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 vs 못 빼…상임위원장 뭐길래

입력 2019.07.11 (08:07) 수정 2019.07.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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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공세로 자유한국당 연일 분주하죠.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그런가 싶었는데요.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9일 : "윤석열 후보자의 거짓말을 결정적으로 국민들께 알렸다는 점에서..."]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9일 : "이거 누가 나눠주시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이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뭐하는 거야, 지금.)"]

네,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회의장에 누군가 문건을 돌리기 시작한 건데요.

작성자는 박순자 의원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가장 '알짜'로 통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내용을 보니, "자신은 상임위원장 나누기에 합의한 적 없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장직을 놓고 지금 한국당 내부에서 자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먼저 지키려는 쪽! 박순자 현 국토교통위원장이고요.

내놓라는 쪽, 홍문표 의원입니다.

아시다시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원칙적으로 임기가 2년입니다.

하지만 이거 서로 하겠다고 나서다보니 언제부턴가 2년을 반으로 나눠 1년 씩 돌아가면서 하는 게 관례가 돼버렸습니다.

박순자 위원장에게도 바로 그 상황이 닥친 겁니다.

하지만 박 위원장, 먼저 이렇게 쐐기를 박습니다.

[박순자/국회국토교통위원원장/8일 : "작년 국토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나왔을 때부터 저에게 위원장 임기가 1년이라고 말해준 분은 없습니다."]

박 위원장의 이런 주장과 달리, 남은 1년을 이어서 하기로 했던 홍문표 의원 한마디로 기가 막힌단 반응입니다.

어지간하면 같은 당이고 해서 좋게 좋게 하려했는데 끝내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보시면요, 박 의원을 향해 '막무가내' '버티기' '몽니' '떼쓰기' 등등 거친 표현은 다 갖다 썼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당 지도부가 나섰습니다.

박 의원의 버티기 모드에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박순자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백히 당의 기강에 관한 문제입니다. 실질적으로 당에 매우 유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박 의원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지역구 최대 현안인 신안산선, 그러니까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뻥 뚫리는 이 철도 착공식에 국토위원장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냐, 아니면 모양새 좋게 위원장직을 인수 인계 할 것이냐, 고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며칠 전 박 의원 못잖게 홍역을 치르고 예산결산위원장 자리를 꿰찬 김재원 의원 박 의원에게 이렇게 훈수를 둡니다.

[김재원/자유한국당 의원 : "아직도 버티는 거야?"]

[박순자/자유한국당 의원 : "당연한 걸 가지고 왜 그래?"]

[김재원/자유한국당 의원 : "고래 힘줄처럼 한 번 버텨봐."]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상임위원장 대체 어떤 자리길래 이렇게 복잡한 수 싸움을 벌이는 걸까요.

지난해 상임위원장 몫의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됐지만 금전적 혜택 그 이상의 권한이 있습니다.

우선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여야간 민감한 법안 심사와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평의원보다 대우도 달라집니다.

당장 국회 본관에 위원장실이 따로 생기고 비서실과 회의실, 공간이 몇 배는 커집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모두 18자리인데요.

대학에도 인기 학과가 있듯이, 국토부 농림부 산업부 등 소관 예산이 큰 곳이 인기 상임위로 꼽힙니다.

특히 국토위원장에 배정되면 지역신문 1면 톱에 실리기도 합니다.

막대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니 많은 의원들이 사활을 겁니다.

'파워'가 있는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엔 여야 모두 민감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 몫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자 그때도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요.

["양심있으면 놓고 가세요! 정보위원장직 내려놔라!"]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대표는 이 의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가냐"며 이른바 먹튀논란까지 벌어졌습니다.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벌어진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임기2년을못박고 경선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년도 채 안남은 총선 21대국회에선 좀달라질수 있을까요.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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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 빼 vs 못 빼…상임위원장 뭐길래
    • 입력 2019-07-11 08:09:58
    • 수정2019-07-11 09:05:07
    아침뉴스타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공세로 자유한국당 연일 분주하죠.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그런가 싶었는데요.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9일 : "윤석열 후보자의 거짓말을 결정적으로 국민들께 알렸다는 점에서..."]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9일 : "이거 누가 나눠주시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이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뭐하는 거야, 지금.)"]

네,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회의장에 누군가 문건을 돌리기 시작한 건데요.

작성자는 박순자 의원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가장 '알짜'로 통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내용을 보니, "자신은 상임위원장 나누기에 합의한 적 없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장직을 놓고 지금 한국당 내부에서 자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먼저 지키려는 쪽! 박순자 현 국토교통위원장이고요.

내놓라는 쪽, 홍문표 의원입니다.

아시다시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원칙적으로 임기가 2년입니다.

하지만 이거 서로 하겠다고 나서다보니 언제부턴가 2년을 반으로 나눠 1년 씩 돌아가면서 하는 게 관례가 돼버렸습니다.

박순자 위원장에게도 바로 그 상황이 닥친 겁니다.

하지만 박 위원장, 먼저 이렇게 쐐기를 박습니다.

[박순자/국회국토교통위원원장/8일 : "작년 국토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나왔을 때부터 저에게 위원장 임기가 1년이라고 말해준 분은 없습니다."]

박 위원장의 이런 주장과 달리, 남은 1년을 이어서 하기로 했던 홍문표 의원 한마디로 기가 막힌단 반응입니다.

어지간하면 같은 당이고 해서 좋게 좋게 하려했는데 끝내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보시면요, 박 의원을 향해 '막무가내' '버티기' '몽니' '떼쓰기' 등등 거친 표현은 다 갖다 썼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당 지도부가 나섰습니다.

박 의원의 버티기 모드에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박순자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백히 당의 기강에 관한 문제입니다. 실질적으로 당에 매우 유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박 의원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지역구 최대 현안인 신안산선, 그러니까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뻥 뚫리는 이 철도 착공식에 국토위원장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냐, 아니면 모양새 좋게 위원장직을 인수 인계 할 것이냐, 고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며칠 전 박 의원 못잖게 홍역을 치르고 예산결산위원장 자리를 꿰찬 김재원 의원 박 의원에게 이렇게 훈수를 둡니다.

[김재원/자유한국당 의원 : "아직도 버티는 거야?"]

[박순자/자유한국당 의원 : "당연한 걸 가지고 왜 그래?"]

[김재원/자유한국당 의원 : "고래 힘줄처럼 한 번 버텨봐."]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상임위원장 대체 어떤 자리길래 이렇게 복잡한 수 싸움을 벌이는 걸까요.

지난해 상임위원장 몫의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됐지만 금전적 혜택 그 이상의 권한이 있습니다.

우선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여야간 민감한 법안 심사와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평의원보다 대우도 달라집니다.

당장 국회 본관에 위원장실이 따로 생기고 비서실과 회의실, 공간이 몇 배는 커집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모두 18자리인데요.

대학에도 인기 학과가 있듯이, 국토부 농림부 산업부 등 소관 예산이 큰 곳이 인기 상임위로 꼽힙니다.

특히 국토위원장에 배정되면 지역신문 1면 톱에 실리기도 합니다.

막대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니 많은 의원들이 사활을 겁니다.

'파워'가 있는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엔 여야 모두 민감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 몫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자 그때도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요.

["양심있으면 놓고 가세요! 정보위원장직 내려놔라!"]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대표는 이 의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가냐"며 이른바 먹튀논란까지 벌어졌습니다.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벌어진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임기2년을못박고 경선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년도 채 안남은 총선 21대국회에선 좀달라질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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