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 힘들다” 호소에도 농업용 전선 2.8km ‘싹뚝’

입력 2019.07.03 (19:26) 수정 2019.07.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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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민들이 논이나 밭에서 농기계를 작동시킬 때 쓰는 농업용 전선을 상습적으로 끊어가 고물상에 팔아 넘긴 절도범이 구속됐습니다.

"제발 가져 가지 말아달라"는 연로한 농부의 호소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요.

김유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 66살 목창환 씨.

모내기를 앞둔 지난 5월 초, 논에 나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논에 물을 대려고 양수기를 작동시키려 했는데, 전신주와 연결된 전선이 사라진 겁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하루가 꼬박 걸려 100미터 가량 되는 전선을 다시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며칠 지나지 않아 전선은 또 끊어졌고,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전선을 도둑 맞았습니다.

[목창환/피해 농민 : "진짜 황당했었죠. 아침 한 8시에 나와서 물을 돌려 놓으려고 그랬더니 안 되길래 쳐다보니까 이렇게 끊어져 있어서 진짜 난감했죠."]

인근 마을의 70대 농민도, 8번째라며 늙은이를 봐서 제발 잘라가지 말라는 하소연을 적어놨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범행 현장은 모두 인적이 드물고, CCTV 조차 없는 들판 한 가운데, 경찰은 일주일 동안 잠복을 벌인 끝에 절도 현장에서 49살 A씨를 붙잡아 구속했습니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 일대에서 두달 사이 29차례에 걸쳐 2.8㎞나 되는 농업용 전선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종수/경기 화성서부경찰서 강력3팀장 : "피의자가 전선을 위주로 (절도를) 했던 것은 (일반) 고철값에 비해 (구리)전선이 네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경찰을 농번기에 농자재 등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소액 피해라도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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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이 힘들다” 호소에도 농업용 전선 2.8km ‘싹뚝’
    • 입력 2019-07-03 19:28:25
    • 수정2019-07-03 19: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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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민들이 논이나 밭에서 농기계를 작동시킬 때 쓰는 농업용 전선을 상습적으로 끊어가 고물상에 팔아 넘긴 절도범이 구속됐습니다.

"제발 가져 가지 말아달라"는 연로한 농부의 호소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요.

김유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 66살 목창환 씨.

모내기를 앞둔 지난 5월 초, 논에 나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논에 물을 대려고 양수기를 작동시키려 했는데, 전신주와 연결된 전선이 사라진 겁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하루가 꼬박 걸려 100미터 가량 되는 전선을 다시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며칠 지나지 않아 전선은 또 끊어졌고,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전선을 도둑 맞았습니다.

[목창환/피해 농민 : "진짜 황당했었죠. 아침 한 8시에 나와서 물을 돌려 놓으려고 그랬더니 안 되길래 쳐다보니까 이렇게 끊어져 있어서 진짜 난감했죠."]

인근 마을의 70대 농민도, 8번째라며 늙은이를 봐서 제발 잘라가지 말라는 하소연을 적어놨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범행 현장은 모두 인적이 드물고, CCTV 조차 없는 들판 한 가운데, 경찰은 일주일 동안 잠복을 벌인 끝에 절도 현장에서 49살 A씨를 붙잡아 구속했습니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 일대에서 두달 사이 29차례에 걸쳐 2.8㎞나 되는 농업용 전선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종수/경기 화성서부경찰서 강력3팀장 : "피의자가 전선을 위주로 (절도를) 했던 것은 (일반) 고철값에 비해 (구리)전선이 네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경찰을 농번기에 농자재 등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소액 피해라도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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