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탁발하는 태국 스님들…마을까지 변화

입력 2019.06.01 (22:03) 수정 2019.06.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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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교 국가인 태국의 승려들은 이른 새벽 걸어서 마을로 탁발을 나가는데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 있는 한 사찰 승려들은 말을 타고 탁발을 다닌다고 합니다.

국경 근처에 살고 있는 산족 마을 주민들이 먼 길을 걸어 오는 승려들에게 탁발용 말을 선물했기 때문이라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치앙라이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에 인접한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입니다.

좁은 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사찰 한 곳이 나옵니다.

새벽 5시부터 탁발을 준비하는 스님들,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말입니다.

스님 6명이 음식 담을 그릇, 발우를 메고 말을 타고 모였습니다.

불교에서 무소유 실천을 위해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어 먹는 탁발.

오늘 탁발을 나가는 곳은 타이야이족과 무서족 마을.

태국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 민족들입니다.

이 사찰의 15개 분원에서도 동시에 탁발을 나가는데 다니는 마을을 모두 합치면 거의 100곳이나 됩니다.

[츤까몬/왓탐빠아차텅 사찰 스님 : "여기 사찰의 분원이 15곳이 있는데 마을이 빠지지 않도록 스님들이 나누어서 탁발을 갑니다."]

이 사찰 스님들이 말을 타고 탁발을 하게 된 것은 27년 전부터.

처음엔 걸어다녔지만 길이 멀고 험해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점심시간을 넘겨야 했습니다.

[크루바 느어차이/왓탐빠아차텅 사찰 주지 : "절에 돌아올 때 걸어야 되니까 마을 주민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서 말을 줬습니다. 그때부터 말을 타는 승려가 됐습니다."]

말을 타고 다니게 되면서 이동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탁발이 쉬워진 것만은 아닙니다.

더 먼 곳에 있는 마을까지 탁발을 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새벽 탁발을 위해 스님들은 매일 이런길을 말을 타고 10킬로미터 이상씩 다닙니다.

대부분 포장되지 않은 산길이고 아예 길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때로 길이 없거나 시간이 없을 땐 말을 타고 강을 건너 지름길로 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강에 물이 많이 줄었지만 우기에는 물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마을에 도착하면 어귀에 있는 나무 주위를 돌며 불경을 외칩니다.

주민들에게 탁발승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주민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탁발승을 반기는 것은 음식 공양으로 자신의 공덕을 쌓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주민들은 공양물로 밥과 반찬을 준비했지만 요즘은 간편한 간식과 돈도 드립니다.

[분용/태국 타이야이족 주민 : "예전에는 일하러 나가지 않아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탁발을 마친 스님들은 집안에 행운이 찾아오도록 복을 빌어줍니다.

땅에 물을 부으며 죽은 사람들의 명복도 빕니다.

더구나 이 지역 주민들은 과거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마약에 취해 살았지만 탁발승들이 마약을 끊도록 도아줬습니다.

[크루바 느어차이/왓탐빠아차텅 사찰 주지 : "그들이 선한 일을 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선을 행하고 마약을 끊게 하는 것이죠."]

태국 북부 국경지역에 있는 소수민족 마을들은 과거 마약재배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지금은 커피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어려서부터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탁발승들은 어린이 교육에 신경을 씁니다.

마을 어린이들을 모아 불경을 가르치기도 하고 사찰에 데려가서 무에타이 훈련도 시킵니다.

[츤까몬/왓탐빠아차텅 사찰 승려 : "아이들이 마약을 안하고 (무에타이) 챔피온이 될 기회도 있고 장학금도 탈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좋아합니다."]

[디/태국 무서족 주민 : "마을 주민들이 스님들을 존경하고 믿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찰로 데려가 승려가 되게 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쉬고 한 달 전 단기 승려로 사찰에 들어온 15살의 초보 스님 샤안.

가정형편이 어려워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승려가 되고 선배 승려들과 함깨 탁발을 다니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샤안 짜서/왓탐빠아차텅 사찰 단기 승려 : "승려가 되어서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말을 타고 탁발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전 9시쯤.

다같이 모여 탁발 해 온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는 말에게 먹이를 주면서 말을 상태를 점검하고 돌봐줍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말이 많아지고 번식도 하면서 사찰의 말이 70마리로 늘었습니다.

[숫티퐁/왓탐빠아차텅 사찰 승려 : "공공기관이나 군대에서 말이 필요할 때 저희에게 요청이 옵니다. 자폐 어린이 치료에도 저희 말을 사용합니다."]

