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골 먹고 터뜨린 첫 골…제2의 우생순

입력 2019.07.17 (08:19) 수정 2019.07.17 (08: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금 보시는 사진은 어제 우리나라 수구 여자대표팀의 환호하는 장면입니다.

서로 얼싸안고 울고, 웃고, 누가 봐도 이건 우승한 팀의 모습인데요, 이날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의 스코어는 1대 30, 완패였습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에게 이 한 골은 눈물을 쏟기 충분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지난 14일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0대 64로 대패한 뒤 맞은 두 번째 경기였습니다.

0 대 64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큰 골 차란 기록마저 세웠습니다.

이렇게 첫 경기를 치른 수구대표팀의 목표는 '1승'이 아닌 '첫 골'이 됐습니다.

어제 러시아와의 경기 막판까지도 이 한 골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상대 골은 너무 쉽게 들어가는데 우리가 던진 공은 수비에 막히고 골대에 막히고 번번이 빗나갑니다.

어느 새 스코어는 0대 27 남은 시간 약 4분.

이렇게 끝나나 싶었을 때 기다렸던 첫 골이 터졌습니다.

경다슬 선수가 골대 오른쪽에서 러시아의 수비를 뚫고 던진 슛이 골문 오른쪽에 꽂혔습니다.

헝기리와 러시아와의 경기 총 91골을 먹은 끝에 나온 극적인 한 골이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대표팀은 이후에도 수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역사의 한 페이지는 완성됐습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대표팀/1호 골 득점자 :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해서 정말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제 인생에서 들어본 가장 큰 환호였어요."]

물 위의 핸드볼로 불리는 '수구', 사실 우리나라에는 여자팀은 없고 국가대표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최국이라 대회 출전권은 얻었는데 선수가 없어서 수영연맹이 급하게 선수를 모았습니다.

5월 말에야 선발전을 거쳐 팀이 결성됐고, 6월 2일 첫 훈련을 시작했으니 함께 손발을 맞춘 기간은 불과 40여 일.

선수 13명 가운데는 고교생이 9명, 중학생이 2명 평균 연령 17살입니다.

학교 수업을 피해 매일 새벽 5시 훈련을 했습니다.

훈련은 시작부터 좌충우돌이었습니다.

골키퍼 오희지는 연습 도중 공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고 손가락, 팔꿈치 부상에 어깨가 빠지는 선수도 속출했습니다.

연습할 상대가 없다보니 남자 고교 팀과 연습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불모지에 가깝지만 수구는 올림픽 공식 종목입니다.

출전 선수는 7명 경기는 8분씩 4쿼터로 진행됩니다.

선수 식별과 부상 방지를 위해 귀마개가 부착된 수구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한 팀은 흰색, 상대 팀은 청색, 골키퍼는 빨간 모자를 씁니다.

첫 골의 주인공이된 경다슬 선수는 강원체고 졸업반 평영 선수 출신입니다.

"골을 넣은 직후 관중석에 있는 엄마를 봤는데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처음 봤다", "헝가리 전 이후 50점만 내주는게 목표였는데 30점만 내줘서 기쁘다"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번 대회 심판 중 한 명인 디온 윌리스 씨는 역사적인 첫 골을 축하한다며 경다슬에게 기념품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이날 헝가리와의 1차전 때보다는 공수 양면에서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헝가리전에서 단 3개의 슛 시도에 그쳤던 한국은 이날 30차례나 슛을 쐈습니다.

그리고 천금같았던 대한민국 여자수구사상 첫골, 과거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쾌거, 우리생애최고의순간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오희지/여자 수구 대표팀 주장 : "저희 이번 목표는 일 승이 아니라 한 골이니까, 아직 많은 경기 남았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외롭게 걸었던 선수들은 1등이 아니어도 웃었습니다.

