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전문직 여성’ 부상…현실은?

입력 2019.08.24 (08:07) 수정 2019.08.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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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TV를 보면 전문직 여성을 부각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북한 사회의 대표적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이같은 여성의 지위 향상인데요.

14년 만에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사회의 시선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상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황해북도 사리원 시의 황해북도 인민병원.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 한 대가 병원으로 들어섰다.

두 달 전 예술학원을 졸업하고 사리원 예술단원이 됐다는 여성 환자는 사고로 양쪽 다리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

다리 절단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지 절단이 아닌 새로운 수술법을 제시 한 사람.

이 병원 외과전문의 송윤희 선생이다.

[조선중앙TV ‘인민의 사랑받는 처녀 대의원’ : "사실 같은 처녀여서 환자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윤희 동무는 대담하게 환자의 다리를 자르지 않고 소생시키기 위한 수술에 나섰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환자의 상태와 함께 송윤희 선생의 경력과 당시 수술 과정들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조선중앙TV ‘인민의 사랑받는 처녀 대의원’ : "무려 세 시간에 걸치는 수술 끝에 환자의 다리 신경들과 혈관들이 다시 이어지고, 일단 위험한 상태는 해소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건강해진 모습으로 퇴원까지 하게 된 여성.

[김춘영/황해북도 인민병원 환자 : "잠결에도 아픔에 눈을 떠보면 언제나 윤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또 6개월이면 완치된다는 내 다리가 윤희 선생님의 그 뜨거운 정성에 오늘 이렇게 두 달 만에 완쾌되었습니다."]

방송은 이 의사가 능력과 환자에 대한 헌신을 인정을 받아 지역 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고 선전했다.

송윤희 선생 역시 능력만 있다면 평범한 여성도 당국의 영예를 받을 수 있다고 전한다.

[송윤희/황해북도 인민병원 사지외과 전문의 : "경애하는 원수님을 만나 뵙던 영광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원수님 계시어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다 인민을 위한 헌신의 한 길에서 감 높은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평양 만경대구역 궤도전차의 첫 불을 밝히는 사람.

궤도전차 운전사 장영희 씨다.

1997년부터 평양 송산궤도전차사업소에서 일해 온 장영희 씨는 북한의 1호 여성 궤도전차 운전사다.

[리광/평양시민 : "고난의 행군 때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요만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이 육중한 궤도에 여자가 몰고 오는 게 아닙니까. 희한한 일이죠. 그래서 다 신기해서 바라봤습니다."]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장영희 씨.

그러나 지금 그녀는 앞으로의 20년을 다짐하고 있다.

[장영희/평양 궤도전차 운전사 : "20년 정말 내 인생에서 짧지 않은 나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난 누가 뭘 하겠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이제 20년을 더 산데도 변함없이 궤도전차 운전사로 살겠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런 장 씨의 노고를 높이 사며 자기 직업에 대한 애착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조선중앙TV ‘첫 녀성 궤도전차 운전사가 걷는 길’ : "자기의 직업에 대한 애착을 올려놓고 꾸준히 일해올 때 그것이 곧 위훈이며 영예이며…."]

이처럼 최근 북한 매체는 전문직 여성의 능력을 부각하고, 이들을 본보기로 내세우는 방송을 자주 방영하고 있다.

가정을 돌보거나 동원 방식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일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북한 여성들의 달라진 지위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 구조적인 몇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도 이미 한 자녀 시대로 넘어갔어요. 그러니까 한 자녀 시대에 여성들의 어떤 부모님들의 집중적인 교육과 관심 이런 효과가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요. 또 하나의 장마당 경제 활성화입니다. 북한 시장을 지배하는 돈주, 그다음 큰 돈주의 상당 부분이 여성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적 파워가 커지면서 여성들의 위상도 상당히 제고가 됐죠."]

1946년 7월, 북한은 남녀평등권에 관한 법령을 제정한 이래 제도적으로나 실제에 있어 여성의 지위가 보장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해방, 여성 존중이라는 구호 아래 남녀평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목적은 사회주의 산업화를 완성시키기 위한 사상적 무장과 노동력 동원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기록영화 ‘태양의 품속에서 꽃들은 만발한다’ : "봉건적 생활 인습을 버리고 여성도 국가 산업 건설에 적극 참가하자."]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에 직면했던 북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이 다시 한 번 부각된다.

국가가 주도하는 배급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장마당.

직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에 나온 것이 대부분 가정주부,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북한 당국도 여성들의 경제적 역할을 격려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북한 기록영화 ‘조선 녀성의 모습에서’ : "정녕 선국혁명 총진군 길에서 남성들과 나란히 어깨 겯고 고난도 시련도 달게 여기며 억세게 투쟁하는 조선여성들의 자랑찬 모습."]