오랜 기간 산족 주민들을 돕고 함께 생활하면서 승려들의 새벽 탁발은 산족 주민들의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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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타고 탁발하는 태국 스님들…마을까지 변화
    • 입력 2019-06-01 22:17:18
    • 수정2019-06-01 23: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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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교 국가인 태국의 승려들은 이른 새벽 걸어서 마을로 탁발을 나가는데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 있는 한 사찰 승려들은 말을 타고 탁발을 다닌다고 합니다.

국경 근처에 살고 있는 산족 마을 주민들이 먼 길을 걸어 오는 승려들에게 탁발용 말을 선물했기 때문이라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치앙라이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에 인접한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입니다.

좁은 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사찰 한 곳이 나옵니다.

새벽 5시부터 탁발을 준비하는 스님들,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말입니다.

스님 6명이 음식 담을 그릇, 발우를 메고 말을 타고 모였습니다.

불교에서 무소유 실천을 위해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어 먹는 탁발.

오늘 탁발을 나가는 곳은 타이야이족과 무서족 마을.

태국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 민족들입니다.

이 사찰의 15개 분원에서도 동시에 탁발을 나가는데 다니는 마을을 모두 합치면 거의 100곳이나 됩니다.

[츤까몬/왓탐빠아차텅 사찰 스님 : "여기 사찰의 분원이 15곳이 있는데 마을이 빠지지 않도록 스님들이 나누어서 탁발을 갑니다."]

이 사찰 스님들이 말을 타고 탁발을 하게 된 것은 27년 전부터.

처음엔 걸어다녔지만 길이 멀고 험해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점심시간을 넘겨야 했습니다.

[크루바 느어차이/왓탐빠아차텅 사찰 주지 : "절에 돌아올 때 걸어야 되니까 마을 주민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서 말을 줬습니다. 그때부터 말을 타는 승려가 됐습니다."]

말을 타고 다니게 되면서 이동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탁발이 쉬워진 것만은 아닙니다.

더 먼 곳에 있는 마을까지 탁발을 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새벽 탁발을 위해 스님들은 매일 이런길을 말을 타고 10킬로미터 이상씩 다닙니다.

대부분 포장되지 않은 산길이고 아예 길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때로 길이 없거나 시간이 없을 땐 말을 타고 강을 건너 지름길로 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강에 물이 많이 줄었지만 우기에는 물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마을에 도착하면 어귀에 있는 나무 주위를 돌며 불경을 외칩니다.

주민들에게 탁발승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주민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탁발승을 반기는 것은 음식 공양으로 자신의 공덕을 쌓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주민들은 공양물로 밥과 반찬을 준비했지만 요즘은 간편한 간식과 돈도 드립니다.

[분용/태국 타이야이족 주민 : "예전에는 일하러 나가지 않아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탁발을 마친 스님들은 집안에 행운이 찾아오도록 복을 빌어줍니다.

땅에 물을 부으며 죽은 사람들의 명복도 빕니다.

더구나 이 지역 주민들은 과거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마약에 취해 살았지만 탁발승들이 마약을 끊도록 도아줬습니다.

[크루바 느어차이/왓탐빠아차텅 사찰 주지 : "그들이 선한 일을 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선을 행하고 마약을 끊게 하는 것이죠."]

태국 북부 국경지역에 있는 소수민족 마을들은 과거 마약재배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지금은 커피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어려서부터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탁발승들은 어린이 교육에 신경을 씁니다.

마을 어린이들을 모아 불경을 가르치기도 하고 사찰에 데려가서 무에타이 훈련도 시킵니다.

[츤까몬/왓탐빠아차텅 사찰 승려 : "아이들이 마약을 안하고 (무에타이) 챔피온이 될 기회도 있고 장학금도 탈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좋아합니다."]

[디/태국 무서족 주민 : "마을 주민들이 스님들을 존경하고 믿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찰로 데려가 승려가 되게 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쉬고 한 달 전 단기 승려로 사찰에 들어온 15살의 초보 스님 샤안.

가정형편이 어려워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승려가 되고 선배 승려들과 함깨 탁발을 다니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샤안 짜서/왓탐빠아차텅 사찰 단기 승려 : "승려가 되어서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말을 타고 탁발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전 9시쯤.

다같이 모여 탁발 해 온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는 말에게 먹이를 주면서 말을 상태를 점검하고 돌봐줍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말이 많아지고 번식도 하면서 사찰의 말이 70마리로 늘었습니다.

[숫티퐁/왓탐빠아차텅 사찰 승려 : "공공기관이나 군대에서 말이 필요할 때 저희에게 요청이 옵니다. 자폐 어린이 치료에도 저희 말을 사용합니다."]

오랜 기간 산족 주민들을 돕고 함께 생활하면서 승려들의 새벽 탁발은 산족 주민들의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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