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농성 중 ‘DNA 정보’ 채취된 노동자…“검찰, 정보 삭제하라” 소송

파업 농성을 벌이다 검찰로부터 유전자 정보(DNA)를 채취당한 한 노동자가 대검찰청을 상대로 DNA 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전국금속노조 KEC지회 등과 함께 대검찰청을 상대로 "DNA 정보 삭제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민변에 따르면 반도체 부품업체 KEC 소속 노동자였던 H씨는 2015년 노사 분쟁 당시 공장점거 농성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에서 DNA 감식 시료 채취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당시 채취 대상이 된 KEC 노조원은 H씨를 포함해 모두 48명이었습니다.

H씨를 비롯한 KEC 노동자들은 검찰이 DNA를 강압적으로 채취했다며 2016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이들은 DNA 감식 시료 채취 영장 발부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불복 절차를 두지 않은 DNA 법 제8조가 위헌이라는 취지였습니다.

헌재는 지난해 8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문제의 조항을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의 결정 후 H씨는 대검찰청에 본인의 DNA 신원확인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삭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결국 대검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행 DNA법은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원에서 무죄나 면소 등을 확정받은 경우, 구속 피의자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경우 등 일부 사유에 한해서만 DNA 정보 삭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변은 오늘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수년에 걸쳐 파업 노동자와 시민사회 활동가 등에 대해 위법성의 정도와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DNA를 채취해왔다"며 "이는 DNA 채취 대상자를 범죄 수사나 예방의 객체로만 취급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H씨의 경우처럼 채취 요건을 구비하지 않았거나 절차 규정을 위반해 DNA 정보가 보관된 경우, 국가는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삭제가 필요한 경우엔 관련 규정을 두어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