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친서·미사일 이중전략…통미봉남 ‘우려’

입력 2019.08.17 (07:49) 수정 2019.08.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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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강도 높은 말 폭탄까지.

북한이 대남 무력시위와 비난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친서 외교로 상징되는 유화 제스처를 연이어 보내고 있는데요.

북미 실무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도 남측을 배제하는 정도가 갈수록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 강도를 높이는 북한의 속내 짚어봤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한미연합연습을 문제 삼아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에 이어, 최근에는 주한 미군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와 닮은꼴 미사일까지 신형 무기 3종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1일 : "새 무기체계의 우월하고도 위력한 설계상 요구가 완벽하게 현실화되었다는 것이 확증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무기 개발 과학자 103명을 대거 승진 조치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싣고 이례적으로 승진자 명단 전체를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4일 : "위력한 새 무기체계들을 연속적으로 개발 완성하는 특기할 위훈을 세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우리의 중장급인 ‘상장’으로 승진한 전일호입니다.

리병철, 장창하 등과 함께 북한 미사일 4인방으로 불리는 전일호는 2년 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습니다.

최근 미사일 발사 때도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맞잡거나 바로 옆에 자리하며 새로운 미사일 주역임을 과시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무기개발 과학자 승진 조치는 군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최근 개발에 성공한 신형 무기 3종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세 쪽짜리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남측에 거친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친서 외교로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 북한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미 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멈출 것이라며 최근 무력시위에 대한 작은 사과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김정은 위원장은 워 게임, 한미연합훈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나 역시 그 워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화살은 미국이 아닌 남측을 향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에 돌입하자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를 비난한 겁니다.

청와대와 국방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연습을 중단하거나 성의껏 해명하기 전에는 남북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미국 대통령까지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며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청와대가 중단 촉구를 이야기하며 횡설수설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담화문은 만약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미국과의 사이에서 열리는 것이지 남북 대화는 아니라며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는 이중 전략을 폈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지금 대북제재의 구조 속에서 개성공단의 재개나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 같은 것들을 북한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회담이 조만간에 재개될 것이라고 하는 전제하에 지금 전략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북미회담의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대화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 간에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소장 회의가 장기간 불발되는 등 소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우리 정부의 쌀 지원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위 높은 북한의 대남 비난이 이어지면서 과거 ‘통미봉남’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판을 유지하려 하는 이상, 자위 차원의 무기 개발에 일일이 반발할 경우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한의 비난에 대해서 어떤 일희일비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거 자체가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모두 전가하려는 그런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일단은 북미 관계를 재개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정책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봅니다."]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대화가 재가동되면서 주춤거리던 비핵화 실무 협상에도 활로가 트일지 주목됩니다.

협상 재개 시점은 친서 내용을 감안할 때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은 협상 복귀 명분으로 미국이 최근 들고 나온 핵 동결 입구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달 미 국무부가 핵 동결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시작점은 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해 온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승리로 부분 포장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모건 오테이거스/미국 국무부 대변인/7월 9일 : "트럼프 행정부는 '동결'을 최종 목표로 특정한 적이 없습니다. '동결'은 과정의 시작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미국이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향후 북미 협상에서 체제안전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실상 묵인하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마치 면죄부 백지 수표를 줘버린 양상이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북한한테 잘못된 신호로 입력된다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전략무기 ICBM도 포기하고 핵도 포기했을 때 마지막 질 수 있는 것이 단거리 미사일인데 그거는 괜찮다, 북한이 그런 신호를 받게 된다면 이게 미국한테는 괜찮을 수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쨌든 안보의 위협 거리가 되는 것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파트 월세 몇백 달러보다 한국 방위비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는 발언을 이어가는 등, 한국의 방위비 증액과 비핵화 협상을 재선 유세의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8월 7일 : "한국과 나는 합의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더 많은 돈을 내기로 동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 74주년을 맞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일본을 향해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고, 남북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 대신, 대화와 협력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하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성장한 나라가 뒤따르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상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특히 ‘평화경제’는 경제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천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앞으로 북미협상이 잘 풀리고 그 후에 남북대화가 다시 재개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철도 공동체와 각종 남북 경협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남북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남북경제공동체 하에서 8천만 단일 시장의 효과,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앞으로 평화번영을 위한 교량 국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하지만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동시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통일과 평화경제를 언급한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라며 남북 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건 전적으로 남측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또,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도 거론하며 우리 군의 방위력 개선 계획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연일 미사일을 쏘면서도 미국과는 친서 외교를 지속하며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북한.

결국, 이달 말쯤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북미 실무협상 과정에 따라 남북 관계 향배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서로에게 ‘새로운 셈법’과 ‘창의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북미가 어떤 절충점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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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친서·미사일 이중전략…통미봉남 ‘우려’
    • 입력 2019-08-17 08:25:41
    • 수정2019-08-17 08: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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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강도 높은 말 폭탄까지.

