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죽음의 바다 지중해…표류하는 난민 정책

입력 2019.08.24 (21:40) 수정 2019.08.2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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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휴양지로 여겨지는 지중해가 난민들에게는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벌써 600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탈리아에선 난민 100여 명을 태운 구조선이 바로 앞에 항구를 두고서 승선을 허가받지 못해 19일 동안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이번 주 핫이슈, 보도본부 국제부를 연결해 지중해 난민 문제를 짚어봅니다. 김도엽 기자?

[리포트]

매년 가장 많은 익사자가 발생하는 바다, 바로 '난민의 무덤'이라 불리는 지중해입니다.

해상의 배가 한 척 보이시죠?

난민 구조선 '오픈 암스'호입니다.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 암스'가 이달 초 리비아 연안에서 160여 명을 구조해 이탈리아 최남단의 '람페두사'라는 섬까지 왔었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무려 19일 동안 해상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좁은 선실에 갇힌 난민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인도적 처우를 해주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빗발쳤고, 이탈리아 정부는 마지못해 임신부와 환자, 어린이의 하선을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배에는 여전히 80여 명이 남겨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등 배는 혼돈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오스카 캠스/오픈암스 창립자 : "며칠 간 계속 경고해 왔습니다. 물에 뛰어들고,, 분쟁에..불안에 의한 폭력..공황 상태까지. 뭐가 더 필요합니까? 사망자가 나와야 하나요? 바다에서 죽지 않았는데, '오픈 암스'호에서 죽어야 하나요?"]

이처럼 난민의 상륙을 막으며 봉쇄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입니다.

반 난민 정책으로 지지층을 집결시킨 극우 정치인입니다.

배우 리처드 기어와도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리처드 기어는 '오픈 암스'에 승선해 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면서 이렇게 살비니를 비판했습니다.

[리처드 기어/배우 : "배우지 못한 정치인들은 항상 분쟁을 조장하고 초점을 흐리려 합니다. 이건 인간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형제임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자 살비니 부총리는 SNS를 통해 "미국의 관대한 백만장자가 난민을 걱정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난민을 할리우드로 데려가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비꼬았습니다.

다행히 나흘 전 이탈리아 검찰이 직권으로 난민의 하선을 허가해 전원이 뭍에 내릴 수 있게 됐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 난민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바로 남쪽 몰타에서는 또 다른 보트 난민이 열하루 동안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는데요,

물도, 식량도 없이 작은 이 고무보트에 올랐던 14명 중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모하메드/에티오피아 난민 생존자 : "우리를 스쳐 가는 배들이 매우 가까웠어요. 그들은 우리를 볼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릴 보고 그냥 도망갔어요."]

매일 몇 명씩 죽어 나가는 지옥 같은 고통을 받았지만 지나치는 배들은 모른척했다며 지중해의 참상을 증언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지중해는 난민들에게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지중해를 한번 들여다보죠.

최근 리비아 쪽에서 난민이 급증하는 건 카다피 정권 붕괴 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이쪽 해안경비대 감시망이 무너졌거든요.

그러면서 북아프리카 일대 난민이 몰려들어 이쪽이 해안 탈출 루트가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난민들은 어디로 향할까요?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이탈리아, 그리고 몰타입니다.

두 나라가 다른 남유럽 국가보다도 난민 문제로 더 골치를 썩이는 이유죠.

반 난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있는 겁니다.

국민들의 반 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이탈리아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5월 EU 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부총리 : "이탈리아 항구를 열고, 이탈리아를 유럽의 난민 캠프로 만들려는 획책이 있는 건 명확합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거기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비니의 진두지휘로 이탈리아 의회는 영해를 침범한 난민 구조선에 13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선장 체포와 선박 압류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유럽 최대 규모의 시칠리아 섬 난민센터도 폐쇄했죠.

이탈리아뿐 아니라 헝가리, 벨기에 등 EU 의회 선거에서는 반 난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유럽의 반 난민 정서는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쿠르디 사진 2015. 전 세계를 가슴 아프게 했던 이 한 장의 사진, 기억하실 겁니다.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해 터키 앞바다로 밀려온 시리아 소년 쿠르디의 모습입니다.

2015년,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난민 수용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난민 관련 기부금도 50배로 급증하기도 했죠.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난민 정책은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유럽연합, EU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 구조 작업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구조는커녕, 오히려 해안 순찰을 강화하고 항구를 봉쇄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 놓은 난민 구조는 NGO가 대신하고 있지만 감당할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랩니다.