그러나 이런 여성의 경제활동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아닌 여전히 남성과 국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고난의 행군 시기에 여성들이 정말 나가서 자기 몸과 쌀을 바꿔서 가족을 살렸단 말이에요. 북한 체제가 강조하는 게 그겁니다. 여자는 남편 내조를 잘해서 남편을 혁명가로 만들고 자식을 잘 키워서 혁명가로 만들고 본인도 혁명가로 돼야 된다라는 거예요. 그러면 이 세 가지에 대한 뭐냐하면 부담감을 여자가 혼자 끌어안아야 되거죠."]

그러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맞은 북한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상당수 여성들이 주체적인 경제활동을 경험하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도 커진 것이다.

집권 초 북한 내 취약계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김정은 위원장 역시 여성들에 사회적 진출을 장려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내 놓았다.

2014년, 프로펠러 항공기만 조종했던 여군에게 전투기 조종 지시를 내리고 초음속 전투기 조종사까지 배출하라고 명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11월/조선중앙TV : "남성들도 타기 힘든 추격기를 나이 어린 소녀들이 단독으로 탄다는 것은 정말 기특하고 대단하다고 높이 치하하셨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체육강국의 2015’ :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2015년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선수들을 얼싸안고 환영하며 여성 운동선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선보였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요즘에 북한 체제에서 아마도 장마당을 통해서 여성의 목소리가 세지다 보니까 그 여성들을 감당해낼 만한 감당해내야 되겠다는 아마 숙제 아닌 숙제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그 여성들을 통제도 할 겸 또는 그 여성들에게 어떠한 사회적인 정치적인 이러한 보상 개념으로 그러한 전문직을 강조하긴 하는데..."]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 발맞추어 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전문직 여성들이 대외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북한의 인기 에어로빅 강사로 소개된 이 여성은 앳돼 보이지만 중학생 때부터 무용을 전공한 베테랑 무용수다.

[김진아/금릉운동관 율동운동 보급원 : "사무실에서 부종이 오고 걷지 못하고 하던 사람들도 몸이 다 부은 게 내리고 건강해진다고 유연성도 풀리고 하니 좋다고 합니다. 우리 금릉운동관 율동실에 꼭 오십시오. 잘 배워드리겠습니다."]

평양의 교통 보안원 역시 여학생들에개 인기가 좋은 직종으로 소개됐다.

[류정혜/평양시민보안국 교통지휘대 교통보안원 : "평양견학을 하면서 네거리에서 여성 교통 보안원들이 교통 지휘 신호를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교통보안원이 되고 싶어서인물심사에 참가해가지고 합격이 돼서 교통보안원이 됐습니다."]

조금은 자유로운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젊은 여성들의 솔직한 생각도 가감 없이 전달한 선전 매체.

[류정혜/평양시민보안국 교통지휘대 교통보안원 : "애인은 아직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인물 체격은 좀 있는 사람을 그려보곤 했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당국의 선전과 보고에도 불구하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북한 내 여성 지위와 인권에 대한 지적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사회의 성 차별적이고 역할에 대한 정형화된 태도가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전히 많은 북한 여성들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북한당국의 체제 선전을 위한 곳에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진 또 전진 신심 드높이, 전진 또 전진 용기 백배해."]

[평양시민 :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성들이 일찍 나와서 출근자들을 위해서 북소리를 힘차게 울려주는데 막 신심이 솟구칩니다."]

아직 만연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헌신하는 아내, 어머니를 강조하는 모습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집에 들어오면 남편을 내조해야죠. 경제적인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되죠. 사실은 전문직이라고 겉으로 보여지기에는 볼 수 있겠지만, 내적으로는 이 여성들도 그냥 북한 체제의 정치적인 선전용으로만 될 뿐이지 사실은 내적으로 그닥 정말 정상적인 것으로 행복한 전문직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거죠."]

국제기구들은 북한 스스로가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만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의식개혁 캠페인, 교육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국제 사회 기대 수준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고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장의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건 아니고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간의 민주주의 경제적 발전을 통해서 여성의 지위가 발전돼온 거지 그것이 특정한 정책적 결과에 단계적인 건 아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 정상화라고 하는 건 사실은 중장기적인 민주화, 시장화, 자유화 이 세 가지가 결합이 되지 않으면 여성 정책은 단계적 여성 정책은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여성들을 부각하며 여성의 지위 향상을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권리와 변화에 대한 욕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여 년 전 남녀평등을 제도화한 그때처럼 국제사회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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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전문직 여성’ 부상…현실은?
    • 입력 2019-08-24 08:35:59
    • 수정2019-08-24 09: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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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TV를 보면 전문직 여성을 부각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북한 사회의 대표적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이같은 여성의 지위 향상인데요.

