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찜통’ 경비실…우리 아파트는 지금?

입력 2019.08.01 (12:43) 수정 2019.08.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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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이런 포스터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우리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있나요?" 서울시에서 만든건데요.

아직도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는 아파트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앞장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아파트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아파트 경비실은 어떤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어제 대전의 한 아파트.

각종 장비로 가득한 경비실 안 좁은 내부는 후끈 후끈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보통 덥다고 하면 32~33도. 밖의 온도랑 별 차이가 없으니까. 덥죠."]

전임자가 사비로 들인 에어컨은 고장 난지 오래.

작은 선풍기에 의지해 보지만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입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겨울이 나았어요. 근무 조건이. 겨울에 추우면 옷이라도 하나 더 입고 전기 히터가 있어요.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 이길 수가 없잖아."]

밤이 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열대야였던 그제 밤 서울.

밤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밖은 30도를 넘었는데요.

경비실 안은 어떨까요?

선풍기가 돌아가고는 있지만 밖과 똑같은 30도.

습도도 높아 사우나가 따로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앉아서 선풍기 잠깐 쐬고 답답하면 바람 한 번 쐬고…"]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샤워도 하고 그렇게 지내는 거지. 일단 샤워하고 여기서 자는 거 있잖아요."]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과연 얼마만큼 설치돼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가 조사를 했는데, 10곳 가운데 4곳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다양했는데요.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변전실에 변압기 용량이 작어서 안 되고 있어요. 입주자 대표 회의에는 의결이 됐어요. 그거 증설되고 난 다음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아파트 노후화 문제도 있었지만, 주민 반대 때문이 반 이상이나 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인건비도 많이 나가잖아요. 거기다가 그렇게 되면 사실 여기 관리비가 비싸거든요."]

대부분 고령으로 갈 곳이 없는 경비원들은 에어컨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최저임금제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월급을 많이 안 주려고 휴식 시간을 늘리고 그런 상태거든요."]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경비원들도 경쟁이 굉장히 심해요. 일터는 그대론데 사람은 줄고. 그러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디로 갈 데가 없잖아요."]

반면에 이런 아파트도 있습니다.

대전의 이 아파트에서는 당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결과는 부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다시 뜻을 모았습니다.

[이종민/아파트 주민 : "경비실을 우연히 들어갔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하신 분들인데 그 연세에 그런 더운 곳에서 뜨거운 곳에서 못 견딜 만큼 더운 데서 계시는 게 안타까워서 어떻게 해줘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은 하고 있다가…"]

입주자들의 서명을 받아 안건을 재상정했고 찬반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투표 결과는 98%로 찬성이었습니다.

[남정옥/아파트 주민 : "나도 덥고 그분도 덥고 하니까 이렇게 그냥 설치해서 서로 그러면 그분도 기분이 좋아지셔서 일도 좀 더 잘해주실 것 같고 신경도 써주실 것 같고…"]

지난달 23일, 이 아파트의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이 설치됐습니다.

[유동호/아파트 경비원 : "작업하고 들어와서 더웠을 때 여기서 에어컨 틀어놓고 있으면 아무래도 시원하죠. 시원한데 서 있다가 일하면 수월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죠."]

에어컨 설치비는 예비비로 충당했습니다.

전기세도 1200세대가 나눠 내면 세대당 매달 100원 내외 정도라고 합니다.

[김성규/아파트 주민 : "전기세는 여러 가구가 부담을 하면 적게 밖에 안 돌아가요. 적은 금액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이렇듯 주민들이 힘을 모아 경비실에 에어컨을 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동참하는 아파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 카페를 통해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하상희/입주자 대표 : "입주민들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 요구도 있었고 카페에서도 에어컨 설치를 좀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서)…"]

지난달 18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달기가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하상희/입주자 대표 : "찜통 더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경비원도 우리 가족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꼭 가결해달라고 제가 요청을 했습니다."]

이번달 초에는 경비실에 에어컨이 달린다는 소식에 찾아올 폭염도 큰 걱정은 없습니다.

[이광수/아파트 경비원 : "더운데 에어컨을 설치해주니까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아무래도 근무하기가 굉장히 편하겠죠. 거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일이고 뭐고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앞장선 주민들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정병선/아파트 주민 : "지출이 되기 때문에 부담은 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경비 아저씨들의 수고라든지 한 가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가구당 몇백 원 정도는(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종민/아파트 주민 : "어느 직장을 가든 에어컨이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이분들은 여기가 직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분들이 일터에서 그 돈 얼마 들지 않는 에어컨 없이 땀 뻘뻘 흘려가면서 일하시는 걸 (보면) 누구나 다 나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장마도 끝나고 8월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예보도 나오는데요.

