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건강 챙기는 ‘디지털 헬스 케어’

입력 2019.06.29 (22:23) 수정 2019.06.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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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이 정한 국민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복지 국가 핀란드.

요즘은 인구 고령화가 국가적 고민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선 가장 추세가 빠르고, 우리나라보다 약간 앞선 상황이라는데요.

핀란드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홍석우 순회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즈막한 건물이 즐비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입니다.

한 건물 안에서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들이 노인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타르야 히에타니에미/간호사 : "오늘 아침 기분은 어떠세요? (지금 커피 마시며 아침 보내고 있어요.) 샌드위치도 드셨어요? 약을 드셨는지 한 번 체크해보실래요? (한 번 볼까요...)"]

헬싱키 시에서 위탁을 받은 업체가 원격 간호를 하는 겁니다.

시에 등록된 만성 질환 노인은 800여 명.

간호사들은 24시간 돌아가며 노인 한 명당 하루 열 번 이상 건강 체크를 합니다.

[한나 함마라이나/헬싱키 서비스 센터 플래너 : "간호사들은 가정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업무량이 줄고, 고객도 아침에 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할 때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죠."]

핀란드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을 돌보는 건 지자체가 해야하는 공공 서비스입니다.

간호사가 의무적으로 가정 방문을 할 때 드는 비용은 한 번에 45유로.

원격 의료가 가능하게 법을 바꾼 이후에는 비용이 5유로, 85%나 줄었습니다.

헬싱키 시는 지난해 120억 원 가량의 세금을 절감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원격 의료가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유카 라헤스마/핀란드 사회보건부 노인 전문 담당관 : "이미 많은 곳에서 노인들을 위한 원격 가정 의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고 노인들이 만족하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기 힘든 헬싱키 외곽의 시골 마을.

원격 의료를 종종 이용한다는 70대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17년 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결혼했다는 79살 할아버지와 75살 할머니입니다.

[미카/79세 : "저는 항상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늘 써보고 싶어했습니다."]

할머니가 개인 아이디로 접속한 사이트는 '칸타'.

핀란드 국민 550만 명의 의료 개인정보를 모아놓은 정부의 빅데이터 포털입니다.

언제 어느 병원에 갔고, 무슨 약을 처방 받았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리타/75세 : "예전에는 (병원에) 직접 가야하는 등 복잡했는데 이젠 컴퓨터로 요청 버튼만 누르면사회보장 사무소에서 처방전이 도착했다고 메시지가 와요. 그 다음에 쉽게 약을 살 수가 있어요."]

노년엔 각종 질환이 많은데, 필요할 때마다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엑스 레이를 찍어 '칸타' 사이트에 넣어놓으면 어느 병원에 가서도 기록을 꺼내 공유할 수 있습니다.

'칸타'에 입력된 건강 기록은 원할 경우 운전면허 발급이나 사회 복지 서비스와도 공유됩니다.

의사와 대면하지 않고도 전자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살 수 있는 건 전 국민이 다 해당됩니다.

'칸타'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만 65세 미만이 50%, 만 65세 이상이 37%로 노년층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헬싱키 대학 아동병원을 찾았습니다.

헬싱키 이런 대학 병원부터 소규모 개인병원까지 핀란드에선 모든 국민들의 의료정보가 공유됩니다.

국민 의료복지 향상이냐 개인정보 유출 우려나. 핀란드 정부는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선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원격 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야리 페타야/헬싱키 아동병원 전문의 : "예를 들어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볼 때 환자의 부모 중 한 명이 다른 곳에 있다면, 영상을 화면에 띄우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에 관해 환자와 의사, 부모가 원격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의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핀란드 정부는 꾸준하게 대화와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2007년 관련 법을 개정했고, 2013년 인구가 희박한 외곽 지역부터 원격 의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민간 병원까지 참여했습니다.

[파비 실라노키/핀란드 사회보건부 차관 : "지난 10년간 의료 기록 관리를 통해,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와 개인정보 데이터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지금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관리하는 독립적인 생활 방식 또한 노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또다른 비법입니다.

71살인 이 할머니는 2년 전 '코티사타마'라고 불리는 이 공동주택에 들어왔습니다.

개인 공간은 홀로 사용하되, 도서관이나 식당, 사우나 등은 63세대가 함께 쓰는 형태입니다.

[카리나/71세 : "이곳은 식당이자 연회장입니다. 여기서 식사도 하고 파티도 열지요."]

이 곳의 70~80대 노인들은 별도의 도우미 없이 서로 규칙을 정해서 공동 식사와 세탁 등 자립생활을 합니다.

노인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소규모 체육활동을 하는 것도 핀란드에선 익숙한 풍경입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사우나 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핀란드는 내년이면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6%에 달할만큼 유럽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랍니다.

노년층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지 않고 보편적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는 방법.

핀란드는 그 답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찾고 있습니다.

