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사기 결혼’에 우는 파키스탄 여성들

입력 2019.06.19 (10:47) 수정 2019.06.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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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중국 남성과 파키스탄 여성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해, 결혼을 알선하는 것처럼 속여 여성들을 인신매매 조직에 넘기는 일당들이 있는데요.

사기 결혼에 눈물 흘린 파키스탄 여성들, 지구촌 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파키스탄 동부 파이살라바드에서 행복한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중개로 만났다는 중국인 남편과 파키스탄인 신부는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혼인 서약서에 서명도 하고 성경책에 두 손을 올리고 결혼 서약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이 결혼은 전부 거짓이었습니다.

한 달도 안 돼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친정으로 돌아온 나타샤 마시는 끔찍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나타샤 마시/사기 결혼 피해자 : "그들은 늘 술에 취해 저를 성폭력했고, 폭력을 일삼았어요. 항상 두 세명의 남자가 같았고, 그 다음엔 다른 남자들을 데려오곤 했어요. 그들과 성 관계를 하라고 명령하면서요."]

남편은 부자 기독교인이 아니었을뿐더러, 자신은 파키스탄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조직에 넘겨진 것이었는데요.

사실을 깨닫고 떠나려 하자 남편은 그녀를 겁박했습니다.

[나타샤 마시/사기 결혼 피해자 : "그(중국인 남편)는 저를 때리며 조롱했어요. 그는 내 여권을 뺏어들며 "네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파키스탄에서 내가 샀고, 당신은 내거야. 나의 재산이야!" 라며 소리쳤어요."]

나타샤는 한 교회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교회의 목사와 교인들은 오랫동안 사기 결혼을 가장한 인신매매의 증거를 찾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파루 마시/목사‧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 : "'그들을 체포할 증거가 없다'고 연방수사국이 말했어요. 증거를 찾기 위해 우리는 교통망을 파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고, 위장 결혼도 준비했어요."]

파루 마시 목사와 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중국 남성에 시집보내는 식으로 지난 한 해에만 천명 가량의 파키스탄 여성들이 팔려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중국의 결혼 적령기 남성은 신부를 찾기 위해 국외로 눈을 돌리고, 파키스탄의 가난한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중국행을 택하며, 최근 양국 간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남성은 여성의 가족에게 수천 달러가량을 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브로커를 통해 돈을 내고 여성을 소개받아 결혼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문제는 종교 등 조건을 속여 결혼하거나, 심지어 나타샤처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입니다.

파키스탄 구지란왈라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던 수미라도 지난해 7월 가족들에게 떠밀려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밤 수미라를 어딘가로 데려갔고, 그 곳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수미라/사기 결혼 피해자 : "결혼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 형제들에게 '나를 왜 팔았는지, 나를 파는 대가로 얼마를 받았냐'고 소리쳤어요."]

운좋게 무사히 파키스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수미라는 아직 중국에 붙잡혀 있는 소녀들의 탈출을 돕고 있습니다.

[수미라/사기 결혼 피해자 : "저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또다시 그런 일을 못 하도록 저는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전에 제게 희망이 있었던 것처럼, 미래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달, 파키스탄 수사당국은 사기 결혼에 가담한 중국인과 파키스탄인 일당을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파키스탄 내 중국대사관은 범죄에 맞서는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파키스탄 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받는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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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사기 결혼’에 우는 파키스탄 여성들
    • 입력 2019-06-19 11:01:50
    • 수정2019-06-19 11:31:28
    지구촌뉴스
[앵커]

최근 중국 남성과 파키스탄 여성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해, 결혼을 알선하는 것처럼 속여 여성들을 인신매매 조직에 넘기는 일당들이 있는데요.

사기 결혼에 눈물 흘린 파키스탄 여성들, 지구촌 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파키스탄 동부 파이살라바드에서 행복한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중개로 만났다는 중국인 남편과 파키스탄인 신부는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혼인 서약서에 서명도 하고 성경책에 두 손을 올리고 결혼 서약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이 결혼은 전부 거짓이었습니다.

한 달도 안 돼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친정으로 돌아온 나타샤 마시는 끔찍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나타샤 마시/사기 결혼 피해자 : "그들은 늘 술에 취해 저를 성폭력했고, 폭력을 일삼았어요. 항상 두 세명의 남자가 같았고, 그 다음엔 다른 남자들을 데려오곤 했어요. 그들과 성 관계를 하라고 명령하면서요."]

남편은 부자 기독교인이 아니었을뿐더러, 자신은 파키스탄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조직에 넘겨진 것이었는데요.

사실을 깨닫고 떠나려 하자 남편은 그녀를 겁박했습니다.

[나타샤 마시/사기 결혼 피해자 : "그(중국인 남편)는 저를 때리며 조롱했어요. 그는 내 여권을 뺏어들며 "네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파키스탄에서 내가 샀고, 당신은 내거야. 나의 재산이야!" 라며 소리쳤어요."]

나타샤는 한 교회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교회의 목사와 교인들은 오랫동안 사기 결혼을 가장한 인신매매의 증거를 찾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파루 마시/목사‧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 : "'그들을 체포할 증거가 없다'고 연방수사국이 말했어요. 증거를 찾기 위해 우리는 교통망을 파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고, 위장 결혼도 준비했어요."]

파루 마시 목사와 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중국 남성에 시집보내는 식으로 지난 한 해에만 천명 가량의 파키스탄 여성들이 팔려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중국의 결혼 적령기 남성은 신부를 찾기 위해 국외로 눈을 돌리고, 파키스탄의 가난한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중국행을 택하며, 최근 양국 간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남성은 여성의 가족에게 수천 달러가량을 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브로커를 통해 돈을 내고 여성을 소개받아 결혼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문제는 종교 등 조건을 속여 결혼하거나, 심지어 나타샤처럼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입니다.

파키스탄 구지란왈라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던 수미라도 지난해 7월 가족들에게 떠밀려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밤 수미라를 어딘가로 데려갔고, 그 곳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수미라/사기 결혼 피해자 : "결혼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 형제들에게 '나를 왜 팔았는지, 나를 파는 대가로 얼마를 받았냐'고 소리쳤어요."]

운좋게 무사히 파키스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수미라는 아직 중국에 붙잡혀 있는 소녀들의 탈출을 돕고 있습니다.

[수미라/사기 결혼 피해자 : "저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또다시 그런 일을 못 하도록 저는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전에 제게 희망이 있었던 것처럼, 미래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달, 파키스탄 수사당국은 사기 결혼에 가담한 중국인과 파키스탄인 일당을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파키스탄 내 중국대사관은 범죄에 맞서는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파키스탄 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받는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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