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에너지 정책’ 확정됐지만…문제없나?

입력 2019.06.18 (18:07) 수정 2019.06.18 (18: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204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대계를 그릴 정부 정책이 이달 들어 확정됐습니다.

전력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고, 석탄 발전은 줄인다는 게 핵심인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어, 실행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렸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데요.

산업과학부 손서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손 기자, 먼저 이번에 확정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인데요.

3차 계획은 올해부터 2040년까지 우리나라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비전과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체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40년 최대 30~35%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7%대라고 하는데, 사실 순수한 의미의 태양이나 풍력 발전만 따지면 훨씬 낮은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지금보다 4배 이상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다른 발전부문은 줄여야겠죠.

이를 위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겠다는 원칙까지는 이번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앵커]

사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도 석탄발전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계속 해왔잖아요.

한 걸음 더 나간 내용이 담긴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수명이 다 돼가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바로 폐쇄할지 연장할지,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어디서 어떻게 늘릴지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드는데 참여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75명의 민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8개월 동안 논의를 해왔습니다.

다섯 개 분야, 총괄, 수요, 공급 그리고 갈등·관리와 산업·일자리로 전문가들을 나눴는데요.

그런데 논의된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최종 확정된 계획으로 나오는 게 전부이고,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회의록 등은 공개가 안 됩니다.

시민 대상 공청회도 지역별로 한 번씩 지난 8개월 동안 다섯 차례 한 게 전부입니다.

이런 밀실 논의가 에너지 정책의 불신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워킹그룹에 참여한 위원들 정보도 깜깜인데, 취재해보니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 이를테면 한전이나 발전사의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들도 많았다고요?

[기자]

네,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워킹그룹 위원들의 용역 자료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75명 가운데 34명이 전력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한전과 발전사 등이 발주한 용역 과제를 수행했는데, 240억 원에 달합니다.

한 대학교수는 용역 29건을 수행하며 24억 원을 받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문비 명목으로만 2억여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의 객관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들어보시죠.

[유승직/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 "용역이라는 것이 발주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겹치기 자문도 문제입니다.

주요 전력 정책 관련 위원회 7개 가운데 2개 이상 참여한 위원이 14명이나 됐습니다.

[앵커]

산업통상자원부는 왜 그동안 이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자료를 공개할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위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불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워킹그룹 내부에선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발전사 용역을 많이 수행한 일부 위원들의 입김이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는 건데요.

이들이 논의를 주도하며 발전 관계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3천 4백여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데요.

갈 길이 바쁜 상황인데, 이번 계획에선 당초 예정됐던 석탄 화력발전 감축의 구체적인 목표는 빠졌습니다.

[김주진/워킹그룹 위원 : "3천4백만 톤 이슈는 충남이나 경남에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얼마나 빨리 폐쇄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일부 발전사들에는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 대전환의 밑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크게 바뀐 건 없는 셈이죠.

[앵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여러 위원회 가운데, 유독 전력 분야가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요?

[기자]

네, 예를 들면 원자력 부문의 경우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래픽을 볼까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년 이내 관련 사업체에서 일했거나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한 경우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관련 위원회에는 관련 내용이 없고, 용역 내용도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서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국회에서도 법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어떤 사업을 했는지 최근 3년간 실적 등을 제출하고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포인트 경제] ‘에너지 정책’ 확정됐지만…문제없나?
    • 입력 2019-06-18 18:13:59
    • 수정2019-06-18 18:27:48
    통합뉴스룸ET
[앵커]

204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대계를 그릴 정부 정책이 이달 들어 확정됐습니다.

전력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고, 석탄 발전은 줄인다는 게 핵심인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어, 실행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렸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데요.

산업과학부 손서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손 기자, 먼저 이번에 확정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인데요.

3차 계획은 올해부터 2040년까지 우리나라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비전과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체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40년 최대 30~35%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7%대라고 하는데, 사실 순수한 의미의 태양이나 풍력 발전만 따지면 훨씬 낮은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지금보다 4배 이상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다른 발전부문은 줄여야겠죠.

이를 위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겠다는 원칙까지는 이번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앵커]

사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도 석탄발전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계속 해왔잖아요.

한 걸음 더 나간 내용이 담긴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수명이 다 돼가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바로 폐쇄할지 연장할지,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어디서 어떻게 늘릴지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드는데 참여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75명의 민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8개월 동안 논의를 해왔습니다.

다섯 개 분야, 총괄, 수요, 공급 그리고 갈등·관리와 산업·일자리로 전문가들을 나눴는데요.

그런데 논의된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최종 확정된 계획으로 나오는 게 전부이고,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회의록 등은 공개가 안 됩니다.

시민 대상 공청회도 지역별로 한 번씩 지난 8개월 동안 다섯 차례 한 게 전부입니다.

이런 밀실 논의가 에너지 정책의 불신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워킹그룹에 참여한 위원들 정보도 깜깜인데, 취재해보니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 이를테면 한전이나 발전사의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들도 많았다고요?

[기자]

네,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워킹그룹 위원들의 용역 자료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75명 가운데 34명이 전력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한전과 발전사 등이 발주한 용역 과제를 수행했는데, 240억 원에 달합니다.

한 대학교수는 용역 29건을 수행하며 24억 원을 받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문비 명목으로만 2억여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의 객관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들어보시죠.

[유승직/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 "용역이라는 것이 발주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겹치기 자문도 문제입니다.

주요 전력 정책 관련 위원회 7개 가운데 2개 이상 참여한 위원이 14명이나 됐습니다.

[앵커]

산업통상자원부는 왜 그동안 이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자료를 공개할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위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불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워킹그룹 내부에선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발전사 용역을 많이 수행한 일부 위원들의 입김이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는 건데요.

이들이 논의를 주도하며 발전 관계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3천 4백여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데요.

갈 길이 바쁜 상황인데, 이번 계획에선 당초 예정됐던 석탄 화력발전 감축의 구체적인 목표는 빠졌습니다.

[김주진/워킹그룹 위원 : "3천4백만 톤 이슈는 충남이나 경남에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얼마나 빨리 폐쇄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일부 발전사들에는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 대전환의 밑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크게 바뀐 건 없는 셈이죠.

[앵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여러 위원회 가운데, 유독 전력 분야가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요?

[기자]

네, 예를 들면 원자력 부문의 경우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래픽을 볼까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년 이내 관련 사업체에서 일했거나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한 경우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관련 위원회에는 관련 내용이 없고, 용역 내용도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서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국회에서도 법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어떤 사업을 했는지 최근 3년간 실적 등을 제출하고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