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미국 학생…발굴 현장 ‘함께’

입력 2019.06.08 (08:19) 수정 2019.06.08 (09: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내외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함께 로봇 모형을 완성하고 시험해보는데요.

외국 학생들이 섞여 있어 언뜻 국제학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의 한 대학에서 온 교수와 학생들이 탈북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팀을 구성해 한 달간 이곳을 찾은 건데요.

[현신재/미국 머서대학교 의공학과 교수 : "제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좀 더 기술적으로 산업이나 기술 산업 쪽 학교에 가게 되고 직장을 갖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해마다 이 곳을 찾은 교수와 학생들.

3D 프린터와 로봇 조립 등 접하기 어려운 첨단 과목을 함께하는 것은 물론 외국 문화가 낯선 탈북 학생들과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누는 수업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시각, 운동장에선 농구 경기가 한창입니다. 한데 어울리며 경쟁하는 모습이 친숙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요.

[진상현/드림학교장 : "우리(대안학교) 친구들은 사실은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그리고 뭐랄까 어떤 문화에 접근하는데 도 약간 소심한 것도 있고 굉장히 어려운 점이 있어가지고..."]

생소한 만남에 어색했던 건, 미국 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라/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우선은 충격이었죠. 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영어를 몰라서 소통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까워졌고 재미있게 지내고있어요."]

[이건희/유학생·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가르쳐보니까 일단 제가 생각했던 탈북자의 이미지와 다르기도 해서 제가 신선한 충격도 많이 받았고 같은 한민족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함께 동고동락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거리도 가까워진 건데요.

[박유정/탈북민·드림학교 고2 : "처음에는 (어색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그냥 (우리랑) 똑같더라고요. 노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그냥 하고 있어요. 옛날엔 어색했다면 지금은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1년에 한 번, 한 달 동안 찾아오는 탈북 청소년과 미국 대학생들의 특별한 만남.

처음 어색했던 것과 달리 3주가 지난 지금, 서로 부쩍 가까워진 모습인데요.

대안학교에서의 마지막 한 주를 앞두고, 학생들이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군 장병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학생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800여 미터를 올라 도착한 곳.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의 유해가 잠들어 있는 유해발굴현장입니다.

["현재 6.25전쟁이 발발하고 난 뒤에 아직 저희가 13만여 명의 유해 전사자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통상 우리가 유해 발굴 시작 전에 국기를 바라보고 묵념과 경례를 하고 난 뒤에 들어갈 건데..."]

이날은 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발굴에 손길을 보탰는데요.

하나, 둘 전사자들의 유해가 발견되고 예를 갖춰 발굴된 유해들을 수습하고, 전사자들의 혼을 기리는 약식제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수영/중사·유해 발굴3팀장 : "총 오늘 현재까지 11,550분의 유해를 모셨고 그 중에 132분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 드렸습니다."]

한반도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현장.

탈북 학생들에게 6.25 전쟁은 아직도 현실에 영향을 주는 외면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박유정/탈북민·드림학교 고2 : "진짜 전쟁이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괜히 많은 분들이 희생해서. 그래도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북한과 남한, 둘 다 희생이 많았기 때문에 그분들의 슬픔을 공유해주고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느낌만 들었어요."]

먼 나라의 지나간 역사로만 보일 것 같은 푸른 눈의 미국 학생들에게도 6.25 전쟁은 낯설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6.25전쟁의 참전 용사였다는 라이언에게 새로 발견된 유해는 할아버지의 동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엄숙해집니다.

[라이언 필드/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할아버지는 그 시절 이야기는 잘 안 해 주셨어요. 하지만 미국에 돌아가면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그 당시에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더 알고 싶어요.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지만, 와서 더 배우고 나서 보니 하루 빨리 평화가 오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다양한 경험을 돕기위해 시작됐던 교류 프로그램.

이제는 어느덧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한반도 역사 인식에도 한 발 다가선 느낌인데요.

