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美 수돗물서 또 ‘납’ 검출

입력 2019.08.19 (18:07) 수정 2019.08.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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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물'과 관련한 소식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네. 대부분 가정집서 요리하거나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돗물' 얘깁니다.

최근 미국에서 이 수돗물을 쓰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데요.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뉴어크 시에 사는 이 여성은 얼마 전부터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에 (이렇게) 위험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에보니 윌리엄스/주민 : "(자녀들의 혈중 납 수치 검사는 하셨어요?) 안 그래도 오늘 물 받으러 안 가고 검사받으러 가려고요."]

그런데, 비슷한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미 환경보호국(EPA)이 뉴어크 시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납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앵커]

수돗물에서 검출된 납 함량이 어느 정도나 됐던 겁니까?

[기자]

미 환경보호국은 필터, 즉 여과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사람이 마실 경우에 위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시 당국은 일단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먹지 말 것을 권고하고, 생수를 나눠주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무더위에 물까지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나 잭슨/주민 : "보시다시피 전부 여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정부에서 물을 먹지 말라고 하니 지금 시민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어요."]

생수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는 빈손으로 그냥 돌아가기도 하는데요.

뉴저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뉴어크에는 현재 약 28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돗물에서 왜 납 성분이 나왔는지에 대한 원인은 밝혀졌나요?

[기자]

공식 조사 발표는 아직이지만, 시 당국은 오래된 수도관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계자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필 머피/미 뉴저지주지사 : "여기저기에 100년도 더 된 시설들이 많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미국 내에서는 나무 파이프로 된 수도관도 여전히 사용 중인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가 또 수도관 탓을 하고 있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오염된 수돗물로 인한 피해가 벌써 5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 뉴어크 시가 납 성분을 99% 걸러준다며 필터 설치를 권장했는데, 최근 필터에서도 납 성분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 데이비스/주민 : "(수돗물을 마셔도 될 것 같으세요?) 아니요, 뉴어크 시의 이 수돗물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예요."]

[앵커]

방금 들은 주민의 '노(NO)'라는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그럼 정부가 그동안 수도관 교체 등 수질 안전을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기자]

뉴어크 시는 지난 5월부터 단계적으로 수도관 내부를 코팅하는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도관 안에서 납이 물에 침출되는걸 막으려면, 특수 화학 물질을 주입해 보호막을 입혀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보호막이 생기게 하려면 주민들이 수도관을 열어 물을 계속 흐르게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수도관 교체는 엄두도 못 냅니다.

만4천 개가 넘는 수도관을 전부 다 바꾸려면 최소 8년, 비용도 7천5백만 달러, 9백억 원이 필요합니다.

뉴어크 전 시장이었던 코리 부커 의원이 수자원 인프라 확충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문제지만, 그동안 필터만 믿고 물을 썼던 주민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혹시 납이 인체 내로 흡수되진 않았을지 걱정이 클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납'은 인체에 장기간 축적되면 생식기능 장애, 뇌 손상 등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특히, 어린이와 임신부에는 아주 극소량이라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5살인 이 남자아이는, 지난 2월 검사에서 혈중 납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괜찮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합니다.

[샤키마 토마스/뉴저지 거주 : "제 아들이 수영할 때마다 주의 깊게 지켜봅니다. 물에서 납 성분이 나왔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될까 봐 이제 좋아하는 물놀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지난해 뉴저지주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뉴어크 시에 거주하는 6세 미만 어린이 중 25%가 혈중 납 수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는 다른 주에 사는 아동보다 납 중독 가능성이 2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릭 올슨/미 환경단체(NRDC) 관계자 :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공중 보건위기이며 시, 주 정부 관계자들이 속히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한편, 미 일리노이주에서도 수돗물에서 납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미 현지 매체들은 지난 2016년 중금속 오염 수돗물로 비상사태까지 내려진 플린트 시 사례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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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美 수돗물서 또 ‘납’ 검출
    • 입력 2019-08-19 18:16:24
    • 수정2019-08-19 18:38:05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물'과 관련한 소식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네. 대부분 가정집서 요리하거나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돗물' 얘깁니다.

