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70대 노인 살린 AED…“심쿵이를 기억해 주세요”

입력 2019.07.20 (10:09) 수정 2019.07.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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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오후 5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75살 조 모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던 조 할아버지가 편의점 직원과 물건값 계산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쓰러진 겁니다.

편의점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2분 뒤 인근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조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던 경찰관들은 심정지 상태임을 깨닫고 119에 신고 한 뒤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습니다.

심정지로 쓰러진 조 할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찰 (CCTV화면)심정지로 쓰러진 조 할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찰 (CCTV화면)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가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는 사이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소속 송한웅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송 경장은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뛰어갔습니다. 평소 출퇴근길에 지하철역에 비치된 AED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AED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온 송 경장은 조 할아버지의 가슴에 패드를 붙이고 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송 경장은 얼마 전 경찰서에서 교육받은 사용법이 생각나 당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10여 분 가까이 심폐소생술과 AED를 반복하는 사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조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연관기사] 편의점서 심정지 70대 AED가 살렸다…골든타임은 ‘4분’

심정지 골든타임인 '4분' 이내에 응급처치가 이뤄진 덕에 조 할아버지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조 할아버지가 입원한 서울 보라매병원에선 '응급처치 모범사례'로 뽑기도 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나를 살려준 심폐소생술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할아버지 살린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뭐길래?

자동심장충격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돌리는 기계입니다. 자동제세동기라고도 불리는데 이름만 들으면 전문 의료장비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작동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 안내가 도와줍니다. 그대로 따라 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단, 무작정 AED를 사용해선 안 됩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두드리면서 반응을 확인하고, 119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AED를 사용해야 합니다.

AED의 구체적인 작동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AED의 전원을 켜고 두 개의 패드를 가슴에 부착합니다. 오른쪽 가슴에 하나, 왼쪽 가슴 밑 부분에 하나를 각각 붙입니다. 부착이 끝나면 패드에 연결된 선을 AED에 연결합니다.

화면출처 : 서울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서울경찰’화면출처 : 서울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서울경찰’

이제 AED가 자동으로 환자의 심장 리듬을 분석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칫 다른 사람의 심장 리듬까지 분석해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정지 환자가 맞다면 제세동을 실시하라는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제세동 버튼을 눌러주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이후엔 환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AED를 4~6번가량 반복하면 됩니다. 무작정 AED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심폐소생술과 병행하는 것. 이것만 기억해두면 심정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주변에 AED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면 '응급 의료 포털' 웹사이트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치나 사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AED)..일명 '심쿵이'를 기억해주세요"

그럼에도 선뜻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용어 탓인 것 같습니다.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윤 센터장은 그래서 AED라는 딱딱한 용어보다 일반인도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심쿵이'로 부를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쓰러진 사람을 도우면 당신에게는 어떤 불이익도 없어요>라는 안내멘트도 붙이자고 말했습니다.

심정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건 무엇보다 '현장 응급처치'입니다. 환자가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4분'안에 심폐소생술과 AED를 사용하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심정지 환자에게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나 되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점점 낮아져 4분이 지나면 5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꾸준히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 보건소 등에서는 무료로 사용법을 교육해줍니다.

덕분에 일반인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지난 2008년 1.9%에서 2017년엔 21%까지 11배가량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환자 생존율도 2.5%에서 8.7%로 3.5배 높아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났다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는 심정지 환자를 보고 심폐소생술에 나설 수 있다면, 이 비율은 조금씩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기사를 읽었다면 꼭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배우시길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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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70대 노인 살린 AED…“심쿵이를 기억해 주세요”
    • 입력 2019-07-20 10:09:47
    • 수정2019-07-20 10:09:54
    취재후·사건후
지난달 21일 오후 5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75살 조 모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던 조 할아버지가 편의점 직원과 물건값 계산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쓰러진 겁니다.

편의점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2분 뒤 인근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조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던 경찰관들은 심정지 상태임을 깨닫고 119에 신고 한 뒤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습니다.

심정지로 쓰러진 조 할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찰 (CCTV화면)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가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는 사이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소속 송한웅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송 경장은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뛰어갔습니다. 평소 출퇴근길에 지하철역에 비치된 AED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AED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온 송 경장은 조 할아버지의 가슴에 패드를 붙이고 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송 경장은 얼마 전 경찰서에서 교육받은 사용법이 생각나 당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10여 분 가까이 심폐소생술과 AED를 반복하는 사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조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연관기사] 편의점서 심정지 70대 AED가 살렸다…골든타임은 ‘4분’

심정지 골든타임인 '4분' 이내에 응급처치가 이뤄진 덕에 조 할아버지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조 할아버지가 입원한 서울 보라매병원에선 '응급처치 모범사례'로 뽑기도 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나를 살려준 심폐소생술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할아버지 살린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뭐길래?

자동심장충격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돌리는 기계입니다. 자동제세동기라고도 불리는데 이름만 들으면 전문 의료장비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작동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 안내가 도와줍니다. 그대로 따라 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단, 무작정 AED를 사용해선 안 됩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두드리면서 반응을 확인하고, 119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AED를 사용해야 합니다.

AED의 구체적인 작동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AED의 전원을 켜고 두 개의 패드를 가슴에 부착합니다. 오른쪽 가슴에 하나, 왼쪽 가슴 밑 부분에 하나를 각각 붙입니다. 부착이 끝나면 패드에 연결된 선을 AED에 연결합니다.

화면출처 : 서울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서울경찰’
이제 AED가 자동으로 환자의 심장 리듬을 분석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칫 다른 사람의 심장 리듬까지 분석해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정지 환자가 맞다면 제세동을 실시하라는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제세동 버튼을 눌러주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이후엔 환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AED를 4~6번가량 반복하면 됩니다. 무작정 AED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심폐소생술과 병행하는 것. 이것만 기억해두면 심정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주변에 AED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면 '응급 의료 포털' 웹사이트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치나 사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AED)..일명 '심쿵이'를 기억해주세요"

그럼에도 선뜻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용어 탓인 것 같습니다.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윤 센터장은 그래서 AED라는 딱딱한 용어보다 일반인도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심쿵이'로 부를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쓰러진 사람을 도우면 당신에게는 어떤 불이익도 없어요>라는 안내멘트도 붙이자고 말했습니다.

심정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건 무엇보다 '현장 응급처치'입니다. 환자가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4분'안에 심폐소생술과 AED를 사용하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심정지 환자에게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나 되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점점 낮아져 4분이 지나면 5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꾸준히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 보건소 등에서는 무료로 사용법을 교육해줍니다.

덕분에 일반인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지난 2008년 1.9%에서 2017년엔 21%까지 11배가량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환자 생존율도 2.5%에서 8.7%로 3.5배 높아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났다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는 심정지 환자를 보고 심폐소생술에 나설 수 있다면, 이 비율은 조금씩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기사를 읽었다면 꼭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배우시길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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