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개짖는 소리…무슨 일?

입력 2019.06.01 (14:02) 수정 2019.06.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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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기에 설마 하고 지나쳤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 들렸다. 궁금증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가봤더니 뜻 밖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사진 위)……. 놀랍게도 수십 마리의 개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 '교통섬'이라는 곳에 - 차도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 같은 공간을 교통섬이라 부른다 -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수십 마리의 개들이 사람 손에 이끌려 대한민국 국회 앞에까지 오게 된 사연은 뭘까. 동물보호활동가들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쯤 경상남도 양산시의 한 불법 개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던 개 65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개들은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좁은 철창에 갇힌 채 곰팡이와 구더기가 낀 '라면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농장주는 농장부지가 산업부지로 용도 변경되면서 철거될 예정인 데다 농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개들을 불결한 환경과 굶주림 속에 방치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독지가가 사비로 개들을 매입했고 보호소로 보내려고 했지만, 이렇게 '구출된' 개들을 받아주는 보호소는 한 군데도 없었다. 동물보호활동가들은 고민 끝에 대한민국 국회로 와 이러한 현실을 보다 널리 알리면서 입양처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발견 당시 ‘뜬장’ 안에 갇혀 있던 개들의 모습. [SNS 캡처]발견 당시 ‘뜬장’ 안에 갇혀 있던 개들의 모습. [SNS 캡처]

유기견 보호소는 왜 이들을 못(안) 받아주나?

처음부터 국회 앞에 진을 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도살 만큼은 막아야겠다는 마음에 개인이 돈을 주고 개들을 매입했지만, 이후 보호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의 경우 유기동물만 입소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개인이 구조한 동물은 아예 입소가 불가능했다. 또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한 사설 보호소나 동물단체 보호소들의 경우도, 위탁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가 있는 개들은 받을 수 없으며 이미 포화상태'라면서 난색을 보였다. 또 도사견이나 골든리트리버, 그레이트데인, 진돗개, 삽살개와 같이 구출된 대부분 개들의 덩치가 큰 것도 어려움의 요인이었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조차 '개농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꺼리거나 - 다른 반려견들에게 피부염이나 기생충 등을 옮길 것을 우려해 - 대형견용 입원·치료실이 없는 경우가 허다해 위탁보호요청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국회 앞 교통섬에 마련된 임시보호소의 대형견. 봉사자들이 적어놓은 ‘목줄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의 개들은 개농장에서의 아픈 기억(도살을 위해 끌고갈 때 목 부위를 잡아서 들고 가는) 때문인지 목줄 부위를 잡아 데려가려 할 때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국회 앞 교통섬에 마련된 임시보호소의 대형견. 봉사자들이 적어놓은 ‘목줄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의 개들은 개농장에서의 아픈 기억(도살을 위해 끌고갈 때 목 부위를 잡아서 들고 가는) 때문인지 목줄 부위를 잡아 데려가려 할 때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회 앞 교통섬에 온 것은 지난달 10일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매일 10~15명의 자원봉사자가 교대로 24시간을 번갈아가며 지키고 있다. 이들은 SNS,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카카오오픈채팅(국회앞양산개농장64아이) 등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개들을 돌보고 우리를 청소할 뿐만 아니라 사비로 사료 및 물품들을 마련하고 있다. 거의 매일 이곳에 온다는 대학생 구모 양은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봉사한다면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한 최 모 씨도 거의 매일 같이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개들이 가족(입양자)을 찾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봉사자들은 텐트에서 잠을 자면서 밤에도 개들을 지킨다. 주도자 없이 SNS 홍보로 돌아가고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나 SNS를 본 개인들의 사비 또는 후원으로 해결하고 있다.봉사자들은 텐트에서 잠을 자면서 밤에도 개들을 지킨다. 주도자 없이 SNS 홍보로 돌아가고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나 SNS를 본 개인들의 사비 또는 후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관련링크: http://www.facebook.com/hashtag/%EC%96%91%EC%82%B0%EA%B0%9C%EB%86%8D%EC%9E%A564%EC%95%84%EC%9D%B4?source=feed_text&epa=HASHTAG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활동가들은 지난달 10일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국회의사당역 인근 집회신고를 한 후 임시 거처를 꾸렸다. 당초에 지난달 29일까지 집회신고를 했지만, 아직 절반가량이 입양처나 보호처를 찾지 못한 실정이다. 활동가들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도 "불쌍한 강아지들의 보호소를 마련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가 며칠 더 머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 정해진 이달 7일까지의 시한도 결코 넉넉치는 않다. 대형견은 우리나라에선 입양이 거의 어려워 해외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검역 통과를 위해 필요한 치료를 마쳐야 하고, 그 치료를 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금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입양자를 찾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봉사자들은 모든 개가 있을 곳을 찾을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면서 최대한 빨리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구청에서 보내온 계고 통지서. 기한이 다 되면 시설물은 철거해도 개들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활동가들은 시설물을 철거한다면 개들도 같이 데려가서 있을 곳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구청에서 보내온 계고 통지서. 기한이 다 되면 시설물은 철거해도 개들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활동가들은 시설물을 철거한다면 개들도 같이 데려가서 있을 곳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구출해도 갈 곳이 없다' #양산개농장64아이 구출 활동가들의 바람?

