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의 원산지 단속 강화

입력 2019.07.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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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트럼프 美대통령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 거론
미중 무역전쟁 '핵심우회로'…"베트남 경제 기회"
베트남, 중국산->베트남산 원산지 위조 단속 강화
베트남-EU FTA 체결…올해 6.7% 경제 성장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과 같은 장소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G20 참석 전,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로 베트남을 거론하며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G20 미·중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관심 있게 전하며 베트남 경제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발 빠르게 보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지 기업에 대한 공안부의 수사 내용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혐의는 '원산지 위조'입니다. '착취자'로 언급된 베트남 정부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베트남 가전업체 ‘아산조’의 TV제조 공장베트남 가전업체 ‘아산조’의 TV제조 공장

베트남 'Made in China->Vietnam' 부품 원산지 위조 단속 강화

지난주, 현지 언론은 베트남 공안부의 브리핑을 생중계했습니다. 사전 보도 검열이 엄격한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부 부처의 발표를 온라인 생중계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정부가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26일 르엉 땀 꽝 공안부 국장은 한 기업에 대해 원산지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업체는 현지 TV 업계 4위인 베트남 기업 아산조(Asanzo)입니다. 앞서, '뚜오이체'의 보도로 관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뚜오이체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20여 기업들이 중국산을 베트남산으로 라벨을 위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아산조 기업은 중국 원산지 증명서가 있는 부품의 라벨을 제거하고 베트남산 라벨을 부착하는 수법을 썼다고 폭로했습니다. 베트남 재무부의 밀수위조적발부서 또한 공안부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아산조 "부품이 아닌 완제품에 '베트남산' 라벨 부착"

아산조 기업 팜 반 탐 회장은 언론의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중국산 부품에 베트남산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았고, 완제품을 생산한 뒤에 원산지 스티커를 단 한 번 부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팜 회장은 "완제품의 70%를 차지하는 메인보드, 패널, 스크린 3개의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플라스틱 덮개나 리모컨 등은 현지 베트남 기업이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첨단산업협회는 아산조 생산품에 부착했던 '첨단제품인증' 발급을 즉각 철회했고, 현지 유통대리점들도 아산조제품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팜반탐 아산조 회장팜반탐 아산조 회장

공안부의 아산조 기업 수사 개시 발표 1주일 전인 지난달 20일, 베트남 정부는 원산지 위조에 대한 적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레 티 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산으로 원산지를 위조한 수출품에 대해서 강력하게 단속하고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발표 이후 첫 수사 대상이 된 아산조 기업에 대해 현지 수출입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언급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 G20 지켜본 속내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원산지 위조를 공개적으로 단속하고 나선 배경을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설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 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과 같은 장소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지만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로 베트남을 거론하며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미·중 정상은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응웬 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응웬 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이자 가장 높은 수출성장률을 유지하는 시장입니다. 지난해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395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베트남 통계총국은 올 1~5개월 동안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226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대미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전화기 및 부품 수출은 109% 증가, 전자, 컴퓨터 및 부품 수출은 58.4%, 섬유·의류 제품은 9% 순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흑자의 이유를 베트남이 중국의 수출 우회로일 가능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핵심 우회로' 베트남의 원산지 단속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미국의 고관세를 피하기 위한 '핵심우회로'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습니다. 쯔엉 티 찌 베트남 소재부품협회 회장은 "최근 북미, 캐나다, 일본, 한국, EU 등에서 베트남 소재부품 기업을 물색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쯔엉 회장은 "미·중 무역 전쟁은 베트남 기업들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매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어느 정도 이 추이를 인정하는 모양새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 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원산지 위조는 베트남의 제품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단속 강화에 나섰습니다. 베트남 세관은 농산물, 철강 등 10여 종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산인 것처럼 생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나쁜 착취자' 발언 이틀 후, 베트남 정부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베트남 레 티 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은 미국과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두 나라의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제적 관계를 증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베트남과 EU는 자유무역협정 협약식을 가졌다지난달 30일 베트남과 EU는 자유무역협정 협약식을 가졌다

