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력 진압할까?…불안 짙은 홍콩

입력 2019.08.15 (08:13) 수정 2019.08.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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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 '중경삼림'입니다.

주인공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통조림을 사 먹습니다.

이 기한까지 연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랑도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 2년을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 홍콩 젊은이들이 겪던 불안과 두려움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단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홍콩시위는 그 당시 느끼던 홍콩인들의 불안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른바 '송환법'이 촉발시킨 이번 홍콩 시위를 보면 특히나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단순히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중국이 50년을 보장했던 '일국양제'가 끝나간단 우려, 그래서 미래가 암담해 질 수 있단 불안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케리 람/홍콩 행정장관 : "홍콩 사회는 불안하고 불안정해졌습니다. 폭력은 누가 저지르든 누가 방조했든 홍콩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습니다."]

당장 홍콩 시민들이 마주한 가장 큰 불안은 중국이 무력 투입에 나설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중국 군 당국은 그 가능성을 슬슬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공항에서 경찰이 폭행당한 사진을 올려놓고 '알아야 할 상식 7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5번째, 홍콩 인접 선전 시의 대형 경기장에 군용 차량처럼 생긴 트럭들이 대거 집결해 있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 밑에는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 바로 옆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이 스스로 시위대에 알린 겁니다.

'가을이면 메뚜기가 사라진다' 이 말은 또 뭘까요 곧 시위대를 진압할 거란 암시로 들립니다.

중국 광둥성 공안부는 지난주 선전에서 진행한 시위 진압 훈련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칼을 빼자는 선동적인 제목을 달고 중국어 간체자가 아닌 홍콩에서 쓰는 번체자로 자막을 넣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중국 정부에서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양광 대변인의 입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양광/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 :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제 불에 타 죽게 돼 있습니다. 받아야 할 징벌은 반드시 받게 돼 있습니다."]

이번 시위를 '홍콩과 중국간의 일'이라며 외면하던 미국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중국군 병력이 홍콩 접경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 하원 외교위에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자유를 위해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합니다. 중국을 포함해 모든 이들을 위해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사상자가 없기를 또한 희망합니다."]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에 문득 떠오르는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1989년 6월 5일 천안문 광장으로 이동하는 탱크의 행렬을 한 청년이 가로막는 장면 일명 ‘탱크 맨(Tank Man)’입니다.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한 이 사진은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30년 전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천안문 사태입니다.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를 비판하는 민주화 요구가 터져나왔다는 게 지금 홍콩 사태와 공통점입니다.

중국에선 지금도 ‘6·4’와 ‘천안문’은 여전히 금기업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검색도 안 됩니다.

천안문 사태를 기억하는 홍콩 시민들은 그동안 중국의 개입 시도를 여러 차례 막아왔습니다.

2003년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

2012년엔 중국 공산당 교육을 강제하려는 시도를, 자발적 시위를 통해 저지했습니다.

다만 5년 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일명 우산 혁명은 시진핑이 힘으로 눌러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송환법 반대를 시작으로 두 달 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반 정부, 반 중국 운동으로 확산되는 추셉니다.

중국의 무력 투입 움직임이 단순히 겁을 주려는 건지 실제 결단을 내릴 건지 여전히 관측은 엇갈리지만 그래서 불안감은 더 고조됩니다.

눈부신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한참 뒤쳐져있단 평가를 받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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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무력 진압할까?…불안 짙은 홍콩
    • 입력 2019-08-15 08:15:18
    • 수정2019-08-15 09: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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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 '중경삼림'입니다.

주인공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통조림을 사 먹습니다.

이 기한까지 연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랑도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 2년을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 홍콩 젊은이들이 겪던 불안과 두려움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단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홍콩시위는 그 당시 느끼던 홍콩인들의 불안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른바 '송환법'이 촉발시킨 이번 홍콩 시위를 보면 특히나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단순히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중국이 50년을 보장했던 '일국양제'가 끝나간단 우려, 그래서 미래가 암담해 질 수 있단 불안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케리 람/홍콩 행정장관 : "홍콩 사회는 불안하고 불안정해졌습니다. 폭력은 누가 저지르든 누가 방조했든 홍콩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습니다."]

당장 홍콩 시민들이 마주한 가장 큰 불안은 중국이 무력 투입에 나설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중국 군 당국은 그 가능성을 슬슬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공항에서 경찰이 폭행당한 사진을 올려놓고 '알아야 할 상식 7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5번째, 홍콩 인접 선전 시의 대형 경기장에 군용 차량처럼 생긴 트럭들이 대거 집결해 있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 밑에는 '10분이면 홍콩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 바로 옆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이 스스로 시위대에 알린 겁니다.

'가을이면 메뚜기가 사라진다' 이 말은 또 뭘까요 곧 시위대를 진압할 거란 암시로 들립니다.

중국 광둥성 공안부는 지난주 선전에서 진행한 시위 진압 훈련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칼을 빼자는 선동적인 제목을 달고 중국어 간체자가 아닌 홍콩에서 쓰는 번체자로 자막을 넣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중국 정부에서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양광 대변인의 입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양광/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 :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제 불에 타 죽게 돼 있습니다. 받아야 할 징벌은 반드시 받게 돼 있습니다."]

이번 시위를 '홍콩과 중국간의 일'이라며 외면하던 미국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중국군 병력이 홍콩 접경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 하원 외교위에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자유를 위해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합니다. 중국을 포함해 모든 이들을 위해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사상자가 없기를 또한 희망합니다."]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에 문득 떠오르는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1989년 6월 5일 천안문 광장으로 이동하는 탱크의 행렬을 한 청년이 가로막는 장면 일명 ‘탱크 맨(Tank Man)’입니다.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한 이 사진은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30년 전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천안문 사태입니다.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를 비판하는 민주화 요구가 터져나왔다는 게 지금 홍콩 사태와 공통점입니다.

중국에선 지금도 ‘6·4’와 ‘천안문’은 여전히 금기업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검색도 안 됩니다.

천안문 사태를 기억하는 홍콩 시민들은 그동안 중국의 개입 시도를 여러 차례 막아왔습니다.

2003년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

2012년엔 중국 공산당 교육을 강제하려는 시도를, 자발적 시위를 통해 저지했습니다.

다만 5년 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일명 우산 혁명은 시진핑이 힘으로 눌러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송환법 반대를 시작으로 두 달 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반 정부, 반 중국 운동으로 확산되는 추셉니다.

중국의 무력 투입 움직임이 단순히 겁을 주려는 건지 실제 결단을 내릴 건지 여전히 관측은 엇갈리지만 그래서 불안감은 더 고조됩니다.

눈부신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한참 뒤쳐져있단 평가를 받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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