활동가들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을 위기에 놓인 개들을 구조했는데 그 책임을 구조한 개인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옳은가" 반문하면서 "유기견이 아닌 구출된 개들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법 개농장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 대해 "긴급보호가 이뤄진 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보호시설을 마련할 것"과 "불법 개농장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긴급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한 자원봉사자가 거듭 신신당부했다. 이건 농성도 아니고 시위도 아니라고, 일단 입양 보낼 곳 찾고 준비시킬 수 있게 시간만 조금 더 벌어달라고…….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개인이 구조 또는 구출한 개들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 보호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얼마 전 고성 산불로 인한 구조 동물들처럼 각종 재난 상황으로 인한 구조 동물 보호 제도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국회 앞 수십 마리 개들은 어떻게 될까? 또 이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들은?

6월 7일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뒤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개도 자원 봉사자들도...


다음은 활동가들이 발표한 대정부 호소문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과 개인 동물활동가들 대정부 호소문〉

학대와 방치, 잔혹한 도살로 죽어가는 개농장의 동물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이 현실을 알리고, 구조해도 갈 곳 없는 동물에게 사람의 난민 지위와 같은 자격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 활동가들은 2019년 4월 21일 경상남도 양산시의 개농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개들을 발견했다. 이 개들은 식용목적으로 길러지고 있었다. 발견 당시 40여 마리 개가 있었다.

도사와 잡종은 물론 핏불테리어, 골든리트리버, 그레이트데인, 브리트니스파니엘, 진돗개 등 소위 품종견이라고 불리는 개들도 섞여 있었다. 개들은 불어터진 라면으로 고통스럽게 연명하고 있었다. 고무통에 보관돼있던 라면죽은 곰팡이와 구더기가 끼여 있음에도 개들에게 공급됐다. 뜬장 아래에는 분뇨가 쌓여있었고, 청소를 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불결한 환경이었다. 야외에는 작은 철창에 여러 마리가 빼곡히 갇혀 있었고, 개들은 제대로 몸을 펴지 못했다. 뜨거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없었고, 구겨져 갇힌 개들은 헉헉대며 괴로워했다. 다 탈진 상태였다.

개농장이 위치한 부지는 산업부지로 용도변경될 예정이었고, 운영이 어려워지자 개농장주는 개들을 방치했다. 곧 철거될 개농장의 개들은 개고기로 팔려갈 것이 확실했다. 양산 시청은 동물학대 민원제기에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일부 활동가들이 소수의 동물들을 구조했지만 남은 동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한 독지가가 개들의 죽음을 방관할 수 없다며 주택마련 자금을 털어 매입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동물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학대받은 동물들을 구출해도 받아줄 곳은 전무했다. 우리 개인 활동가들도 더 이상은 사비로 지속적인 구조를 감당할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개들의 환경은 더 나빠졌고, 상해로 다리가 절단된 새끼들이 발생했으며 출산한 개들로 인해 개체수는 늘어갔다.

갈 곳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우리의 요청에도 개농장주는 냉정하게 거부했다. 당장 데리고 나가라는 요구에 우리 활동가들은 갈 곳 없는 개들을 트럭에 태웠다. 성견 52마리와 새끼견 12마리, 총 64마리를 우리 활동가들은 무작정 트럭에 태웠고 마치 난민처럼 지난 5월 11일 국회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개인들이 감당할 선을 넘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동물들을 죽도록 둘 수는 없다.

동물보호법이 있으나마나 한 현실, 동물과 활동가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보호소 하나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현실, 구조해도 갈 곳 없는 현실,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 이 불합리한 현실을 갈 곳 없는 개들과 함께 온 몸으로 세상에 알릴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할 것이다.

불법 개농장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끔찍한 개도살을 허용하는 대한민국, 농장주의 생계는 걱정하지만 학대받는 동물은 외면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 개탄스런 현실을 직시하도록 할 것이다.