EU 내 난민 분담 협상도 답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년 30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고 있고 이중 1,000명 이상이 익사하거나 실종되는 상황이 6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중해 난민 문제로 인류의 양심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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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죽음의 바다 지중해…표류하는 난민 정책
    • 입력 2019-08-24 22:02:55
    • 수정2019-08-24 22:32:4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휴양지로 여겨지는 지중해가 난민들에게는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벌써 600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탈리아에선 난민 100여 명을 태운 구조선이 바로 앞에 항구를 두고서 승선을 허가받지 못해 19일 동안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이번 주 핫이슈, 보도본부 국제부를 연결해 지중해 난민 문제를 짚어봅니다. 김도엽 기자?

[리포트]

매년 가장 많은 익사자가 발생하는 바다, 바로 '난민의 무덤'이라 불리는 지중해입니다.

해상의 배가 한 척 보이시죠?

난민 구조선 '오픈 암스'호입니다.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 암스'가 이달 초 리비아 연안에서 160여 명을 구조해 이탈리아 최남단의 '람페두사'라는 섬까지 왔었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무려 19일 동안 해상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좁은 선실에 갇힌 난민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인도적 처우를 해주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빗발쳤고, 이탈리아 정부는 마지못해 임신부와 환자, 어린이의 하선을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배에는 여전히 80여 명이 남겨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등 배는 혼돈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오스카 캠스/오픈암스 창립자 : "며칠 간 계속 경고해 왔습니다. 물에 뛰어들고,, 분쟁에..불안에 의한 폭력..공황 상태까지. 뭐가 더 필요합니까? 사망자가 나와야 하나요? 바다에서 죽지 않았는데, '오픈 암스'호에서 죽어야 하나요?"]

이처럼 난민의 상륙을 막으며 봉쇄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입니다.

반 난민 정책으로 지지층을 집결시킨 극우 정치인입니다.

배우 리처드 기어와도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리처드 기어는 '오픈 암스'에 승선해 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면서 이렇게 살비니를 비판했습니다.

[리처드 기어/배우 : "배우지 못한 정치인들은 항상 분쟁을 조장하고 초점을 흐리려 합니다. 이건 인간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형제임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자 살비니 부총리는 SNS를 통해 "미국의 관대한 백만장자가 난민을 걱정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난민을 할리우드로 데려가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비꼬았습니다.

다행히 나흘 전 이탈리아 검찰이 직권으로 난민의 하선을 허가해 전원이 뭍에 내릴 수 있게 됐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 난민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바로 남쪽 몰타에서는 또 다른 보트 난민이 열하루 동안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는데요,

물도, 식량도 없이 작은 이 고무보트에 올랐던 14명 중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모하메드/에티오피아 난민 생존자 : "우리를 스쳐 가는 배들이 매우 가까웠어요. 그들은 우리를 볼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릴 보고 그냥 도망갔어요."]

매일 몇 명씩 죽어 나가는 지옥 같은 고통을 받았지만 지나치는 배들은 모른척했다며 지중해의 참상을 증언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지중해는 난민들에게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지중해를 한번 들여다보죠.

최근 리비아 쪽에서 난민이 급증하는 건 카다피 정권 붕괴 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이쪽 해안경비대 감시망이 무너졌거든요.

그러면서 북아프리카 일대 난민이 몰려들어 이쪽이 해안 탈출 루트가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난민들은 어디로 향할까요?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이탈리아, 그리고 몰타입니다.

두 나라가 다른 남유럽 국가보다도 난민 문제로 더 골치를 썩이는 이유죠.

반 난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있는 겁니다.

국민들의 반 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이탈리아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5월 EU 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부총리 : "이탈리아 항구를 열고, 이탈리아를 유럽의 난민 캠프로 만들려는 획책이 있는 건 명확합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거기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비니의 진두지휘로 이탈리아 의회는 영해를 침범한 난민 구조선에 13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선장 체포와 선박 압류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유럽 최대 규모의 시칠리아 섬 난민센터도 폐쇄했죠.

이탈리아뿐 아니라 헝가리, 벨기에 등 EU 의회 선거에서는 반 난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유럽의 반 난민 정서는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쿠르디 사진 2015. 전 세계를 가슴 아프게 했던 이 한 장의 사진, 기억하실 겁니다.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해 터키 앞바다로 밀려온 시리아 소년 쿠르디의 모습입니다.

2015년,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난민 수용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난민 관련 기부금도 50배로 급증하기도 했죠.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난민 정책은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유럽연합, EU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 구조 작업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구조는커녕, 오히려 해안 순찰을 강화하고 항구를 봉쇄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 놓은 난민 구조는 NGO가 대신하고 있지만 감당할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랩니다.

EU 내 난민 분담 협상도 답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년 30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고 있고 이중 1,000명 이상이 익사하거나 실종되는 상황이 6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중해 난민 문제로 인류의 양심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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