이 작은 교류가 훗날 더 넓은 만남을 일궈내고 모두가 바라는 평화의 길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미국 학생…발굴 현장 ‘함께’
    • 입력 2019-06-08 08:29:12
    • 수정2019-06-08 09:18:12
    남북의 창
국내외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함께 로봇 모형을 완성하고 시험해보는데요.

외국 학생들이 섞여 있어 언뜻 국제학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의 한 대학에서 온 교수와 학생들이 탈북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팀을 구성해 한 달간 이곳을 찾은 건데요.

[현신재/미국 머서대학교 의공학과 교수 : "제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좀 더 기술적으로 산업이나 기술 산업 쪽 학교에 가게 되고 직장을 갖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해마다 이 곳을 찾은 교수와 학생들.

3D 프린터와 로봇 조립 등 접하기 어려운 첨단 과목을 함께하는 것은 물론 외국 문화가 낯선 탈북 학생들과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누는 수업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시각, 운동장에선 농구 경기가 한창입니다. 한데 어울리며 경쟁하는 모습이 친숙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요.

[진상현/드림학교장 : "우리(대안학교) 친구들은 사실은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그리고 뭐랄까 어떤 문화에 접근하는데 도 약간 소심한 것도 있고 굉장히 어려운 점이 있어가지고..."]

생소한 만남에 어색했던 건, 미국 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라/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우선은 충격이었죠. 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영어를 몰라서 소통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까워졌고 재미있게 지내고있어요."]

[이건희/유학생·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가르쳐보니까 일단 제가 생각했던 탈북자의 이미지와 다르기도 해서 제가 신선한 충격도 많이 받았고 같은 한민족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함께 동고동락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거리도 가까워진 건데요.

[박유정/탈북민·드림학교 고2 : "처음에는 (어색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그냥 (우리랑) 똑같더라고요. 노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그냥 하고 있어요. 옛날엔 어색했다면 지금은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1년에 한 번, 한 달 동안 찾아오는 탈북 청소년과 미국 대학생들의 특별한 만남.

처음 어색했던 것과 달리 3주가 지난 지금, 서로 부쩍 가까워진 모습인데요.

대안학교에서의 마지막 한 주를 앞두고, 학생들이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군 장병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학생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800여 미터를 올라 도착한 곳.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의 유해가 잠들어 있는 유해발굴현장입니다.

["현재 6.25전쟁이 발발하고 난 뒤에 아직 저희가 13만여 명의 유해 전사자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통상 우리가 유해 발굴 시작 전에 국기를 바라보고 묵념과 경례를 하고 난 뒤에 들어갈 건데..."]

이날은 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발굴에 손길을 보탰는데요.

하나, 둘 전사자들의 유해가 발견되고 예를 갖춰 발굴된 유해들을 수습하고, 전사자들의 혼을 기리는 약식제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수영/중사·유해 발굴3팀장 : "총 오늘 현재까지 11,550분의 유해를 모셨고 그 중에 132분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 드렸습니다."]

한반도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현장.

탈북 학생들에게 6.25 전쟁은 아직도 현실에 영향을 주는 외면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박유정/탈북민·드림학교 고2 : "진짜 전쟁이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괜히 많은 분들이 희생해서. 그래도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북한과 남한, 둘 다 희생이 많았기 때문에 그분들의 슬픔을 공유해주고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느낌만 들었어요."]

먼 나라의 지나간 역사로만 보일 것 같은 푸른 눈의 미국 학생들에게도 6.25 전쟁은 낯설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6.25전쟁의 참전 용사였다는 라이언에게 새로 발견된 유해는 할아버지의 동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엄숙해집니다.

[라이언 필드/미국 머서대학교 1학년 : "할아버지는 그 시절 이야기는 잘 안 해 주셨어요. 하지만 미국에 돌아가면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그 당시에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더 알고 싶어요.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지만, 와서 더 배우고 나서 보니 하루 빨리 평화가 오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다양한 경험을 돕기위해 시작됐던 교류 프로그램.

이제는 어느덧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한반도 역사 인식에도 한 발 다가선 느낌인데요.

이 작은 교류가 훗날 더 넓은 만남을 일궈내고 모두가 바라는 평화의 길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