14년 만에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사회의 시선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상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황해북도 사리원 시의 황해북도 인민병원.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 한 대가 병원으로 들어섰다.

두 달 전 예술학원을 졸업하고 사리원 예술단원이 됐다는 여성 환자는 사고로 양쪽 다리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

다리 절단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지 절단이 아닌 새로운 수술법을 제시 한 사람.

이 병원 외과전문의 송윤희 선생이다.

[조선중앙TV ‘인민의 사랑받는 처녀 대의원’ : "사실 같은 처녀여서 환자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윤희 동무는 대담하게 환자의 다리를 자르지 않고 소생시키기 위한 수술에 나섰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환자의 상태와 함께 송윤희 선생의 경력과 당시 수술 과정들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조선중앙TV ‘인민의 사랑받는 처녀 대의원’ : "무려 세 시간에 걸치는 수술 끝에 환자의 다리 신경들과 혈관들이 다시 이어지고, 일단 위험한 상태는 해소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건강해진 모습으로 퇴원까지 하게 된 여성.

[김춘영/황해북도 인민병원 환자 : "잠결에도 아픔에 눈을 떠보면 언제나 윤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또 6개월이면 완치된다는 내 다리가 윤희 선생님의 그 뜨거운 정성에 오늘 이렇게 두 달 만에 완쾌되었습니다."]

방송은 이 의사가 능력과 환자에 대한 헌신을 인정을 받아 지역 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고 선전했다.

송윤희 선생 역시 능력만 있다면 평범한 여성도 당국의 영예를 받을 수 있다고 전한다.

[송윤희/황해북도 인민병원 사지외과 전문의 : "경애하는 원수님을 만나 뵙던 영광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원수님 계시어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다 인민을 위한 헌신의 한 길에서 감 높은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평양 만경대구역 궤도전차의 첫 불을 밝히는 사람.

궤도전차 운전사 장영희 씨다.

1997년부터 평양 송산궤도전차사업소에서 일해 온 장영희 씨는 북한의 1호 여성 궤도전차 운전사다.

[리광/평양시민 : "고난의 행군 때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요만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이 육중한 궤도에 여자가 몰고 오는 게 아닙니까. 희한한 일이죠. 그래서 다 신기해서 바라봤습니다."]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장영희 씨.

그러나 지금 그녀는 앞으로의 20년을 다짐하고 있다.

[장영희/평양 궤도전차 운전사 : "20년 정말 내 인생에서 짧지 않은 나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난 누가 뭘 하겠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이제 20년을 더 산데도 변함없이 궤도전차 운전사로 살겠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런 장 씨의 노고를 높이 사며 자기 직업에 대한 애착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조선중앙TV ‘첫 녀성 궤도전차 운전사가 걷는 길’ : "자기의 직업에 대한 애착을 올려놓고 꾸준히 일해올 때 그것이 곧 위훈이며 영예이며…."]

이처럼 최근 북한 매체는 전문직 여성의 능력을 부각하고, 이들을 본보기로 내세우는 방송을 자주 방영하고 있다.

가정을 돌보거나 동원 방식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일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북한 여성들의 달라진 지위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 구조적인 몇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도 이미 한 자녀 시대로 넘어갔어요. 그러니까 한 자녀 시대에 여성들의 어떤 부모님들의 집중적인 교육과 관심 이런 효과가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요. 또 하나의 장마당 경제 활성화입니다. 북한 시장을 지배하는 돈주, 그다음 큰 돈주의 상당 부분이 여성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적 파워가 커지면서 여성들의 위상도 상당히 제고가 됐죠."]

1946년 7월, 북한은 남녀평등권에 관한 법령을 제정한 이래 제도적으로나 실제에 있어 여성의 지위가 보장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해방, 여성 존중이라는 구호 아래 남녀평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목적은 사회주의 산업화를 완성시키기 위한 사상적 무장과 노동력 동원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기록영화 ‘태양의 품속에서 꽃들은 만발한다’ : "봉건적 생활 인습을 버리고 여성도 국가 산업 건설에 적극 참가하자."]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에 직면했던 북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이 다시 한 번 부각된다.

국가가 주도하는 배급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장마당.

직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에 나온 것이 대부분 가정주부,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북한 당국도 여성들의 경제적 역할을 격려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북한 기록영화 ‘조선 녀성의 모습에서’ : "정녕 선국혁명 총진군 길에서 남성들과 나란히 어깨 겯고 고난도 시련도 달게 여기며 억세게 투쟁하는 조선여성들의 자랑찬 모습."]

