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異)판결]⑤ 13세 여중생과의 성관계는 무죄일까
입력 2019.06.24 (07:00)
수정 2019.06.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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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10세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대폭 감형받은 30대 보습학원 원장 사건은 이제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에서 내려진 징역 3년형에 대해 30대 보습학원 원장과 검찰이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학원장은 지난해 4월 채팅앱으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에서 소녀에게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성폭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학원장은 “A양이 13세를 넘은 줄 알았고, 합의하에 있었던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1심은 폭행·협박을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형량을 3년으로 대폭 낮췄다.
2심도 유죄는 인정했다. 그러나 13세 미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강간(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적용하지 않고, 형법 305조를 적용했다. 이는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간음한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한 것이다. 선고 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까지 배포했다.
2심 재판부는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1심은 A양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학원장이 자신을 누른 채로 성행위를 했다고 자신의 엄마에게 말한 부분을 증거로 인정해,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를 전문증거(傳聞證據)로 봐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증거란 본인이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로 간접적으로 법원에 보고하는 증거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녀 어머니의 진술을 전문증거로 배척한 상태에서 2심은 경찰 조사에서 녹화된 A양의 녹화물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영상만으로 학원장이 몸을 누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A양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참석이 어렵다고 해 결국 학원장에 대한 폭행·협박은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명이다.
형량은 적정했나
법조계에서도 이 판결에 대한 비판이 많다. 전문증거에 관한 판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원장에 대한 비난 정도를 생각할 때 법정형 중 가장 낮은 3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건전한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세에 불과한 소녀를, 술을 먹여 성관계한 혐의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법원이 사실관계와 법리검토에 충실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10대 초반의 아이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있을까.
소녀 집에 들어간 40대 남성
올 초 대전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12세 초등학교 소녀와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 사건이었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대전에서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소녀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고심에 빠졌다. 형법 305조에 따른 의제 강간이 이 사건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소녀가 자신이 14세였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도 성관계 상대방인 미성년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고심 끝에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적용했고, 판사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판사는 “피고인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소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비록 소녀를 14세로 알았다 해도 이런 피해가 덜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30대 학원장 사건
그렇다면 13세를 넘긴 중학생과의 성관계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것도 합의하에 하면 법적 처벌이 안 될까.
지난해 4월 한 경남 지역 도시에서는 30대 학원장이 여중생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여학생 부모가 우연히 학원에 왔다가 봤고,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학원장은 2018년 2월부터 2달간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원생들이 귀가한 뒤 한밤중에 이 여중생을 학원 교무실로 불러 30여 차례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진술했다. 학생은 13세를 넘긴 여중생이었다.
경찰은 고심 끝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재판에서 학원장 측은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3세가 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경우, 미성년자 의제 강간 적용대상을 13세 미만으로 정한 형법 취지와 반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학원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상태이던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법원은 “아직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없는 10대 초반 여중생과 성행위를 한 것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학원장이 전과가 없고 구금이 계속되면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원장의 행위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가족 부양 등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해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학원장은 피해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주장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학원장 사건
13세를 넘긴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을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고 있다. 대구 40대 학원장 사건을 보자.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 Q(48)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15세 중3 여학생과 학원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여중생과 학부모는 Q씨가 원치 않던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Q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사건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 Q 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당초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였던 어머니는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을 지켜보고선 눈물을 흘렸다.
30대 여강사 사건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 Z 씨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Z 씨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Z 씨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2017년 당시 이 판결이 나오자 네티즌들은 “징역 6개월은 너무 약한 처벌”이라며 “성별이 바뀌어도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겠느냐”는 비판 글을 많이 올렸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
여중생과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내려진 경우가 연예기획사 사장 사건이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 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 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 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결국 J 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는 편지를 건넸다”며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이런 판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성인이 13세가 넘는 어린 학생과 성관계한 것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유죄판결을 적극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하지만 집행유예 결정이 적지 않고, 형량도 6개월~3년 정도여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도 많다. 2017년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학교 전담 경찰관(스쿨폴리스)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더욱이 연예기획사 사건처럼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이유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면죄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아예 미성년자 의제 강간 대상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5~16세로 올려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10세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대폭 감형받은 30대 보습학원 원장 사건은 이제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에서 내려진 징역 3년형에 대해 30대 보습학원 원장과 검찰이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학원장은 지난해 4월 채팅앱으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에서 소녀에게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성폭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학원장은 “A양이 13세를 넘은 줄 알았고, 합의하에 있었던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1심은 폭행·협박을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형량을 3년으로 대폭 낮췄다.