오늘은 우리 아파트 경비실에는 과연 에어컨이 있는지 그 속은 얼마나 더운지 한번쯤 관심가져 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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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1 12:49:10
    • 수정2019-08-01 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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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이런 포스터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우리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있나요?" 서울시에서 만든건데요.

아직도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는 아파트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앞장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아파트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아파트 경비실은 어떤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어제 대전의 한 아파트.

각종 장비로 가득한 경비실 안 좁은 내부는 후끈 후끈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보통 덥다고 하면 32~33도. 밖의 온도랑 별 차이가 없으니까. 덥죠."]

전임자가 사비로 들인 에어컨은 고장 난지 오래.

작은 선풍기에 의지해 보지만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입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겨울이 나았어요. 근무 조건이. 겨울에 추우면 옷이라도 하나 더 입고 전기 히터가 있어요.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 이길 수가 없잖아."]

밤이 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열대야였던 그제 밤 서울.

밤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밖은 30도를 넘었는데요.

경비실 안은 어떨까요?

선풍기가 돌아가고는 있지만 밖과 똑같은 30도.

습도도 높아 사우나가 따로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앉아서 선풍기 잠깐 쐬고 답답하면 바람 한 번 쐬고…"]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샤워도 하고 그렇게 지내는 거지. 일단 샤워하고 여기서 자는 거 있잖아요."]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과연 얼마만큼 설치돼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가 조사를 했는데, 10곳 가운데 4곳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다양했는데요.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변전실에 변압기 용량이 작어서 안 되고 있어요. 입주자 대표 회의에는 의결이 됐어요. 그거 증설되고 난 다음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아파트 노후화 문제도 있었지만, 주민 반대 때문이 반 이상이나 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인건비도 많이 나가잖아요. 거기다가 그렇게 되면 사실 여기 관리비가 비싸거든요."]

대부분 고령으로 갈 곳이 없는 경비원들은 에어컨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최저임금제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월급을 많이 안 주려고 휴식 시간을 늘리고 그런 상태거든요."]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경비원들도 경쟁이 굉장히 심해요. 일터는 그대론데 사람은 줄고. 그러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디로 갈 데가 없잖아요."]

반면에 이런 아파트도 있습니다.

대전의 이 아파트에서는 당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결과는 부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다시 뜻을 모았습니다.

[이종민/아파트 주민 : "경비실을 우연히 들어갔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하신 분들인데 그 연세에 그런 더운 곳에서 뜨거운 곳에서 못 견딜 만큼 더운 데서 계시는 게 안타까워서 어떻게 해줘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은 하고 있다가…"]

입주자들의 서명을 받아 안건을 재상정했고 찬반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투표 결과는 98%로 찬성이었습니다.

[남정옥/아파트 주민 : "나도 덥고 그분도 덥고 하니까 이렇게 그냥 설치해서 서로 그러면 그분도 기분이 좋아지셔서 일도 좀 더 잘해주실 것 같고 신경도 써주실 것 같고…"]

지난달 23일, 이 아파트의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이 설치됐습니다.

[유동호/아파트 경비원 : "작업하고 들어와서 더웠을 때 여기서 에어컨 틀어놓고 있으면 아무래도 시원하죠. 시원한데 서 있다가 일하면 수월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죠."]

에어컨 설치비는 예비비로 충당했습니다.

전기세도 1200세대가 나눠 내면 세대당 매달 100원 내외 정도라고 합니다.

[김성규/아파트 주민 : "전기세는 여러 가구가 부담을 하면 적게 밖에 안 돌아가요. 적은 금액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이렇듯 주민들이 힘을 모아 경비실에 에어컨을 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동참하는 아파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 카페를 통해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하상희/입주자 대표 : "입주민들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 요구도 있었고 카페에서도 에어컨 설치를 좀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서)…"]

지난달 18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달기가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하상희/입주자 대표 : "찜통 더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경비원도 우리 가족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꼭 가결해달라고 제가 요청을 했습니다."]

이번달 초에는 경비실에 에어컨이 달린다는 소식에 찾아올 폭염도 큰 걱정은 없습니다.

[이광수/아파트 경비원 : "더운데 에어컨을 설치해주니까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아무래도 근무하기가 굉장히 편하겠죠. 거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일이고 뭐고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앞장선 주민들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정병선/아파트 주민 : "지출이 되기 때문에 부담은 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경비 아저씨들의 수고라든지 한 가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가구당 몇백 원 정도는(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종민/아파트 주민 : "어느 직장을 가든 에어컨이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이분들은 여기가 직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분들이 일터에서 그 돈 얼마 들지 않는 에어컨 없이 땀 뻘뻘 흘려가면서 일하시는 걸 (보면) 누구나 다 나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장마도 끝나고 8월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예보도 나오는데요.

오늘은 우리 아파트 경비실에는 과연 에어컨이 있는지 그 속은 얼마나 더운지 한번쯤 관심가져 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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