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쓰레기’에 갇힌 로마…“건강 위협 수준”

입력 2019.07.17 (18:07) 수정 2019.07.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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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요즘 지구촌의 고민거리 하면 단연 '쓰레기 문제'를 빼놓을 수 없죠.

캐나다부터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는 이 문제로 벌써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검투사들이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콜로세움부터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트레비 분수까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적지인 이곳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맙니다.

해마다 2천7백만 명이 방문하는 이 도시가 최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인 관광객 : "정말 충격적입니다. 쓰레기를 왜 치우지 않는 거죠?"]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 것처럼, 거리 곳곳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상자, 페트병은 물론이고요.

침대 매트리스와 찢어진 우산까지 한데 뒤엉켜 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연신 쓸고 치워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앵커]

영상만 봐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답변]

네, 사실 로마의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문제는, 계속해서 더워지는 날씹니다.

로마는 현재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이 때문에, 거리에 방치된 쓰레기가 썩기 시작하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로마시 의사협회는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베르토 볼페/의사 : "쥐나 개, 또는 들고양이가 쓰레기를 통해 병균에 감염될 수 있는데요, 이들이 돌아다니면서 소변 등을 통해 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쓰레기 주변으로 쥐와 비둘기가 모여들고 있고, 심지어는 갈매기, 야생 멧돼지까지 출몰하고 있습니다.

[알레시아/로마 시민 : "저녁이 되면 악취가 너무 심해 외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반려견과 산책도 할 수 없다는 건 창피한 일입니다."]

[앵커]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지 못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답변]

로마시에서 한 해 평균 쏟아지는 쓰레기양만 해도 170만 톤에 달하는데요.

문제는 이를 수용할 쓰레기 처리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쓰레기 매립지 한 곳이 문을 닫은 이후, 현재 2곳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한 곳은 지난해 12월 불이 난 이후 여전히 복구 중이고, 나머지 한 곳은 사실상 파산 상태라 제때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로마시가 돈을 내고 오스트리아 등 인접 국가에 쓰레기를 일부 보내고는 있지만, 이 또한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전염병이라도 돈다면 정말 큰일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나오는 대책이 좀 있습니까?

[답변]

로마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마르코 카시아토레/로마 환경시정위원회장 : "지난 60년간 누적된 이 상황을 어떤 계획으로도 1년 안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립지 13곳이 새로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시 재정이 바닥난 지 오래인 데다, 중앙 정부 또한 GDP의 130%가 넘는 빚더미에 앉아 있습니다.

올 초, 로마시가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예산에 귀속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죠.

당시 가톨릭계와 여론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앵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와 악취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로마 시민들은 매년 세금을 내는데도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화면 보시면요.

로마 시민들이 가정 폐기물 처리를 위해 한 해에 내는 돈이 80만 원 정돕니다.

그런데 다른 도시와 비교해봤더니 월등히 많이 낸다는 걸 알 수 있죠.

세금은 제일 많이 내는데, 주거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후한 공공시설은 여전히 방치돼 있고, 도로에는 움푹 팬 구멍, 일명 포트홀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로산나/로마 시민 : "현재 로마는 세계 3, 4위 도시가 됐어요. 해결책이 없습니다. 라지 시장이 직접 여기 와서 조금이라도 걸어보면 알 거예요."]

라지 시장은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죠.

하지만 일각에선 라지 시장 취임 이후 로마의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비르지니아 라지/로마 시장 : "쓰레기 해외 반출 등의 방법을 포함, 말라그로타 매립장 폐쇄 이후 발생한 쓰레기 대란을 반드시 해결할 겁니다."]

지난주였죠.

로마시는 일단 거리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름 안에 치우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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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18:15:22
    • 수정2019-07-17 18:29:18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요즘 지구촌의 고민거리 하면 단연 '쓰레기 문제'를 빼놓을 수 없죠.

캐나다부터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는 이 문제로 벌써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검투사들이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콜로세움부터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트레비 분수까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적지인 이곳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맙니다.

해마다 2천7백만 명이 방문하는 이 도시가 최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인 관광객 : "정말 충격적입니다. 쓰레기를 왜 치우지 않는 거죠?"]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 것처럼, 거리 곳곳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상자, 페트병은 물론이고요.

침대 매트리스와 찢어진 우산까지 한데 뒤엉켜 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연신 쓸고 치워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앵커]

영상만 봐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답변]

네, 사실 로마의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문제는, 계속해서 더워지는 날씹니다.

로마는 현재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이 때문에, 거리에 방치된 쓰레기가 썩기 시작하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로마시 의사협회는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베르토 볼페/의사 : "쥐나 개, 또는 들고양이가 쓰레기를 통해 병균에 감염될 수 있는데요, 이들이 돌아다니면서 소변 등을 통해 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쓰레기 주변으로 쥐와 비둘기가 모여들고 있고, 심지어는 갈매기, 야생 멧돼지까지 출몰하고 있습니다.

[알레시아/로마 시민 : "저녁이 되면 악취가 너무 심해 외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반려견과 산책도 할 수 없다는 건 창피한 일입니다."]

[앵커]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지 못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답변]

로마시에서 한 해 평균 쏟아지는 쓰레기양만 해도 170만 톤에 달하는데요.

문제는 이를 수용할 쓰레기 처리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쓰레기 매립지 한 곳이 문을 닫은 이후, 현재 2곳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한 곳은 지난해 12월 불이 난 이후 여전히 복구 중이고, 나머지 한 곳은 사실상 파산 상태라 제때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로마시가 돈을 내고 오스트리아 등 인접 국가에 쓰레기를 일부 보내고는 있지만, 이 또한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전염병이라도 돈다면 정말 큰일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나오는 대책이 좀 있습니까?

[답변]

로마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마르코 카시아토레/로마 환경시정위원회장 : "지난 60년간 누적된 이 상황을 어떤 계획으로도 1년 안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립지 13곳이 새로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시 재정이 바닥난 지 오래인 데다, 중앙 정부 또한 GDP의 130%가 넘는 빚더미에 앉아 있습니다.

올 초, 로마시가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예산에 귀속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죠.

당시 가톨릭계와 여론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앵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와 악취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로마 시민들은 매년 세금을 내는데도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화면 보시면요.

로마 시민들이 가정 폐기물 처리를 위해 한 해에 내는 돈이 80만 원 정돕니다.

그런데 다른 도시와 비교해봤더니 월등히 많이 낸다는 걸 알 수 있죠.

세금은 제일 많이 내는데, 주거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후한 공공시설은 여전히 방치돼 있고, 도로에는 움푹 팬 구멍, 일명 포트홀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로산나/로마 시민 : "현재 로마는 세계 3, 4위 도시가 됐어요. 해결책이 없습니다. 라지 시장이 직접 여기 와서 조금이라도 걸어보면 알 거예요."]

라지 시장은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죠.

하지만 일각에선 라지 시장 취임 이후 로마의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비르지니아 라지/로마 시장 : "쓰레기 해외 반출 등의 방법을 포함, 말라그로타 매립장 폐쇄 이후 발생한 쓰레기 대란을 반드시 해결할 겁니다."]

지난주였죠.

로마시는 일단 거리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름 안에 치우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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