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는 ‘막말’ 미국에는 ‘친서’…북한 무얼 노리나?

입력 2019.08.12 (08:07) 수정 2019.08.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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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두 나라 연합 군사 훈련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특이한 건, 비난의 화살을 남한에만 돌릴 뿐 미국을 향해서는 친서 외교를 펼치며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단 점입니다.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어제부터 시작됐죠, 명칭이 좀 특이하던데요?

[기자]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한미 군사 훈련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훈련의 공식 명칭은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입니다.

애초 이번 훈련 명칭은 '19-2 동맹'이 유력했습니다.

지난 3월, 상반기 한미연합연습을 '19-1 동맹'으로 명명했기 때문에 이번 하반기 명칭은 '19-2동맹'이 될 것란 예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훈련 시작 하루 전 '동맹' 표현을 뺐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 태세를 강조한 동맹이란 표현을 붙이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도 북한의 반발은 예전보다 더 강하던데요.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기자]

해마다 한미 군사 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의 비난 성명은 늘 따라다녔습니다.

다만 이번엔 의례적 반발 수준을 넘어 남한을 향한 원색적 비난 일색이란 점, 그것도 강도가 너무 셌다는 게 특징입니다.

첫 문장부터 우리측 당국자를 바보로 지칭했습니다.

한미군사훈련 명칭을 지휘소훈련으로 바꾼 것을 두고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악취가 안날 것 같으냐" 고 했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웃기는 것'이라고 비하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북한을 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던 정 장관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가, 국방부가 지난달 25일 북한이 쏜 미사일 사거리를 두 차례 수정한 것을 두고선 "사거리 하나 판정 못해 웃음거리가 됐다"며 노골적으로 비아냥댔습니다.

청와대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도발 대책을 위해 긴급장관회의를 소집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했습니다.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새벽잠 많이 설쳤는데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여기에 대해 청와대나 국방부는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청와대는 현재로선 북미 대화에 주력한단 판단아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장관 이름이 직접 거론된 국방부도 한마디 응수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북한의 비난 성명은 과거에도 늘 있어왔다지만 달라진 건, 미국에 대한 태도입니다.

미국에는 상당히 부드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기자]

네, 훈련은 분명 한미가 같이 하는 것인데 미국은 쏙 빼고 한국에만 거칠게 화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북한이 먼저 손짓했고 트럼프가 화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또 편지를 받았다며 친서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북한이 최근 잇따른 미사일 시험에 대해 사과했고 한미 훈련이 끝나면 만나고 싶다,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적었다는 겁니다.

트럼프도 머지 않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3차 정상 회담 의지를 보였습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서 우리가 배제된 모양샙니다.

북한은 어제 성명에서도 대화를 하더라도 북미 대화를 하는 것이지 남북 대화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미국과의 대화는 추진하면서 남한과는 대화의 문을 닫는 '신 통미봉남'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며 미국과 1:1 대화를 이어가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의 접점만 찾으면 한국의 이익은 배제할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북한이 실무 협상을 앞둔 미국 대신 남한을 표적으로 삼고 있단 건데요.

또 하나, 지난해 북미 대화 과정에서는 남한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남한의 활용 가치가 낮아진 점도 대남 비난에 주력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힙니다.

[앵커]

지난달 25일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데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친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한미 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뒤집어 보면, 훈련하는 중에는 또 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미 훈련은 오는 20일에 끝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훈련이 끝나면 만나자했으니까 8월 하순에 실무협상이 가능할 테고, 준비가 순조로우면 가을 쯤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거란 전망은 가능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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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2 08:09:24
    • 수정2019-08-12 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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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두 나라 연합 군사 훈련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특이한 건, 비난의 화살을 남한에만 돌릴 뿐 미국을 향해서는 친서 외교를 펼치며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단 점입니다.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어제부터 시작됐죠, 명칭이 좀 특이하던데요?

[기자]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한미 군사 훈련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훈련의 공식 명칭은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입니다.

애초 이번 훈련 명칭은 '19-2 동맹'이 유력했습니다.

지난 3월, 상반기 한미연합연습을 '19-1 동맹'으로 명명했기 때문에 이번 하반기 명칭은 '19-2동맹'이 될 것란 예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훈련 시작 하루 전 '동맹' 표현을 뺐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 태세를 강조한 동맹이란 표현을 붙이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도 북한의 반발은 예전보다 더 강하던데요.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기자]

해마다 한미 군사 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의 비난 성명은 늘 따라다녔습니다.

다만 이번엔 의례적 반발 수준을 넘어 남한을 향한 원색적 비난 일색이란 점, 그것도 강도가 너무 셌다는 게 특징입니다.

첫 문장부터 우리측 당국자를 바보로 지칭했습니다.

한미군사훈련 명칭을 지휘소훈련으로 바꾼 것을 두고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악취가 안날 것 같으냐" 고 했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웃기는 것'이라고 비하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북한을 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던 정 장관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가, 국방부가 지난달 25일 북한이 쏜 미사일 사거리를 두 차례 수정한 것을 두고선 "사거리 하나 판정 못해 웃음거리가 됐다"며 노골적으로 비아냥댔습니다.

청와대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도발 대책을 위해 긴급장관회의를 소집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했습니다.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새벽잠 많이 설쳤는데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여기에 대해 청와대나 국방부는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청와대는 현재로선 북미 대화에 주력한단 판단아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장관 이름이 직접 거론된 국방부도 한마디 응수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북한의 비난 성명은 과거에도 늘 있어왔다지만 달라진 건, 미국에 대한 태도입니다.

미국에는 상당히 부드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기자]

네, 훈련은 분명 한미가 같이 하는 것인데 미국은 쏙 빼고 한국에만 거칠게 화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북한이 먼저 손짓했고 트럼프가 화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또 편지를 받았다며 친서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북한이 최근 잇따른 미사일 시험에 대해 사과했고 한미 훈련이 끝나면 만나고 싶다,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적었다는 겁니다.

트럼프도 머지 않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3차 정상 회담 의지를 보였습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서 우리가 배제된 모양샙니다.

북한은 어제 성명에서도 대화를 하더라도 북미 대화를 하는 것이지 남북 대화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미국과의 대화는 추진하면서 남한과는 대화의 문을 닫는 '신 통미봉남'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범철/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며 미국과 1:1 대화를 이어가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의 접점만 찾으면 한국의 이익은 배제할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북한이 실무 협상을 앞둔 미국 대신 남한을 표적으로 삼고 있단 건데요.

또 하나, 지난해 북미 대화 과정에서는 남한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남한의 활용 가치가 낮아진 점도 대남 비난에 주력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힙니다.

[앵커]

지난달 25일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데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친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한미 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뒤집어 보면, 훈련하는 중에는 또 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미 훈련은 오는 20일에 끝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훈련이 끝나면 만나자했으니까 8월 하순에 실무협상이 가능할 테고, 준비가 순조로우면 가을 쯤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거란 전망은 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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