무역전쟁 반사이익 기대 베트남, 경제 성장세 지속 전망

베트남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습니다. FTA가 발효되면 7년 안에 모든 상품의 관세가 철폐됩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 공인회계사협회(ICAEW)는 베트남을 동남아 내에서도 경제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선정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해 10년 만의 최고치 경제성장률인 7.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협회는 올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6.7%로 예상했습니다. 경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는 베트남 국립사무소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6.5~6.9%로 전망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7,000개 넘는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의 경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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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의 원산지 단속 강화
    • 입력 2019-07-02 07:02:33
    특파원 리포트
트럼프 美대통령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 거론 <br />미중 무역전쟁 '핵심우회로'…"베트남 경제 기회" <br />베트남, 중국산->베트남산 원산지 위조 단속 강화 <br />베트남-EU FTA 체결…올해 6.7% 경제 성장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과 같은 장소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G20 참석 전,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로 베트남을 거론하며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G20 미·중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관심 있게 전하며 베트남 경제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발 빠르게 보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지 기업에 대한 공안부의 수사 내용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혐의는 '원산지 위조'입니다. '착취자'로 언급된 베트남 정부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베트남 가전업체 ‘아산조’의 TV제조 공장
베트남 'Made in China->Vietnam' 부품 원산지 위조 단속 강화

지난주, 현지 언론은 베트남 공안부의 브리핑을 생중계했습니다. 사전 보도 검열이 엄격한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부 부처의 발표를 온라인 생중계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정부가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26일 르엉 땀 꽝 공안부 국장은 한 기업에 대해 원산지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업체는 현지 TV 업계 4위인 베트남 기업 아산조(Asanzo)입니다. 앞서, '뚜오이체'의 보도로 관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뚜오이체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20여 기업들이 중국산을 베트남산으로 라벨을 위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아산조 기업은 중국 원산지 증명서가 있는 부품의 라벨을 제거하고 베트남산 라벨을 부착하는 수법을 썼다고 폭로했습니다. 베트남 재무부의 밀수위조적발부서 또한 공안부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아산조 "부품이 아닌 완제품에 '베트남산' 라벨 부착"

아산조 기업 팜 반 탐 회장은 언론의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중국산 부품에 베트남산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았고, 완제품을 생산한 뒤에 원산지 스티커를 단 한 번 부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팜 회장은 "완제품의 70%를 차지하는 메인보드, 패널, 스크린 3개의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플라스틱 덮개나 리모컨 등은 현지 베트남 기업이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첨단산업협회는 아산조 생산품에 부착했던 '첨단제품인증' 발급을 즉각 철회했고, 현지 유통대리점들도 아산조제품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팜반탐 아산조 회장
공안부의 아산조 기업 수사 개시 발표 1주일 전인 지난달 20일, 베트남 정부는 원산지 위조에 대한 적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레 티 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산으로 원산지를 위조한 수출품에 대해서 강력하게 단속하고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발표 이후 첫 수사 대상이 된 아산조 기업에 대해 현지 수출입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언급 '가장 나쁜 착취자' 베트남 G20 지켜본 속내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원산지 위조를 공개적으로 단속하고 나선 배경을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설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 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과 같은 장소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지만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로 베트남을 거론하며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미·중 정상은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응웬 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이자 가장 높은 수출성장률을 유지하는 시장입니다. 지난해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395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베트남 통계총국은 올 1~5개월 동안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226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대미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전화기 및 부품 수출은 109% 증가, 전자, 컴퓨터 및 부품 수출은 58.4%, 섬유·의류 제품은 9% 순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흑자의 이유를 베트남이 중국의 수출 우회로일 가능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핵심 우회로' 베트남의 원산지 단속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미국의 고관세를 피하기 위한 '핵심우회로'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습니다. 쯔엉 티 찌 베트남 소재부품협회 회장은 "최근 북미, 캐나다, 일본, 한국, EU 등에서 베트남 소재부품 기업을 물색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쯔엉 회장은 "미·중 무역 전쟁은 베트남 기업들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매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어느 정도 이 추이를 인정하는 모양새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 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원산지 위조는 베트남의 제품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단속 강화에 나섰습니다. 베트남 세관은 농산물, 철강 등 10여 종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산인 것처럼 생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나쁜 착취자' 발언 이틀 후, 베트남 정부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베트남 레 티 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은 미국과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두 나라의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제적 관계를 증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베트남과 EU는 자유무역협정 협약식을 가졌다
무역전쟁 반사이익 기대 베트남, 경제 성장세 지속 전망

베트남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습니다. FTA가 발효되면 7년 안에 모든 상품의 관세가 철폐됩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 공인회계사협회(ICAEW)는 베트남을 동남아 내에서도 경제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선정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해 10년 만의 최고치 경제성장률인 7.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협회는 올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6.7%로 예상했습니다. 경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는 베트남 국립사무소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6.5~6.9%로 전망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7,000개 넘는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의 경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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