이 동물들을 이제 개인이 아닌, 민간 동물단체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게 하기 위해, 그리고 개도살 금지법을 제정하고 불법 개농장의 즉각 철거를 촉구하기 위해,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로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이 현실을 알릴 것이다. 우리 활동가들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이 개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무기한 집회를 할 것이다. 갈 곳 없어 거리로 나앉은 개들을 이 거리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안전하게 입양보낼 것이다. 그리고 남은 개들을 국가에서 보호해줄 때까지, 학대받은 개들과 함께 이 거리에서 먹고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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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앞 개짖는 소리…무슨 일?
    • 입력 2019-06-01 14:02:20
    • 수정2019-06-02 14:24:48
    취재K
며칠 전 국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기에 설마 하고 지나쳤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 들렸다. 궁금증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가봤더니 뜻 밖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사진 위)……. 놀랍게도 수십 마리의 개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 '교통섬'이라는 곳에 - 차도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 같은 공간을 교통섬이라 부른다 -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수십 마리의 개들이 사람 손에 이끌려 대한민국 국회 앞에까지 오게 된 사연은 뭘까. 동물보호활동가들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쯤 경상남도 양산시의 한 불법 개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던 개 65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개들은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좁은 철창에 갇힌 채 곰팡이와 구더기가 낀 '라면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농장주는 농장부지가 산업부지로 용도 변경되면서 철거될 예정인 데다 농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개들을 불결한 환경과 굶주림 속에 방치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독지가가 사비로 개들을 매입했고 보호소로 보내려고 했지만, 이렇게 '구출된' 개들을 받아주는 보호소는 한 군데도 없었다. 동물보호활동가들은 고민 끝에 대한민국 국회로 와 이러한 현실을 보다 널리 알리면서 입양처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발견 당시 ‘뜬장’ 안에 갇혀 있던 개들의 모습. [SNS 캡처] 유기견 보호소는 왜 이들을 못(안) 받아주나? 처음부터 국회 앞에 진을 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도살 만큼은 막아야겠다는 마음에 개인이 돈을 주고 개들을 매입했지만, 이후 보호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의 경우 유기동물만 입소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개인이 구조한 동물은 아예 입소가 불가능했다. 또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한 사설 보호소나 동물단체 보호소들의 경우도, 위탁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가 있는 개들은 받을 수 없으며 이미 포화상태'라면서 난색을 보였다. 또 도사견이나 골든리트리버, 그레이트데인, 진돗개, 삽살개와 같이 구출된 대부분 개들의 덩치가 큰 것도 어려움의 요인이었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조차 '개농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꺼리거나 - 다른 반려견들에게 피부염이나 기생충 등을 옮길 것을 우려해 - 대형견용 입원·치료실이 없는 경우가 허다해 위탁보호요청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국회 앞 교통섬에 마련된 임시보호소의 대형견. 봉사자들이 적어놓은 ‘목줄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의 개들은 개농장에서의 아픈 기억(도살을 위해 끌고갈 때 목 부위를 잡아서 들고 가는) 때문인지 목줄 부위를 잡아 데려가려 할 때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회 앞 교통섬에 온 것은 지난달 10일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매일 10~15명의 자원봉사자가 교대로 24시간을 번갈아가며 지키고 있다. 이들은 SNS,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카카오오픈채팅(국회앞양산개농장64아이) 등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개들을 돌보고 우리를 청소할 뿐만 아니라 사비로 사료 및 물품들을 마련하고 있다. 거의 매일 이곳에 온다는 대학생 구모 양은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봉사한다면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한 최 모 씨도 거의 매일 같이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개들이 가족(입양자)을 찾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봉사자들은 텐트에서 잠을 자면서 밤에도 개들을 지킨다. 주도자 없이 SNS 홍보로 돌아가고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나 SNS를 본 개인들의 사비 또는 후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관련링크: http://www.facebook.com/hashtag/%EC%96%91%EC%82%B0%EA%B0%9C%EB%86%8D%EC%9E%A564%EC%95%84%EC%9D%B4?source=feed_text&epa=HASHTAG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활동가들은 지난달 10일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국회의사당역 인근 집회신고를 한 후 임시 거처를 꾸렸다. 당초에 지난달 29일까지 집회신고를 했지만, 아직 절반가량이 입양처나 보호처를 찾지 못한 실정이다. 활동가들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도 "불쌍한 강아지들의 보호소를 마련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가 며칠 더 머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 정해진 이달 7일까지의 시한도 결코 넉넉치는 않다. 