“꿈은 태극마크”

입력 2019.06.01 (08:19) 수정 2019.06.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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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운동 중 하나가 바로 레슬링입니다.

올림픽 등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국가대표 되기도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이 레슬링 국가대표를 목표로 땀 흘리고 있는 탈북민 레슬링 꿈나무가 있습니다.

레슬링을 시작한 지 5년밖에 안됐지만 실력이 만만치 않나 봅니다.

얼마 전 서울시 대표로 선발되면서 꿈에 한발 더 다가섰는데요.

뱃속이 든든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19살의 탈북민 레슬링 꿈나무 이야기.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체육 고등학교, 학생들의 몸풀기가 한창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이 선수, 올해로 6년 차의 탈북민 레슬러, 박부봉 군입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3학년 :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시합 나가기 전에 체력이 많이 필요하니까 체력을 올리려고 하는 힘든 운동입니다."]

부봉군 체급은 55kg 급, 상반신을 이용해 겨루는 그레코로만형 종목인데요.

얼마 뒤 있을 큰 시합을 앞두고 기술 연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종구/레슬링 감독 : "부봉이는 경량급이다 보니까 엎어치기와 돌아 빠지기, 그게 주특기입니다. 그래서 시합 위주로 스파링 연습하려고 합니다, 지금요."]

강도 높은 훈련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부봉 군, 국내 고교 체육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라는데요.

[정종구/레슬링 감독 : "(중학교 때) 첫 시합 나가서 동메달 땄고. 굉장히 그건 큰 것이거든요. 1학년 때,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은메달까지 땄는데 올해부터, 3월부터 55kg급 뛰는데 금메달 따가지고... 대학은 이미 스카우트 되어 있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에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김낙영/서울체육고등학교장 : "본인들은 표시는 안 나지만 내가 여기 넘어와서 생활하면 남들보다 더 성실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암암리에 마음속에 갖고 있을 겁니다. 우리 학교 교훈이 성실 아니겠어요."]

레슬링 꿈나무의 도전.

고된 훈련에 숨이 가빠오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요.

꿈을 찾기 까지, 겪어야 했던 성장통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찾아온 휴식 시간.

음악을 들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된 훈련의 연속이지만, 함께 운동하는 탈북민 친구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됩니다.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 (전 서로 힘든 운동을 하면서 같이 의지하고 같이 노는 친구, 든든한 친구) 12년 전 탈북 직후 초등학교에서 만났고, 중학교 들어서 레슬링도 함께 시작한 두 사람.

서로 다른 종목이라 겨룰 일은 없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데요.

[김철송/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같이 국가대표 되어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거 시합 준비해서 나가서 메달 따고 싶어요."]

시합을 앞두고 합숙 훈련 중이던 부봉군이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데요.

어머니는 7살의 어린 부봉이 손을 잡고 탈북을 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 데, 이렇게 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한영실/학부모/2007년 탈북 : "집에서는 저희가 볼 수가 없잖아요. 얘를. 일단 대회가 있으면 보름이든, 집에 안 들어오고 학교에서 훈련하니까. 훈련하는 모습은 제가 볼 순 없는데 전화가 오면 항상 막 힘이 없어가지고..."]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해 온 부봉군에게도 슬럼프는 예외없이 찾아왔습니다.

대회 규정의 변경으로 부봉 군이 속했던 체급이 없어진 데다, 체중을 늘려 출전했던 경기마다 고전을 거듭했던 겁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고1 때까지는 엄청나게 잘해서 재밌었는데 체급이 올라가면서 계속 지고 그러니까... 이기던 상대한테도 진 적 있어서... 그래서 ‘아 이걸 계속해도 되나...’ 이런 생각도 좀 했었어요. 한 달 동안 진짜 운동하기 싫었어요."]

생업에 바쁜 어머니는 아들의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해주지 못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한영실/학부모/2007년 탈북 : "매일 그냥 일 다니다 보니까 언제 한 번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주말에 오면 제 손으로 밥 한 끼 따뜻하게 해준 적도 없고 오붓하게 같이 밥 먹은 적도 없고 그런 게 많이 아프죠."]