2심도 유죄는 인정했다. 그러나 13세 미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강간(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적용하지 않고, 형법 305조를 적용했다. 이는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간음한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한 것이다. 선고 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까지 배포했다.
2심 재판부는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1심은 A양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학원장이 자신을 누른 채로 성행위를 했다고 자신의 엄마에게 말한 부분을 증거로 인정해,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를 전문증거(傳聞證據)로 봐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증거란 본인이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로 간접적으로 법원에 보고하는 증거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녀 어머니의 진술을 전문증거로 배척한 상태에서 2심은 경찰 조사에서 녹화된 A양의 녹화물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영상만으로 학원장이 몸을 누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A양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참석이 어렵다고 해 결국 학원장에 대한 폭행·협박은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명이다.
형량은 적정했나
법조계에서도 이 판결에 대한 비판이 많다. 전문증거에 관한 판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원장에 대한 비난 정도를 생각할 때 법정형 중 가장 낮은 3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건전한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세에 불과한 소녀를, 술을 먹여 성관계한 혐의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법원이 사실관계와 법리검토에 충실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10대 초반의 아이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있을까.
소녀 집에 들어간 40대 남성
올 초 대전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12세 초등학교 소녀와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 사건이었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대전에서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소녀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고심에 빠졌다. 형법 305조에 따른 의제 강간이 이 사건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소녀가 자신이 14세였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도 성관계 상대방인 미성년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고심 끝에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적용했고, 판사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판사는 “피고인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소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비록 소녀를 14세로 알았다 해도 이런 피해가 덜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30대 학원장 사건
그렇다면 13세를 넘긴 중학생과의 성관계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것도 합의하에 하면 법적 처벌이 안 될까.
지난해 4월 한 경남 지역 도시에서는 30대 학원장이 여중생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여학생 부모가 우연히 학원에 왔다가 봤고,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학원장은 2018년 2월부터 2달간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원생들이 귀가한 뒤 한밤중에 이 여중생을 학원 교무실로 불러 30여 차례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진술했다. 학생은 13세를 넘긴 여중생이었다.
경찰은 고심 끝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재판에서 학원장 측은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3세가 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경우, 미성년자 의제 강간 적용대상을 13세 미만으로 정한 형법 취지와 반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학원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상태이던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법원은 “아직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없는 10대 초반 여중생과 성행위를 한 것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학원장이 전과가 없고 구금이 계속되면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원장의 행위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가족 부양 등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해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학원장은 피해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주장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학원장 사건
13세를 넘긴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을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고 있다. 대구 40대 학원장 사건을 보자.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 Q(48)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15세 중3 여학생과 학원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여중생과 학부모는 Q씨가 원치 않던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Q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사건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 Q 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당초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였던 어머니는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을 지켜보고선 눈물을 흘렸다.
30대 여강사 사건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 Z 씨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Z 씨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Z 씨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2017년 당시 이 판결이 나오자 네티즌들은 “징역 6개월은 너무 약한 처벌”이라며 “성별이 바뀌어도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겠느냐”는 비판 글을 많이 올렸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
여중생과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내려진 경우가 연예기획사 사장 사건이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 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 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 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결국 J 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는 편지를 건넸다”며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이런 판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성인이 13세가 넘는 어린 학생과 성관계한 것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유죄판결을 적극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하지만 집행유예 결정이 적지 않고, 형량도 6개월~3년 정도여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도 많다. 2017년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학교 전담 경찰관(스쿨폴리스)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더욱이 연예기획사 사건처럼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이유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면죄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아예 미성년자 의제 강간 대상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5~16세로 올려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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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6-24 07: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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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10세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대폭 감형받은 30대 보습학원 원장 사건은 이제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에서 내려진 징역 3년형에 대해 30대 보습학원 원장과 검찰이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학원장은 지난해 4월 채팅앱으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에서 소녀에게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성폭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학원장은 “A양이 13세를 넘은 줄 알았고, 합의하에 있었던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1심은 폭행·협박을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형량을 3년으로 대폭 낮췄다.
