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짓는다더니…마을 황폐화

입력 2019.07.02 (07:40) 수정 2019.07.02 (08: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10여 년 전, 경남의 한 산골에 대규모 리조트 사업이 추진됐는데요.

이주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사업자가 주민들이 살던 땅을 사들였지만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무산됐습니다.

개발도 백지화되고, 땅마저 없어진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황폐해진 마을에 방치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열세 가구가 사는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

창호지가 찢어지고 지붕이 부서진 빈집들이 골목마다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집도 낡기는 마찬가지, 80년이 넘은 집은 천장 곳곳에 비가 샌 흔적이 뚜렷하고 지붕과 기둥도 썩어들어 갑니다.

낡은 축사는 폭우에 폭삭 무너졌습니다.

[경남 함양군 대황마을 주민 : "겨울 되면 춥기도 추운데, (집을) 수리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고. 개발지구로 묶여 있으니까 풀어줘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형편이지만 새집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14년 전, 이 일대 9백만여 ㎡에 7천억 원 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추진되면서 마을 땅이 사업자에게 팔린 겁니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이주 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땅을 판 뒤 낡은 집에서 버텨왔지만 리조트 개발 계획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난해 취소됐습니다.

개발구역에 묶인 10여 년 동안 새집 짓기나 마을 정비를 할 수 없었는데, 개발이 취소된 뒤에도 땅이 사업자 소유라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윤종승/경남 함양군 대황마을 이장 : "십몇 년간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절망이죠, 절망. 집터라도 사서 새로 깨끗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계약상 사업이 취소되면 주민들에게 땅을 되팔도록 하는 환매 조항이 있지만 유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이마저 어렵습니다.

[김대현/경남 함양군 홍보담당 : "사업 기간이 너무 오래돼서 사실상 환매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회사 측과 최대한 조율해서 환매가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이 황폐해졌지만 주민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리조트 짓는다더니…마을 황폐화
    • 입력 2019-07-02 07:46:51
    • 수정2019-07-02 08:07:28
    뉴스광장
[앵커]

10여 년 전, 경남의 한 산골에 대규모 리조트 사업이 추진됐는데요.

이주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사업자가 주민들이 살던 땅을 사들였지만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무산됐습니다.

개발도 백지화되고, 땅마저 없어진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황폐해진 마을에 방치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열세 가구가 사는 경남 함양의 산골 마을.

창호지가 찢어지고 지붕이 부서진 빈집들이 골목마다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집도 낡기는 마찬가지, 80년이 넘은 집은 천장 곳곳에 비가 샌 흔적이 뚜렷하고 지붕과 기둥도 썩어들어 갑니다.

낡은 축사는 폭우에 폭삭 무너졌습니다.

[경남 함양군 대황마을 주민 : "겨울 되면 춥기도 추운데, (집을) 수리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고. 개발지구로 묶여 있으니까 풀어줘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형편이지만 새집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14년 전, 이 일대 9백만여 ㎡에 7천억 원 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추진되면서 마을 땅이 사업자에게 팔린 겁니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이주 마을을 만드는 조건으로 땅을 판 뒤 낡은 집에서 버텨왔지만 리조트 개발 계획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난해 취소됐습니다.

개발구역에 묶인 10여 년 동안 새집 짓기나 마을 정비를 할 수 없었는데, 개발이 취소된 뒤에도 땅이 사업자 소유라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윤종승/경남 함양군 대황마을 이장 : "십몇 년간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절망이죠, 절망. 집터라도 사서 새로 깨끗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계약상 사업이 취소되면 주민들에게 땅을 되팔도록 하는 환매 조항이 있지만 유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이마저 어렵습니다.

[김대현/경남 함양군 홍보담당 : "사업 기간이 너무 오래돼서 사실상 환매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회사 측과 최대한 조율해서 환매가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이 황폐해졌지만 주민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