최근 미국에서 이 수돗물을 쓰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데요.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뉴어크 시에 사는 이 여성은 얼마 전부터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에 (이렇게) 위험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에보니 윌리엄스/주민 : "(자녀들의 혈중 납 수치 검사는 하셨어요?) 안 그래도 오늘 물 받으러 안 가고 검사받으러 가려고요."]

그런데, 비슷한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미 환경보호국(EPA)이 뉴어크 시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납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앵커]

수돗물에서 검출된 납 함량이 어느 정도나 됐던 겁니까?

[기자]

미 환경보호국은 필터, 즉 여과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사람이 마실 경우에 위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시 당국은 일단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먹지 말 것을 권고하고, 생수를 나눠주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무더위에 물까지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나 잭슨/주민 : "보시다시피 전부 여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정부에서 물을 먹지 말라고 하니 지금 시민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어요."]

생수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는 빈손으로 그냥 돌아가기도 하는데요.

뉴저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뉴어크에는 현재 약 28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돗물에서 왜 납 성분이 나왔는지에 대한 원인은 밝혀졌나요?

[기자]

공식 조사 발표는 아직이지만, 시 당국은 오래된 수도관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계자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필 머피/미 뉴저지주지사 : "여기저기에 100년도 더 된 시설들이 많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미국 내에서는 나무 파이프로 된 수도관도 여전히 사용 중인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가 또 수도관 탓을 하고 있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오염된 수돗물로 인한 피해가 벌써 5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 뉴어크 시가 납 성분을 99% 걸러준다며 필터 설치를 권장했는데, 최근 필터에서도 납 성분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 데이비스/주민 : "(수돗물을 마셔도 될 것 같으세요?) 아니요, 뉴어크 시의 이 수돗물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예요."]

[앵커]

방금 들은 주민의 '노(NO)'라는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그럼 정부가 그동안 수도관 교체 등 수질 안전을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기자]

뉴어크 시는 지난 5월부터 단계적으로 수도관 내부를 코팅하는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도관 안에서 납이 물에 침출되는걸 막으려면, 특수 화학 물질을 주입해 보호막을 입혀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보호막이 생기게 하려면 주민들이 수도관을 열어 물을 계속 흐르게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수도관 교체는 엄두도 못 냅니다.

만4천 개가 넘는 수도관을 전부 다 바꾸려면 최소 8년, 비용도 7천5백만 달러, 9백억 원이 필요합니다.

뉴어크 전 시장이었던 코리 부커 의원이 수자원 인프라 확충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문제지만, 그동안 필터만 믿고 물을 썼던 주민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혹시 납이 인체 내로 흡수되진 않았을지 걱정이 클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납'은 인체에 장기간 축적되면 생식기능 장애, 뇌 손상 등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특히, 어린이와 임신부에는 아주 극소량이라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5살인 이 남자아이는, 지난 2월 검사에서 혈중 납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괜찮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합니다.

[샤키마 토마스/뉴저지 거주 : "제 아들이 수영할 때마다 주의 깊게 지켜봅니다. 물에서 납 성분이 나왔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될까 봐 이제 좋아하는 물놀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지난해 뉴저지주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뉴어크 시에 거주하는 6세 미만 어린이 중 25%가 혈중 납 수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는 다른 주에 사는 아동보다 납 중독 가능성이 2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릭 올슨/미 환경단체(NRDC) 관계자 :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공중 보건위기이며 시, 주 정부 관계자들이 속히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한편, 미 일리노이주에서도 수돗물에서 납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미 현지 매체들은 지난 2016년 중금속 오염 수돗물로 비상사태까지 내려진 플린트 시 사례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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