북한이 대남 무력시위와 비난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친서 외교로 상징되는 유화 제스처를 연이어 보내고 있는데요.

북미 실무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도 남측을 배제하는 정도가 갈수록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 강도를 높이는 북한의 속내 짚어봤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한미연합연습을 문제 삼아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에 이어, 최근에는 주한 미군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와 닮은꼴 미사일까지 신형 무기 3종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1일 : "새 무기체계의 우월하고도 위력한 설계상 요구가 완벽하게 현실화되었다는 것이 확증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무기 개발 과학자 103명을 대거 승진 조치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싣고 이례적으로 승진자 명단 전체를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4일 : "위력한 새 무기체계들을 연속적으로 개발 완성하는 특기할 위훈을 세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우리의 중장급인 ‘상장’으로 승진한 전일호입니다.

리병철, 장창하 등과 함께 북한 미사일 4인방으로 불리는 전일호는 2년 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습니다.

최근 미사일 발사 때도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맞잡거나 바로 옆에 자리하며 새로운 미사일 주역임을 과시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무기개발 과학자 승진 조치는 군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최근 개발에 성공한 신형 무기 3종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세 쪽짜리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남측에 거친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친서 외교로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 북한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미 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멈출 것이라며 최근 무력시위에 대한 작은 사과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김정은 위원장은 워 게임, 한미연합훈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나 역시 그 워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화살은 미국이 아닌 남측을 향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에 돌입하자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를 비난한 겁니다.

청와대와 국방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연습을 중단하거나 성의껏 해명하기 전에는 남북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미국 대통령까지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며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청와대가 중단 촉구를 이야기하며 횡설수설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담화문은 만약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미국과의 사이에서 열리는 것이지 남북 대화는 아니라며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는 이중 전략을 폈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지금 대북제재의 구조 속에서 개성공단의 재개나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 같은 것들을 북한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회담이 조만간에 재개될 것이라고 하는 전제하에 지금 전략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북미회담의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대화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 간에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소장 회의가 장기간 불발되는 등 소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우리 정부의 쌀 지원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위 높은 북한의 대남 비난이 이어지면서 과거 ‘통미봉남’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판을 유지하려 하는 이상, 자위 차원의 무기 개발에 일일이 반발할 경우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한의 비난에 대해서 어떤 일희일비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거 자체가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모두 전가하려는 그런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일단은 북미 관계를 재개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정책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봅니다."]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대화가 재가동되면서 주춤거리던 비핵화 실무 협상에도 활로가 트일지 주목됩니다.

협상 재개 시점은 친서 내용을 감안할 때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은 협상 복귀 명분으로 미국이 최근 들고 나온 핵 동결 입구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달 미 국무부가 핵 동결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시작점은 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해 온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승리로 부분 포장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모건 오테이거스/미국 국무부 대변인/7월 9일 : "트럼프 행정부는 '동결'을 최종 목표로 특정한 적이 없습니다. '동결'은 과정의 시작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미국이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향후 북미 협상에서 체제안전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사실상 묵인하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마치 면죄부 백지 수표를 줘버린 양상이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북한한테 잘못된 신호로 입력된다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전략무기 ICBM도 포기하고 핵도 포기했을 때 마지막 질 수 있는 것이 단거리 미사일인데 그거는 괜찮다, 북한이 그런 신호를 받게 된다면 이게 미국한테는 괜찮을 수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쨌든 안보의 위협 거리가 되는 것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파트 월세 몇백 달러보다 한국 방위비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는 발언을 이어가는 등, 한국의 방위비 증액과 비핵화 협상을 재선 유세의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8월 7일 : "한국과 나는 합의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더 많은 돈을 내기로 동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 74주년을 맞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일본을 향해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고, 남북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 대신, 대화와 협력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하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성장한 나라가 뒤따르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상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특히 ‘평화경제’는 경제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천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앞으로 북미협상이 잘 풀리고 그 후에 남북대화가 다시 재개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철도 공동체와 각종 남북 경협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남북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남북경제공동체 하에서 8천만 단일 시장의 효과,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앞으로 평화번영을 위한 교량 국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하지만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동시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통일과 평화경제를 언급한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라며 남북 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건 전적으로 남측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또,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도 거론하며 우리 군의 방위력 개선 계획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연일 미사일을 쏘면서도 미국과는 친서 외교를 지속하며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북한.

결국, 이달 말쯤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북미 실무협상 과정에 따라 남북 관계 향배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서로에게 ‘새로운 셈법’과 ‘창의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북미가 어떤 절충점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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