대형견은 우리나라에선 입양이 거의 어려워 해외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검역 통과를 위해 필요한 치료를 마쳐야 하고, 그 치료를 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금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입양자를 찾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봉사자들은 모든 개가 있을 곳을 찾을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면서 최대한 빨리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구청에서 보내온 계고 통지서. 기한이 다 되면 시설물은 철거해도 개들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활동가들은 시설물을 철거한다면 개들도 같이 데려가서 있을 곳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구출해도 갈 곳이 없다' #양산개농장64아이 구출 활동가들의 바람? 활동가들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을 위기에 놓인 개들을 구조했는데 그 책임을 구조한 개인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옳은가" 반문하면서 "유기견이 아닌 구출된 개들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법 개농장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 대해 "긴급보호가 이뤄진 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보호시설을 마련할 것"과 "불법 개농장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긴급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한 자원봉사자가 거듭 신신당부했다. 이건 농성도 아니고 시위도 아니라고, 일단 입양 보낼 곳 찾고 준비시킬 수 있게 시간만 조금 더 벌어달라고…….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개인이 구조 또는 구출한 개들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 보호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얼마 전 고성 산불로 인한 구조 동물들처럼 각종 재난 상황으로 인한 구조 동물 보호 제도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국회 앞 수십 마리 개들은 어떻게 될까? 또 이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들은? 6월 7일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뒤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개도 자원 봉사자들도... 다음은 활동가들이 발표한 대정부 호소문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과 개인 동물활동가들 대정부 호소문〉 학대와 방치, 잔혹한 도살로 죽어가는 개농장의 동물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이 현실을 알리고, 구조해도 갈 곳 없는 동물에게 사람의 난민 지위와 같은 자격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 활동가들은 2019년 4월 21일 경상남도 양산시의 개농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개들을 발견했다. 이 개들은 식용목적으로 길러지고 있었다. 발견 당시 40여 마리 개가 있었다. 도사와 잡종은 물론 핏불테리어, 골든리트리버, 그레이트데인, 브리트니스파니엘, 진돗개 등 소위 품종견이라고 불리는 개들도 섞여 있었다. 개들은 불어터진 라면으로 고통스럽게 연명하고 있었다. 고무통에 보관돼있던 라면죽은 곰팡이와 구더기가 끼여 있음에도 개들에게 공급됐다. 뜬장 아래에는 분뇨가 쌓여있었고, 청소를 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불결한 환경이었다. 야외에는 작은 철창에 여러 마리가 빼곡히 갇혀 있었고, 개들은 제대로 몸을 펴지 못했다. 뜨거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없었고, 구겨져 갇힌 개들은 헉헉대며 괴로워했다. 다 탈진 상태였다. 개농장이 위치한 부지는 산업부지로 용도변경될 예정이었고, 운영이 어려워지자 개농장주는 개들을 방치했다. 곧 철거될 개농장의 개들은 개고기로 팔려갈 것이 확실했다. 양산 시청은 동물학대 민원제기에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일부 활동가들이 소수의 동물들을 구조했지만 남은 동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한 독지가가 개들의 죽음을 방관할 수 없다며 주택마련 자금을 털어 매입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동물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학대받은 동물들을 구출해도 받아줄 곳은 전무했다. 우리 개인 활동가들도 더 이상은 사비로 지속적인 구조를 감당할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개들의 환경은 더 나빠졌고, 상해로 다리가 절단된 새끼들이 발생했으며 출산한 개들로 인해 개체수는 늘어갔다. 갈 곳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우리의 요청에도 개농장주는 냉정하게 거부했다. 당장 데리고 나가라는 요구에 우리 활동가들은 갈 곳 없는 개들을 트럭에 태웠다. 성견 52마리와 새끼견 12마리, 총 64마리를 우리 활동가들은 무작정 트럭에 태웠고 마치 난민처럼 지난 5월 11일 국회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개인들이 감당할 선을 넘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동물들을 죽도록 둘 수는 없다. 동물보호법이 있으나마나 한 현실, 동물과 활동가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보호소 하나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현실, 구조해도 갈 곳 없는 현실,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 이 불합리한 현실을 갈 곳 없는 개들과 함께 온 몸으로 세상에 알릴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할 것이다. 불법 개농장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끔찍한 개도살을 허용하는 대한민국, 농장주의 생계는 걱정하지만 학대받는 동물은 외면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 개탄스런 현실을 직시하도록 할 것이다. 이 동물들을 이제 개인이 아닌, 민간 동물단체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게 하기 위해, 그리고 개도살 금지법을 제정하고 불법 개농장의 즉각 철거를 촉구하기 위해,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로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이 현실을 알릴 것이다. 우리 활동가들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이 개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무기한 집회를 할 것이다. 갈 곳 없어 거리로 나앉은 개들을 이 거리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안전하게 입양보낼 것이다. 그리고 남은 개들을 국가에서 보호해줄 때까지, 학대받은 개들과 함께 이 거리에서 먹고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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