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용서하면 찾아오는 희망…영화 ‘돈 워리’

입력 2019.07.20 (14:30) 수정 2019.07.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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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알코올중독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인한 전신 마비. 미국의 만화가 존 캘러핸(1951~2010)의 삶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돈 워리'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다. '굿 윌 헌팅'(1998), '엘리펀트'(2004) 등으로 잘 알려진 거스 밴 샌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존(호아킨 피닉스 분)은 알코올 중독자다. 그는 파티에서 만난 남자 덱스터(잭 블랙)와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가 된다. 휠체어 신세가 된 그는 술을 끊기로 결심하고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그곳에서 도니(조나 힐)를 만나게 돼 그가 후원하는 모임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존이 술을 끊기는 쉽지 않다. 그의 문제는 단순히 알코올 중독인 것이 아니라 그 알코올 중독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모에 대해 "아일랜드인, 빨간 머리, 선생님, 그리고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후 입양된 가정에서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갖고 있다.

도니와 함께 이를 극복하는 열두 단계를 밟아가면서 존은 주위 사람과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자원봉사자인 아누(루니 마라)와 연애도 시작한다.

큰 좌절에 빠진 한 인간의 극복기를 그리고 있지만, 관객이 존을 동정하거나 그에 공감하도록 끌고 가지는 않는다. 존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번개 같은 깨달음으로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듯 서서히, 그리고 비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은 극복한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상처가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전개 역시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중간중간 캘러핸이 그린 카툰이 삽입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 영화의 최대 반전 요소는 조나 힐이 연기한 도니다. 그는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마치 히피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불친절하고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사려 깊다. 등장인물 중 가장 입체적이다. 자신도 아픔을 겪고 있는 그는 존에게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것이 극복의 마지막 단계"라는 조언을 건넨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는 생전에 존 캘러핸의 자서전을 읽고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그는 거스 밴 샌트 감독과 '굿 윌 헌팅'을 촬영하고 있을 때 존 캘러핸 전기 영화의 감독이 되어주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영화 제작은 한동안 중단됐다. 호아킨 피닉스가 존 역으로 새롭게 캐스팅됐고 결국 '돈 워리'가 세상에 나왔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손을 떨면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가 존 캘러핸 역할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알 수 있다. 존이 휠체어를 타고 달리다 바닥에 뒹구는 장면 역시 호아킨 피닉스가 휠체어를 타고 가다 실제로 넘어졌다고 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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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용서하면 찾아오는 희망…영화 ‘돈 워리’
    • 입력 2019-07-20 14:30:05
    • 수정2019-07-20 14:31:28
    연합뉴스
고아, 알코올중독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인한 전신 마비. 미국의 만화가 존 캘러핸(1951~2010)의 삶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돈 워리'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다. '굿 윌 헌팅'(1998), '엘리펀트'(2004) 등으로 잘 알려진 거스 밴 샌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존(호아킨 피닉스 분)은 알코올 중독자다. 그는 파티에서 만난 남자 덱스터(잭 블랙)와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가 된다. 휠체어 신세가 된 그는 술을 끊기로 결심하고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그곳에서 도니(조나 힐)를 만나게 돼 그가 후원하는 모임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존이 술을 끊기는 쉽지 않다. 그의 문제는 단순히 알코올 중독인 것이 아니라 그 알코올 중독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모에 대해 "아일랜드인, 빨간 머리, 선생님, 그리고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후 입양된 가정에서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갖고 있다.

도니와 함께 이를 극복하는 열두 단계를 밟아가면서 존은 주위 사람과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자원봉사자인 아누(루니 마라)와 연애도 시작한다.

큰 좌절에 빠진 한 인간의 극복기를 그리고 있지만, 관객이 존을 동정하거나 그에 공감하도록 끌고 가지는 않는다. 존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번개 같은 깨달음으로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듯 서서히, 그리고 비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은 극복한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상처가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전개 역시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중간중간 캘러핸이 그린 카툰이 삽입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 영화의 최대 반전 요소는 조나 힐이 연기한 도니다. 그는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마치 히피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불친절하고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사려 깊다. 등장인물 중 가장 입체적이다. 자신도 아픔을 겪고 있는 그는 존에게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것이 극복의 마지막 단계"라는 조언을 건넨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는 생전에 존 캘러핸의 자서전을 읽고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그는 거스 밴 샌트 감독과 '굿 윌 헌팅'을 촬영하고 있을 때 존 캘러핸 전기 영화의 감독이 되어주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영화 제작은 한동안 중단됐다. 호아킨 피닉스가 존 역으로 새롭게 캐스팅됐고 결국 '돈 워리'가 세상에 나왔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손을 떨면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가 존 캘러핸 역할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알 수 있다. 존이 휠체어를 타고 달리다 바닥에 뒹구는 장면 역시 호아킨 피닉스가 휠체어를 타고 가다 실제로 넘어졌다고 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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