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日 불매운동 정교화·장기화…파장은?

입력 2019.07.23 (18:07) 수정 2019.07.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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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일본 제품을 사고 팔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여행이나 영화 등 문화콘텐츠로까지 불매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불매 운동 얼마나 전개됐고 또 효과는 있는 건지 경제부 황경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황 기자, 요새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매 운동이 뜨거운데,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선 일본 제품 불매 흐름은 이달 초 시작됐습니다.

일본 맥주나 담배, 일본 브랜드의 옷을 사지 않겠다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는데요.

일부 시민들은 유니클로나 도요타같은 일본 제품 매장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면서 불매 운동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건, 판매자들까지 일본 제품을 팔지 않기로 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네 마트들이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개개인 차원의 소비 거부가 집단적인 매매 중단으로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동네 마트들, 얼마나 되나요?

손해도 있을텐데요?

[기자]

동네 중소마트 연합인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마트 3천여 곳이 일본 제품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단체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물류센터 40곳에서 일본 제품을 모두 뺀 상태입니다.

사실 판매 중지는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요.

마트들은 불매 초반에는 매출에 타격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호응해 주면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일제 불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벌써 4주째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 시간이 지날 수록 불매 대상도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일본에 가지도, 일본 영화를 보지도 않겠다'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제품을 팔아주지 않는 것보다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여행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요.

국내 1, 2위 여행사에서 일본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살펴봤더니, 이번 달 신규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나 줄었습니다.

이미 예약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까지 나오는데요.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4건 가운데 1건은 환불처리가 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행뿐 아니라 일본 영화같은 문화 콘텐츠에 거부감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달 개봉한 일본 어린이 만화영화가 포털사이트에서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고요.

다음주 개막하는 한 국제 영화제에서는 일본 영화를 모티브로 만든 공식 포스터를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방위적으로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일본 제품 매출이 확 줄었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일본 맥주 매출는 이달들어 최소 15% ~ 최대 40%까지 줄어들었고, 일본 라면이나 소스 등 맥주 이외 제품 매출도 매장별로 크게는 30%까지 줄었습니다.

특히 '불매 운동이 오래 못갈 것'이라고 해 크게 비난받았던 유니클로는 두 차례에 걸쳐 한국 고객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마트와 롯데슈퍼 등 대기업 마트들이 일본 맥주를 할인 판매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요.

반면 불매 운동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 리조트는 일본 여행을 취소한 여행객 특가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지역의 한 농협에서는 쌀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일관계가 안 좋을 때마다 불매운동은 꾸준히 있었는데요,

이번 불매운동이 과거와 다른점이 뭘까요?

[기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일제 불매 운동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SNS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 좀 더 자발적이고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노재팬' 사이트가 대표적인데요.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일본 제품은 뭔지, 대체 브랜드나 상품은 어떤 것들인지 공유하는 사이트인데,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한 때 서버 접속이 차단될 정도였습니다.

무작정 쓰던 제품을 안 쓰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대체품을 찾고 서로 알려주면서 말하자면 '스마트하게' 불매 활동을 하는 셈입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매 의사를 표출하는 방식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일본 제품 사지 않겠다,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로고를 만들어 퍼뜨리거나, 일본 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가 불매를 지지하며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SNS나 인터넷이 불매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셈인데, 반대로 불매운동을 둘러싼 갈등도 인터넷 상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불러오는 건데요.

불매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매국노라는 등 격한 발언을 하거나, 반대로 불매 운동에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참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겁니다.

불매 운동의 의미는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하고 극단적인 흐름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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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3 18:11:08
    • 수정2019-07-23 18: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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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일본 제품을 사고 팔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여행이나 영화 등 문화콘텐츠로까지 불매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불매 운동 얼마나 전개됐고 또 효과는 있는 건지 경제부 황경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황 기자, 요새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매 운동이 뜨거운데,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선 일본 제품 불매 흐름은 이달 초 시작됐습니다.

일본 맥주나 담배, 일본 브랜드의 옷을 사지 않겠다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는데요.

일부 시민들은 유니클로나 도요타같은 일본 제품 매장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면서 불매 운동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건, 판매자들까지 일본 제품을 팔지 않기로 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네 마트들이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개개인 차원의 소비 거부가 집단적인 매매 중단으로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동네 마트들, 얼마나 되나요?

손해도 있을텐데요?

[기자]

동네 중소마트 연합인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마트 3천여 곳이 일본 제품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단체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물류센터 40곳에서 일본 제품을 모두 뺀 상태입니다.

사실 판매 중지는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요.

마트들은 불매 초반에는 매출에 타격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호응해 주면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일제 불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벌써 4주째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 시간이 지날 수록 불매 대상도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일본에 가지도, 일본 영화를 보지도 않겠다'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제품을 팔아주지 않는 것보다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여행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요.

국내 1, 2위 여행사에서 일본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살펴봤더니, 이번 달 신규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나 줄었습니다.

이미 예약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까지 나오는데요.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4건 가운데 1건은 환불처리가 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행뿐 아니라 일본 영화같은 문화 콘텐츠에 거부감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달 개봉한 일본 어린이 만화영화가 포털사이트에서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고요.

다음주 개막하는 한 국제 영화제에서는 일본 영화를 모티브로 만든 공식 포스터를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방위적으로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일본 제품 매출이 확 줄었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일본 맥주 매출는 이달들어 최소 15% ~ 최대 40%까지 줄어들었고, 일본 라면이나 소스 등 맥주 이외 제품 매출도 매장별로 크게는 30%까지 줄었습니다.

특히 '불매 운동이 오래 못갈 것'이라고 해 크게 비난받았던 유니클로는 두 차례에 걸쳐 한국 고객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마트와 롯데슈퍼 등 대기업 마트들이 일본 맥주를 할인 판매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요.

반면 불매 운동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 리조트는 일본 여행을 취소한 여행객 특가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지역의 한 농협에서는 쌀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일관계가 안 좋을 때마다 불매운동은 꾸준히 있었는데요,

이번 불매운동이 과거와 다른점이 뭘까요?

[기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일제 불매 운동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SNS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 좀 더 자발적이고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노재팬' 사이트가 대표적인데요.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일본 제품은 뭔지, 대체 브랜드나 상품은 어떤 것들인지 공유하는 사이트인데,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한 때 서버 접속이 차단될 정도였습니다.

무작정 쓰던 제품을 안 쓰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대체품을 찾고 서로 알려주면서 말하자면 '스마트하게' 불매 활동을 하는 셈입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매 의사를 표출하는 방식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일본 제품 사지 않겠다,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로고를 만들어 퍼뜨리거나, 일본 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가 불매를 지지하며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SNS나 인터넷이 불매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셈인데, 반대로 불매운동을 둘러싼 갈등도 인터넷 상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불러오는 건데요.

불매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매국노라는 등 격한 발언을 하거나, 반대로 불매 운동에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참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겁니다.

불매 운동의 의미는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하고 극단적인 흐름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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