하지만 부봉 군은 올라간 체급에 맞는 근력 키우기와 기술 연마에 더 집중하는 등 다시 일어서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내가 이기던 상대한테 질 이유가 없는데 왜 졌을까... 내가 운동을 열심히 안 해서 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서... 이번 대회는 진짜 열심히 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모든 애들을 짓누르고 제가 1등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찾아온 결전의 날, 부봉군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날 경기가 부봉군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라고 하는데요.

[김예지/레슬링 감독 : "저희가 올해 100회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있습니다. 올해 선발전을 하기 위해서, 서울시 대표로 나가기 위해서 지금 경기를 하는 거고요. 여기서 일등을 해야 서울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가 있어요.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또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크게는 서울시의 명예를 위해서 중요한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원 차 경기장을 찾은 철송 군도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김철송/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결승에서 이겨서 세레모니(뒤풀이) 하는 거 보고 싶어요. 봉아 남은 결승 집중해서 끝까지 한 다음에 마지막 멋있는 세레모니(뒤풀이) 보여줘 파이팅."]

팽팽한 긴장 속에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길어지는 탐색전. 접전 끝에 먼저 점수를 따낸 부봉군, 이어 추가 득점에도 성공하며 당당히 서울시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이제 국가대표라는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된 건데요.

엄마 손을 잡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자리 잡은 지금까지, 그 동안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죽지 않을 정도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정도 먹고 그렇게(연습했어요). 이겨서 굉장히 좋고요. 다음 시합 나가서도 꼭 일등하고, 선발된 김에 (전국체전) 일등까지 목표로 하겠습니다."]

부봉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스승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는데요.

[김예지/레슬링 감독 :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친구고 한국 레슬링의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을 해줘야 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제 국가대표뿐만이 아니라 올라가서 세계선수권 대회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까지 다 석권하는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슬링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만 5년.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태극마크를 향한 꿈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쏟았던 땀과 노력이 레슬링 유망주를 넘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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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레슬러…“꿈은 태극마크”
    • 입력 2019-06-01 08:32:59
    • 수정2019-06-01 08: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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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운동 중 하나가 바로 레슬링입니다.

올림픽 등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국가대표 되기도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이 레슬링 국가대표를 목표로 땀 흘리고 있는 탈북민 레슬링 꿈나무가 있습니다.

레슬링을 시작한 지 5년밖에 안됐지만 실력이 만만치 않나 봅니다.

얼마 전 서울시 대표로 선발되면서 꿈에 한발 더 다가섰는데요.

뱃속이 든든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19살의 탈북민 레슬링 꿈나무 이야기.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체육 고등학교, 학생들의 몸풀기가 한창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이 선수, 올해로 6년 차의 탈북민 레슬러, 박부봉 군입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3학년 :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시합 나가기 전에 체력이 많이 필요하니까 체력을 올리려고 하는 힘든 운동입니다."]

부봉군 체급은 55kg 급, 상반신을 이용해 겨루는 그레코로만형 종목인데요.

얼마 뒤 있을 큰 시합을 앞두고 기술 연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종구/레슬링 감독 : "부봉이는 경량급이다 보니까 엎어치기와 돌아 빠지기, 그게 주특기입니다. 그래서 시합 위주로 스파링 연습하려고 합니다, 지금요."]

강도 높은 훈련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부봉 군, 국내 고교 체육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라는데요.

[정종구/레슬링 감독 : "(중학교 때) 첫 시합 나가서 동메달 땄고. 굉장히 그건 큰 것이거든요. 1학년 때,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은메달까지 땄는데 올해부터, 3월부터 55kg급 뛰는데 금메달 따가지고... 대학은 이미 스카우트 되어 있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에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김낙영/서울체육고등학교장 : "본인들은 표시는 안 나지만 내가 여기 넘어와서 생활하면 남들보다 더 성실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암암리에 마음속에 갖고 있을 겁니다. 우리 학교 교훈이 성실 아니겠어요."]

레슬링 꿈나무의 도전.

고된 훈련에 숨이 가빠오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요.