2심도 유죄는 인정했다. 그러나 13세 미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강간(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적용하지 않고, 형법 305조를 적용했다. 이는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간음한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한 것이다. 선고 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까지 배포했다.
2심 재판부는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1심은 A양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학원장이 자신을 누른 채로 성행위를 했다고 자신의 엄마에게 말한 부분을 증거로 인정해,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를 전문증거(傳聞證據)로 봐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증거란 본인이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로 간접적으로 법원에 보고하는 증거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녀 어머니의 진술을 전문증거로 배척한 상태에서 2심은 경찰 조사에서 녹화된 A양의 녹화물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영상만으로 학원장이 몸을 누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A양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참석이 어렵다고 해 결국 학원장에 대한 폭행·협박은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명이다.
형량은 적정했나
법조계에서도 이 판결에 대한 비판이 많다. 전문증거에 관한 판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원장에 대한 비난 정도를 생각할 때 법정형 중 가장 낮은 3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건전한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세에 불과한 소녀를, 술을 먹여 성관계한 혐의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법원이 사실관계와 법리검토에 충실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10대 초반의 아이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있을까.
소녀 집에 들어간 40대 남성
올 초 대전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12세 초등학교 소녀와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 사건이었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대전에서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소녀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고심에 빠졌다. 형법 305조에 따른 의제 강간이 이 사건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소녀가 자신이 14세였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도 성관계 상대방인 미성년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고심 끝에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적용했고, 판사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판사는 “피고인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소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비록 소녀를 14세로 알았다 해도 이런 피해가 덜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30대 학원장 사건
그렇다면 13세를 넘긴 중학생과의 성관계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것도 합의하에 하면 법적 처벌이 안 될까.
지난해 4월 한 경남 지역 도시에서는 30대 학원장이 여중생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여학생 부모가 우연히 학원에 왔다가 봤고,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학원장은 2018년 2월부터 2달간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원생들이 귀가한 뒤 한밤중에 이 여중생을 학원 교무실로 불러 30여 차례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진술했다. 학생은 13세를 넘긴 여중생이었다.
경찰은 고심 끝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재판에서 학원장 측은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3세가 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경우, 미성년자 의제 강간 적용대상을 13세 미만으로 정한 형법 취지와 반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학원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상태이던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법원은 “아직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없는 10대 초반 여중생과 성행위를 한 것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학원장이 전과가 없고 구금이 계속되면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원장의 행위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가족 부양 등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해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학원장은 피해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주장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학원장 사건
13세를 넘긴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을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고 있다. 대구 40대 학원장 사건을 보자.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 Q(48)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15세 중3 여학생과 학원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여중생과 학부모는 Q씨가 원치 않던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Q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사건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 Q 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당초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였던 어머니는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을 지켜보고선 눈물을 흘렸다.
30대 여강사 사건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 Z 씨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Z 씨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Z 씨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2017년 당시 이 판결이 나오자 네티즌들은 “징역 6개월은 너무 약한 처벌”이라며 “성별이 바뀌어도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겠느냐”는 비판 글을 많이 올렸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
여중생과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내려진 경우가 연예기획사 사장 사건이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 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 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 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결국 J 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는 편지를 건넸다”며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이런 판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성인이 13세가 넘는 어린 학생과 성관계한 것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유죄판결을 적극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하지만 집행유예 결정이 적지 않고, 형량도 6개월~3년 정도여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도 많다. 2017년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학교 전담 경찰관(스쿨폴리스)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더욱이 연예기획사 사건처럼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이유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면죄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아예 미성년자 의제 강간 대상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5~16세로 올려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10세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대폭 감형받은 30대 보습학원 원장 사건은 이제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에서 내려진 징역 3년형에 대해 30대 보습학원 원장과 검찰이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학원장은 지난해 4월 채팅앱으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에서 소녀에게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성폭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학원장은 “A양이 13세를 넘은 줄 알았고, 합의하에 있었던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1심은 폭행·협박을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형량을 3년으로 대폭 낮췄다.