그러나 이런 여성의 경제활동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아닌 여전히 남성과 국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고난의 행군 시기에 여성들이 정말 나가서 자기 몸과 쌀을 바꿔서 가족을 살렸단 말이에요. 북한 체제가 강조하는 게 그겁니다. 여자는 남편 내조를 잘해서 남편을 혁명가로 만들고 자식을 잘 키워서 혁명가로 만들고 본인도 혁명가로 돼야 된다라는 거예요. 그러면 이 세 가지에 대한 뭐냐하면 부담감을 여자가 혼자 끌어안아야 되거죠."]

그러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맞은 북한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상당수 여성들이 주체적인 경제활동을 경험하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도 커진 것이다.

집권 초 북한 내 취약계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김정은 위원장 역시 여성들에 사회적 진출을 장려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내 놓았다.

2014년, 프로펠러 항공기만 조종했던 여군에게 전투기 조종 지시를 내리고 초음속 전투기 조종사까지 배출하라고 명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11월/조선중앙TV : "남성들도 타기 힘든 추격기를 나이 어린 소녀들이 단독으로 탄다는 것은 정말 기특하고 대단하다고 높이 치하하셨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체육강국의 2015’ :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2015년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선수들을 얼싸안고 환영하며 여성 운동선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선보였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요즘에 북한 체제에서 아마도 장마당을 통해서 여성의 목소리가 세지다 보니까 그 여성들을 감당해낼 만한 감당해내야 되겠다는 아마 숙제 아닌 숙제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그 여성들을 통제도 할 겸 또는 그 여성들에게 어떠한 사회적인 정치적인 이러한 보상 개념으로 그러한 전문직을 강조하긴 하는데..."]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 발맞추어 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전문직 여성들이 대외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북한의 인기 에어로빅 강사로 소개된 이 여성은 앳돼 보이지만 중학생 때부터 무용을 전공한 베테랑 무용수다.

[김진아/금릉운동관 율동운동 보급원 : "사무실에서 부종이 오고 걷지 못하고 하던 사람들도 몸이 다 부은 게 내리고 건강해진다고 유연성도 풀리고 하니 좋다고 합니다. 우리 금릉운동관 율동실에 꼭 오십시오. 잘 배워드리겠습니다."]

평양의 교통 보안원 역시 여학생들에개 인기가 좋은 직종으로 소개됐다.

[류정혜/평양시민보안국 교통지휘대 교통보안원 : "평양견학을 하면서 네거리에서 여성 교통 보안원들이 교통 지휘 신호를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교통보안원이 되고 싶어서인물심사에 참가해가지고 합격이 돼서 교통보안원이 됐습니다."]

조금은 자유로운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젊은 여성들의 솔직한 생각도 가감 없이 전달한 선전 매체.

[류정혜/평양시민보안국 교통지휘대 교통보안원 : "애인은 아직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인물 체격은 좀 있는 사람을 그려보곤 했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당국의 선전과 보고에도 불구하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북한 내 여성 지위와 인권에 대한 지적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사회의 성 차별적이고 역할에 대한 정형화된 태도가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전히 많은 북한 여성들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북한당국의 체제 선전을 위한 곳에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진 또 전진 신심 드높이, 전진 또 전진 용기 백배해."]

[평양시민 :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성들이 일찍 나와서 출근자들을 위해서 북소리를 힘차게 울려주는데 막 신심이 솟구칩니다."]

아직 만연한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헌신하는 아내, 어머니를 강조하는 모습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집에 들어오면 남편을 내조해야죠. 경제적인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되죠. 사실은 전문직이라고 겉으로 보여지기에는 볼 수 있겠지만, 내적으로는 이 여성들도 그냥 북한 체제의 정치적인 선전용으로만 될 뿐이지 사실은 내적으로 그닥 정말 정상적인 것으로 행복한 전문직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거죠."]

국제기구들은 북한 스스로가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만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의식개혁 캠페인, 교육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국제 사회 기대 수준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고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장의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건 아니고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간의 민주주의 경제적 발전을 통해서 여성의 지위가 발전돼온 거지 그것이 특정한 정책적 결과에 단계적인 건 아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 정상화라고 하는 건 사실은 중장기적인 민주화, 시장화, 자유화 이 세 가지가 결합이 되지 않으면 여성 정책은 단계적 여성 정책은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여성들을 부각하며 여성의 지위 향상을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권리와 변화에 대한 욕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여 년 전 남녀평등을 제도화한 그때처럼 국제사회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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