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스펙 걱정’ 노린 자격증 장사 기승

입력 2019.07.24 (08:24) 수정 2019.07.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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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공들이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스펙' 쌓기입니다.

이런 취준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허울 뿐인 자격증이나 증명서를 발급하고 돈벌이에 나서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민정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취업준비생 A 씨는 지난해 초, 인사이트랩이란 회사의 교육 과정에 지원했습니다.

교육부 등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우수기업대상'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업쳅니다.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대기업이 인증한 자격증도 준다는 말에 끌려 수십만원의 돈까지 내고 참여했습니다.

현장 실습을 하라며 배치된 곳은 한 유통업체 아동복 매장.

이 곳에선 한 일이라곤 주인도 없이 하루 평균 6시간씩 매장을 지키는 일.

한 달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취업준비생 A씨/음성변조 : "옆에 멘토 그런 개념의 사람도 없었고 유통 관련해서 지식적으로 정보 제공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알바만 하다가 끝났죠."]

그런데도 A 씨는 상품을 유통하고 기획했다는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증명서를 발급한 협회를 수소문해 찾아가보니, '인사이트랩'과 같은 사무실, 게다가 증명서에 적힌 협회장은 사망한 지 1년도 넘은 사람입니다.

A 씨가 받은 또 다른 자격증, 발행한 곳을 찾아갔더니 이미 폐기된 자격증이라고 말합니다.

[국제능력교육원 관계자/음성변조 : "(유통전문자격증은) 예전에 폐기가 됐었네요. (혹시 그 업체랑 과거에 일을 하신...) 아니요. 전혀 없어요."]

인사이트랩을 통해 발급된 다른 경력 증명서들을 더 확인해 봤습니다.

대기업 공식 인증서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롯데제과가 취업준비생에게 발급해줬다는 실무활동증명서.

회사명이 아닌 부서명이 적혀 있습니다.

[롯데제과 관계자/음성변조 : "팀 차원에서 해준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론 이게 줄 수 없는 상황이니까. 회사에서는 이런 거 절대 안 되거든요. (팀 직원이) 거기 나가서 강의를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유통업체 다이소가 발급한 증명섭니다.

도장이 서로 다릅니다.

[다이소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전체에서 한 게 아니고, 마케팅팀에서 하다 보니까 그냥 마케팅 임원의 개인 도장을 찍어서..."]

기업이 공식적으론 인정하지 않는 증명서란 이야기입니다.

인사이트랩 측은 경력 증명과 자격증을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정해진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금액을 받고 제공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사이트랩 관계자/음성변조 : "자격증이라고 하는 건 개인이 사용하기 나름인 거거든요. 본인들이 가치판단을 해서 발급을 하는 거거든요."]

'경력'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이른바 '스펙'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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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준비생 ‘스펙 걱정’ 노린 자격증 장사 기승
    • 입력 2019-07-24 08:28:00
    • 수정2019-07-24 0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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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공들이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스펙' 쌓기입니다.

이런 취준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허울 뿐인 자격증이나 증명서를 발급하고 돈벌이에 나서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민정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취업준비생 A 씨는 지난해 초, 인사이트랩이란 회사의 교육 과정에 지원했습니다.

교육부 등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우수기업대상'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업쳅니다.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대기업이 인증한 자격증도 준다는 말에 끌려 수십만원의 돈까지 내고 참여했습니다.

현장 실습을 하라며 배치된 곳은 한 유통업체 아동복 매장.

이 곳에선 한 일이라곤 주인도 없이 하루 평균 6시간씩 매장을 지키는 일.

한 달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취업준비생 A씨/음성변조 : "옆에 멘토 그런 개념의 사람도 없었고 유통 관련해서 지식적으로 정보 제공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알바만 하다가 끝났죠."]

그런데도 A 씨는 상품을 유통하고 기획했다는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증명서를 발급한 협회를 수소문해 찾아가보니, '인사이트랩'과 같은 사무실, 게다가 증명서에 적힌 협회장은 사망한 지 1년도 넘은 사람입니다.

A 씨가 받은 또 다른 자격증, 발행한 곳을 찾아갔더니 이미 폐기된 자격증이라고 말합니다.

[국제능력교육원 관계자/음성변조 : "(유통전문자격증은) 예전에 폐기가 됐었네요. (혹시 그 업체랑 과거에 일을 하신...) 아니요. 전혀 없어요."]

인사이트랩을 통해 발급된 다른 경력 증명서들을 더 확인해 봤습니다.

대기업 공식 인증서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롯데제과가 취업준비생에게 발급해줬다는 실무활동증명서.

회사명이 아닌 부서명이 적혀 있습니다.

[롯데제과 관계자/음성변조 : "팀 차원에서 해준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론 이게 줄 수 없는 상황이니까. 회사에서는 이런 거 절대 안 되거든요. (팀 직원이) 거기 나가서 강의를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유통업체 다이소가 발급한 증명섭니다.

도장이 서로 다릅니다.

[다이소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전체에서 한 게 아니고, 마케팅팀에서 하다 보니까 그냥 마케팅 임원의 개인 도장을 찍어서..."]

기업이 공식적으론 인정하지 않는 증명서란 이야기입니다.

인사이트랩 측은 경력 증명과 자격증을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정해진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금액을 받고 제공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사이트랩 관계자/음성변조 : "자격증이라고 하는 건 개인이 사용하기 나름인 거거든요. 본인들이 가치판단을 해서 발급을 하는 거거든요."]

'경력'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이른바 '스펙'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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