이들의 다음 경기는 내일 오후 7시 10분, 상대는 캐나다입니다.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91골 먹고 터뜨린 첫 골…제2의 우생순
    • 입력 2019-07-17 08:24:22
    • 수정2019-07-17 08:33:42
    아침뉴스타임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금 보시는 사진은 어제 우리나라 수구 여자대표팀의 환호하는 장면입니다.

서로 얼싸안고 울고, 웃고, 누가 봐도 이건 우승한 팀의 모습인데요, 이날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의 스코어는 1대 30, 완패였습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에게 이 한 골은 눈물을 쏟기 충분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지난 14일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0대 64로 대패한 뒤 맞은 두 번째 경기였습니다.

0 대 64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큰 골 차란 기록마저 세웠습니다.

이렇게 첫 경기를 치른 수구대표팀의 목표는 '1승'이 아닌 '첫 골'이 됐습니다.

어제 러시아와의 경기 막판까지도 이 한 골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상대 골은 너무 쉽게 들어가는데 우리가 던진 공은 수비에 막히고 골대에 막히고 번번이 빗나갑니다.

어느 새 스코어는 0대 27 남은 시간 약 4분.

이렇게 끝나나 싶었을 때 기다렸던 첫 골이 터졌습니다.

경다슬 선수가 골대 오른쪽에서 러시아의 수비를 뚫고 던진 슛이 골문 오른쪽에 꽂혔습니다.

헝기리와 러시아와의 경기 총 91골을 먹은 끝에 나온 극적인 한 골이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대표팀은 이후에도 수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역사의 한 페이지는 완성됐습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대표팀/1호 골 득점자 :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해서 정말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제 인생에서 들어본 가장 큰 환호였어요."]

물 위의 핸드볼로 불리는 '수구', 사실 우리나라에는 여자팀은 없고 국가대표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최국이라 대회 출전권은 얻었는데 선수가 없어서 수영연맹이 급하게 선수를 모았습니다.

5월 말에야 선발전을 거쳐 팀이 결성됐고, 6월 2일 첫 훈련을 시작했으니 함께 손발을 맞춘 기간은 불과 40여 일.

선수 13명 가운데는 고교생이 9명, 중학생이 2명 평균 연령 17살입니다.

학교 수업을 피해 매일 새벽 5시 훈련을 했습니다.

훈련은 시작부터 좌충우돌이었습니다.

골키퍼 오희지는 연습 도중 공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고 손가락, 팔꿈치 부상에 어깨가 빠지는 선수도 속출했습니다.

연습할 상대가 없다보니 남자 고교 팀과 연습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불모지에 가깝지만 수구는 올림픽 공식 종목입니다.

출전 선수는 7명 경기는 8분씩 4쿼터로 진행됩니다.

선수 식별과 부상 방지를 위해 귀마개가 부착된 수구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한 팀은 흰색, 상대 팀은 청색, 골키퍼는 빨간 모자를 씁니다.

첫 골의 주인공이된 경다슬 선수는 강원체고 졸업반 평영 선수 출신입니다.

"골을 넣은 직후 관중석에 있는 엄마를 봤는데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처음 봤다", "헝가리 전 이후 50점만 내주는게 목표였는데 30점만 내줘서 기쁘다"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번 대회 심판 중 한 명인 디온 윌리스 씨는 역사적인 첫 골을 축하한다며 경다슬에게 기념품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이날 헝가리와의 1차전 때보다는 공수 양면에서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헝가리전에서 단 3개의 슛 시도에 그쳤던 한국은 이날 30차례나 슛을 쐈습니다.

그리고 천금같았던 대한민국 여자수구사상 첫골, 과거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쾌거, 우리생애최고의순간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오희지/여자 수구 대표팀 주장 : "저희 이번 목표는 일 승이 아니라 한 골이니까, 아직 많은 경기 남았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외롭게 걸었던 선수들은 1등이 아니어도 웃었습니다.

이들의 다음 경기는 내일 오후 7시 10분, 상대는 캐나다입니다.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