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정신과 치료까지…끝나지 않은 ‘학교 폭력’ 트라우마

입력 2019.06.19 (12:28) 수정 2019.06.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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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학창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입을 통해 뒤늦게 폭로되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다시 떠오르는 당시의 기억, 졸업한 이후에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27살인 박 모 씨.

고등학교 졸업 7년이 지났지만 학교 주변을 걷는 건 여전히 힘듭니다.

[박 모 씨/학교폭력 피해자 : "기억 자체가 썩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테두리 역할을 잘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박 씨는 2011년 고3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학교를 가기는 가지만 살아남으러 가는 느낌? 쉬는 시간이 제일 무서웠거든요."]

가해자는 같은 반과 옆 반 5명, 나머지는 모두 방관자였습니다.

당시 박 씨가 적은 노트.

에어컨을 고장 낸 것 아니냐며 괜히 트집을 잡고 책상을 불편한 거로 바꿔놨다고 적혀있습니다.

어떤 날은 '뺨 맞음' '공 맞음'으로 기록돼 있고, '우리 반에 내 편이 없다'고도 쓰여있습니다.

이런 날이 하루 수차례씩, 몇 달간 이어졌습니다.

["(의지할) 사람들은 없었고, 애들끼리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수능을 앞두고 열린 학교폭력위원회, 아무런 징계 없이 끝이 났습니다.

박 씨의 트라우마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생각을 잘 안 하게끔 해주는 그런 약도 먹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했지만, 또 그게 놔뒀을 때 어느 순간에는 계속 문득문득 생각이 나고."]

["교생실습했던 (가해자) 애가 이번에 임용고시를 봐서 선생님이 됐다는 확실한 얘기를 들어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만 아파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가해자는 제대로 멀쩡히 살아있는데 분명 피해자는 어딘가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고, 상처를 볼 때마다 계속 그 생각이 나거든요."]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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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에 정신과 치료까지…끝나지 않은 ‘학교 폭력’ 트라우마
    • 입력 2019-06-19 12:30:21
    • 수정2019-06-19 12: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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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학창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입을 통해 뒤늦게 폭로되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다시 떠오르는 당시의 기억, 졸업한 이후에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27살인 박 모 씨.

고등학교 졸업 7년이 지났지만 학교 주변을 걷는 건 여전히 힘듭니다.

[박 모 씨/학교폭력 피해자 : "기억 자체가 썩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테두리 역할을 잘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박 씨는 2011년 고3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학교를 가기는 가지만 살아남으러 가는 느낌? 쉬는 시간이 제일 무서웠거든요."]

가해자는 같은 반과 옆 반 5명, 나머지는 모두 방관자였습니다.

당시 박 씨가 적은 노트.

에어컨을 고장 낸 것 아니냐며 괜히 트집을 잡고 책상을 불편한 거로 바꿔놨다고 적혀있습니다.

어떤 날은 '뺨 맞음' '공 맞음'으로 기록돼 있고, '우리 반에 내 편이 없다'고도 쓰여있습니다.

이런 날이 하루 수차례씩, 몇 달간 이어졌습니다.

["(의지할) 사람들은 없었고, 애들끼리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수능을 앞두고 열린 학교폭력위원회, 아무런 징계 없이 끝이 났습니다.

박 씨의 트라우마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생각을 잘 안 하게끔 해주는 그런 약도 먹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했지만, 또 그게 놔뒀을 때 어느 순간에는 계속 문득문득 생각이 나고."]

["교생실습했던 (가해자) 애가 이번에 임용고시를 봐서 선생님이 됐다는 확실한 얘기를 들어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만 아파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가해자는 제대로 멀쩡히 살아있는데 분명 피해자는 어딘가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고, 상처를 볼 때마다 계속 그 생각이 나거든요."]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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