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할거냐? 하지마”…군 성폭력 고발했지만 2차 피해 고통

입력 2019.07.01 (21:27) 수정 2019.07.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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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우리 군 당국의 인식과 자세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안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군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 수사가 진행돼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일은 빈번합니다.

박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해군 부대에 전입한 여군 A 소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장인 B 소령의 부적절한 연락이 시작됐습니다.

술을 마시고 보고 싶다고 전화를 걸고, 데리러 오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지 못해 나간 술자리에선 음담패설도 들어야했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본인도 제가 불쾌했다는 걸 알았는지... '약간 19금 이야기야, 신고할거냐? 신고하지마' 이야기를 하고..."]

참다 못해 상담관에게 고충을 털어 놓았고, 조사가 곧바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부대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관심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쏟아졌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남성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쨌든 여성에 대해서 비난을 하기 쉬운 구조거든요. 그래서 약간 손가락질 받거나 특히 꽃뱀 취급 받는게 너무..."]

2차 피해가 심해지자 A소위는 어느 순간 가해자인 B소령의 행동을 이해해보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그런 생각으로 하지 않았을거야. 그분 그렇게 생각하실 사람 아니야. 약간 이렇게 고쳐먹지 않으면 도저히 지옥 같은 일상에서 버티기가 힘들더라고요."]

조사 끝에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B 소령은 현재 항고한 상태입니다.

군대 내 성폭력은 대부분 계급과 지위를 이용한 권력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실제 지난해 각 군 양성평등센터에 접수된 군대 성폭력 피해자의 2/3가 5년 미만의 여성 초급 간부였습니다.

군대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선 피해자가 두려움없이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 군대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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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할거냐? 하지마”…군 성폭력 고발했지만 2차 피해 고통
    • 입력 2019-07-01 21:30:09
    • 수정2019-07-01 22: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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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우리 군 당국의 인식과 자세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안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군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 수사가 진행돼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일은 빈번합니다.

박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해군 부대에 전입한 여군 A 소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장인 B 소령의 부적절한 연락이 시작됐습니다.

술을 마시고 보고 싶다고 전화를 걸고, 데리러 오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지 못해 나간 술자리에선 음담패설도 들어야했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본인도 제가 불쾌했다는 걸 알았는지... '약간 19금 이야기야, 신고할거냐? 신고하지마' 이야기를 하고..."]

참다 못해 상담관에게 고충을 털어 놓았고, 조사가 곧바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부대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관심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쏟아졌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남성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쨌든 여성에 대해서 비난을 하기 쉬운 구조거든요. 그래서 약간 손가락질 받거나 특히 꽃뱀 취급 받는게 너무..."]

2차 피해가 심해지자 A소위는 어느 순간 가해자인 B소령의 행동을 이해해보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A 소위/음성변조 : "그런 생각으로 하지 않았을거야. 그분 그렇게 생각하실 사람 아니야. 약간 이렇게 고쳐먹지 않으면 도저히 지옥 같은 일상에서 버티기가 힘들더라고요."]

조사 끝에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B 소령은 현재 항고한 상태입니다.

군대 내 성폭력은 대부분 계급과 지위를 이용한 권력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실제 지난해 각 군 양성평등센터에 접수된 군대 성폭력 피해자의 2/3가 5년 미만의 여성 초급 간부였습니다.

군대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선 피해자가 두려움없이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 군대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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