꿈을 찾기 까지, 겪어야 했던 성장통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찾아온 휴식 시간.

음악을 들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된 훈련의 연속이지만, 함께 운동하는 탈북민 친구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됩니다.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 (전 서로 힘든 운동을 하면서 같이 의지하고 같이 노는 친구, 든든한 친구) 12년 전 탈북 직후 초등학교에서 만났고, 중학교 들어서 레슬링도 함께 시작한 두 사람.

서로 다른 종목이라 겨룰 일은 없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데요.

[김철송/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같이 국가대표 되어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거 시합 준비해서 나가서 메달 따고 싶어요."]

시합을 앞두고 합숙 훈련 중이던 부봉군이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데요.

어머니는 7살의 어린 부봉이 손을 잡고 탈북을 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 데, 이렇게 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한영실/학부모/2007년 탈북 : "집에서는 저희가 볼 수가 없잖아요. 얘를. 일단 대회가 있으면 보름이든, 집에 안 들어오고 학교에서 훈련하니까. 훈련하는 모습은 제가 볼 순 없는데 전화가 오면 항상 막 힘이 없어가지고..."]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해 온 부봉군에게도 슬럼프는 예외없이 찾아왔습니다.

대회 규정의 변경으로 부봉 군이 속했던 체급이 없어진 데다, 체중을 늘려 출전했던 경기마다 고전을 거듭했던 겁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고1 때까지는 엄청나게 잘해서 재밌었는데 체급이 올라가면서 계속 지고 그러니까... 이기던 상대한테도 진 적 있어서... 그래서 ‘아 이걸 계속해도 되나...’ 이런 생각도 좀 했었어요. 한 달 동안 진짜 운동하기 싫었어요."]

생업에 바쁜 어머니는 아들의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해주지 못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한영실/학부모/2007년 탈북 : "매일 그냥 일 다니다 보니까 언제 한 번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주말에 오면 제 손으로 밥 한 끼 따뜻하게 해준 적도 없고 오붓하게 같이 밥 먹은 적도 없고 그런 게 많이 아프죠."]

하지만 부봉 군은 올라간 체급에 맞는 근력 키우기와 기술 연마에 더 집중하는 등 다시 일어서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내가 이기던 상대한테 질 이유가 없는데 왜 졌을까... 내가 운동을 열심히 안 해서 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서... 이번 대회는 진짜 열심히 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모든 애들을 짓누르고 제가 1등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찾아온 결전의 날, 부봉군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날 경기가 부봉군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라고 하는데요.

[김예지/레슬링 감독 : "저희가 올해 100회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있습니다. 올해 선발전을 하기 위해서, 서울시 대표로 나가기 위해서 지금 경기를 하는 거고요. 여기서 일등을 해야 서울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가 있어요.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또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크게는 서울시의 명예를 위해서 중요한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원 차 경기장을 찾은 철송 군도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김철송/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결승에서 이겨서 세레모니(뒤풀이) 하는 거 보고 싶어요. 봉아 남은 결승 집중해서 끝까지 한 다음에 마지막 멋있는 세레모니(뒤풀이) 보여줘 파이팅."]

팽팽한 긴장 속에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길어지는 탐색전. 접전 끝에 먼저 점수를 따낸 부봉군, 이어 추가 득점에도 성공하며 당당히 서울시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이제 국가대표라는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된 건데요.

엄마 손을 잡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자리 잡은 지금까지, 그 동안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박부봉/탈북민·서울체고 3학년 : "죽지 않을 정도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정도 먹고 그렇게(연습했어요). 이겨서 굉장히 좋고요. 다음 시합 나가서도 꼭 일등하고, 선발된 김에 (전국체전) 일등까지 목표로 하겠습니다."]

부봉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스승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는데요.

[김예지/레슬링 감독 :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친구고 한국 레슬링의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을 해줘야 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제 국가대표뿐만이 아니라 올라가서 세계선수권 대회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까지 다 석권하는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슬링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만 5년.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태극마크를 향한 꿈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쏟았던 땀과 노력이 레슬링 유망주를 넘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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