헬싱키에서 홍석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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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건강 챙기는 ‘디지털 헬스 케어’
    • 입력 2019-06-29 22:37:46
    • 수정2019-06-29 22: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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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이 정한 국민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복지 국가 핀란드.

요즘은 인구 고령화가 국가적 고민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선 가장 추세가 빠르고, 우리나라보다 약간 앞선 상황이라는데요.

핀란드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홍석우 순회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즈막한 건물이 즐비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입니다.

한 건물 안에서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들이 노인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타르야 히에타니에미/간호사 : "오늘 아침 기분은 어떠세요? (지금 커피 마시며 아침 보내고 있어요.) 샌드위치도 드셨어요? 약을 드셨는지 한 번 체크해보실래요? (한 번 볼까요...)"]

헬싱키 시에서 위탁을 받은 업체가 원격 간호를 하는 겁니다.

시에 등록된 만성 질환 노인은 800여 명.

간호사들은 24시간 돌아가며 노인 한 명당 하루 열 번 이상 건강 체크를 합니다.

[한나 함마라이나/헬싱키 서비스 센터 플래너 : "간호사들은 가정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업무량이 줄고, 고객도 아침에 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할 때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죠."]

핀란드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을 돌보는 건 지자체가 해야하는 공공 서비스입니다.

간호사가 의무적으로 가정 방문을 할 때 드는 비용은 한 번에 45유로.

원격 의료가 가능하게 법을 바꾼 이후에는 비용이 5유로, 85%나 줄었습니다.

헬싱키 시는 지난해 120억 원 가량의 세금을 절감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원격 의료가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유카 라헤스마/핀란드 사회보건부 노인 전문 담당관 : "이미 많은 곳에서 노인들을 위한 원격 가정 의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고 노인들이 만족하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기 힘든 헬싱키 외곽의 시골 마을.

원격 의료를 종종 이용한다는 70대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17년 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결혼했다는 79살 할아버지와 75살 할머니입니다.

[미카/79세 : "저는 항상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늘 써보고 싶어했습니다."]

할머니가 개인 아이디로 접속한 사이트는 '칸타'.

핀란드 국민 550만 명의 의료 개인정보를 모아놓은 정부의 빅데이터 포털입니다.

언제 어느 병원에 갔고, 무슨 약을 처방 받았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리타/75세 : "예전에는 (병원에) 직접 가야하는 등 복잡했는데 이젠 컴퓨터로 요청 버튼만 누르면사회보장 사무소에서 처방전이 도착했다고 메시지가 와요. 그 다음에 쉽게 약을 살 수가 있어요."]

노년엔 각종 질환이 많은데, 필요할 때마다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엑스 레이를 찍어 '칸타' 사이트에 넣어놓으면 어느 병원에 가서도 기록을 꺼내 공유할 수 있습니다.

'칸타'에 입력된 건강 기록은 원할 경우 운전면허 발급이나 사회 복지 서비스와도 공유됩니다.

의사와 대면하지 않고도 전자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살 수 있는 건 전 국민이 다 해당됩니다.

'칸타'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만 65세 미만이 50%, 만 65세 이상이 37%로 노년층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헬싱키 대학 아동병원을 찾았습니다.

헬싱키 이런 대학 병원부터 소규모 개인병원까지 핀란드에선 모든 국민들의 의료정보가 공유됩니다.

국민 의료복지 향상이냐 개인정보 유출 우려나. 핀란드 정부는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선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원격 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야리 페타야/헬싱키 아동병원 전문의 : "예를 들어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볼 때 환자의 부모 중 한 명이 다른 곳에 있다면, 영상을 화면에 띄우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에 관해 환자와 의사, 부모가 원격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의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핀란드 정부는 꾸준하게 대화와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2007년 관련 법을 개정했고, 2013년 인구가 희박한 외곽 지역부터 원격 의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민간 병원까지 참여했습니다.

[파비 실라노키/핀란드 사회보건부 차관 : "지난 10년간 의료 기록 관리를 통해,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와 개인정보 데이터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지금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관리하는 독립적인 생활 방식 또한 노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또다른 비법입니다.

71살인 이 할머니는 2년 전 '코티사타마'라고 불리는 이 공동주택에 들어왔습니다.

개인 공간은 홀로 사용하되, 도서관이나 식당, 사우나 등은 63세대가 함께 쓰는 형태입니다.

[카리나/71세 : "이곳은 식당이자 연회장입니다. 여기서 식사도 하고 파티도 열지요."]

이 곳의 70~80대 노인들은 별도의 도우미 없이 서로 규칙을 정해서 공동 식사와 세탁 등 자립생활을 합니다.

노인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소규모 체육활동을 하는 것도 핀란드에선 익숙한 풍경입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사우나 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핀란드는 내년이면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6%에 달할만큼 유럽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랍니다.

노년층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지 않고 보편적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는 방법.

핀란드는 그 답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찾고 있습니다.

헬싱키에서 홍석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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