2심도 유죄는 인정했다. 그러나 13세 미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강간(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적용하지 않고, 형법 305조를 적용했다. 이는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간음한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한 것이다. 선고 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까지 배포했다.
2심 재판부는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1심은 A양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학원장이 자신을 누른 채로 성행위를 했다고 자신의 엄마에게 말한 부분을 증거로 인정해,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를 전문증거(傳聞證據)로 봐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증거란 본인이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로 간접적으로 법원에 보고하는 증거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녀 어머니의 진술을 전문증거로 배척한 상태에서 2심은 경찰 조사에서 녹화된 A양의 녹화물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영상만으로 학원장이 몸을 누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A양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참석이 어렵다고 해 결국 학원장에 대한 폭행·협박은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명이다.
형량은 적정했나
법조계에서도 이 판결에 대한 비판이 많다. 전문증거에 관한 판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학원장에 대한 비난 정도를 생각할 때 법정형 중 가장 낮은 3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건전한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세에 불과한 소녀를, 술을 먹여 성관계한 혐의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법원이 사실관계와 법리검토에 충실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10대 초반의 아이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고 있을까.
소녀 집에 들어간 40대 남성
올 초 대전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은 12세 초등학교 소녀와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 사건이었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대전에서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소녀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고심에 빠졌다. 형법 305조에 따른 의제 강간이 이 사건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소녀가 자신이 14세였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도 성관계 상대방인 미성년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고심 끝에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적용했고, 판사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판사는 “피고인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소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비록 소녀를 14세로 알았다 해도 이런 피해가 덜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30대 학원장 사건
그렇다면 13세를 넘긴 중학생과의 성관계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것도 합의하에 하면 법적 처벌이 안 될까.
지난해 4월 한 경남 지역 도시에서는 30대 학원장이 여중생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여학생 부모가 우연히 학원에 왔다가 봤고,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학원장은 2018년 2월부터 2달간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원생들이 귀가한 뒤 한밤중에 이 여중생을 학원 교무실로 불러 30여 차례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진술했다. 학생은 13세를 넘긴 여중생이었다.
경찰은 고심 끝에 아동복지법을 적용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재판에서 학원장 측은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3세가 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경우, 미성년자 의제 강간 적용대상을 13세 미만으로 정한 형법 취지와 반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학원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상태이던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법원은 “아직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없는 10대 초반 여중생과 성행위를 한 것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학원장이 전과가 없고 구금이 계속되면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원장의 행위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가족 부양 등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해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학원장은 피해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주장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0대 학원장 사건
13세를 넘긴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을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고 있다. 대구 40대 학원장 사건을 보자.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 Q(48)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15세 중3 여학생과 학원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여중생과 학부모는 Q씨가 원치 않던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Q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사건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 Q 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당초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였던 어머니는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을 지켜보고선 눈물을 흘렸다.
30대 여강사 사건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 Z 씨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Z 씨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Z 씨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2017년 당시 이 판결이 나오자 네티즌들은 “징역 6개월은 너무 약한 처벌”이라며 “성별이 바뀌어도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겠느냐”는 비판 글을 많이 올렸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
여중생과 성관계를 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내려진 경우가 연예기획사 사장 사건이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 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 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 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결국 J 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는 편지를 건넸다”며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이런 판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성인이 13세가 넘는 어린 학생과 성관계한 것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유죄판결을 적극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하지만 집행유예 결정이 적지 않고, 형량도 6개월~3년 정도여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도 많다. 2017년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학교 전담 경찰관(스쿨폴리스)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더욱이 연예기획사 사건처럼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이유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면죄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아예 미성년자 의제 강간 대상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5~16세로 올려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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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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