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이란, 경제제재 극복 방안으로 화폐개혁 강행할까?

입력 2019.08.29 (18:07) 수정 2019.08.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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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이 화폐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통용되는 화폐에서 '0'을 네 개 떼어내고 화폐의 이름도 '리알'에서 '토만'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화폐 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논쟁적인 주제인데, 지금 이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수요일이죠, 21일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의회에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화폐 액면 단위를 '만 대 일'로 축소하고 화폐 명칭도 리알에서 토만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만 리알을 일 토만으로 바꾼다, '0'을 네 개 없앤다는 계획입니다.

토만은 1930년대 이란에서 쓰던 통화 단위라고 합니다.

일단 공은 의회로 넘어갔는데, 의회에서 통과가 되도 헌법수호위워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이란에서 화폐개혁이 실제로 성사가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숩니다.

[앵커]

제 기억에 이란은 2016년에도 화폐 개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거든요.

이걸 다시 추진하는 걸 보면 이란의 화폐 가치가 많이 추락한 모양인데, 지금 환율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와 비교를 해보면, 2015년에는 환율이 1 달러 당 3만 2천 리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1달러에 12만 리알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5달러 짜리 햄버거 하나 사서 먹으려면 이란 돈으로는 60만 리알을 내야 하는 겁니다.

이란에서는 가장 금액이 큰 고액권 화폐가 10만 리알이거든요.

햄버거 하나에 최고 고액권 6개를 쓰는 거죠

여기에다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물가 상승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란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지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이 37.6%입니다.

실제로는 50%가 넘는다, 이런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일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리 그걸 개발할 수 있는데, 이란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자존심이 너무 세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라가 추락하고 있잖아요. 경제는 재앙 수준입니다. 뭔가 해야겠죠 두고 봅시다."]

[앵커]

이란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이 말은 이란이 먼저 뭔고 조치를 취하라, 이런 압박을 담고 있는데, 이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란은 반대로 미국이 경제 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란 로하니 대통령 발언 들어보시죠.

[하산 로하니/이란 대통령 :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잘못된 경로를 바로 잡지 않으면 긍정적인 발전(대화)은 없을 겁니다."]

이란은 기름도 가지고 있고 식량 자원도 충분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 이런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솟는 물가와 추락하는 화폐 가치에 대한 대책이 불가피하겠죠.

이란이 화폐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란 정부는 화폐 개혁을 통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화폐개혁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일단 현금 거래의 효율성이 높아지겠죠.

물건 하나 사기 위해서 지폐 다발 뭉텅이를 지급해야 하는 그런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돈 계산이 쉬워지니까 회계 절차, 재무제표 작성, 이런 것들도 좀 간편해집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화폐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금고에 쌓여있는 현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수단이라는 효용성이 많이 거론이 되는데, 이란 매체에서는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3월에 화폐 개혁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가 이슈가 커지니까 한국은행 총리가 그런 계획 없다고 해명하지 않았습니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이란 주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란 주민들 반응도 조금 회의적입니다.

경제의 기초, 이른바 펀더멘털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화폐에서 0을 몇 개 줄이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 이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란 시민 이야기 들어보시죠.

[바게리/테헤란 주민 : "0을 몇 개 없앴다고 바뀔 건 없습니다. 동전 다시 유통한다고 뭐가 바뀌나요. 환율을 낮춰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도 이란 물가는 올라가는 상황도 겪어봤잖아요."]

게다가 내년 3월이 이란 총선이어서 현 의회가 법안 심사에 적극 임하지 않는 것 아니냐, 이런 관측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 내부에서도 화폐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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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이란, 경제제재 극복 방안으로 화폐개혁 강행할까?
    • 입력 2019-08-29 18:12:37
    • 수정2019-08-29 18: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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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이 화폐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통용되는 화폐에서 '0'을 네 개 떼어내고 화폐의 이름도 '리알'에서 '토만'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화폐 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논쟁적인 주제인데, 지금 이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수요일이죠, 21일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의회에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화폐 액면 단위를 '만 대 일'로 축소하고 화폐 명칭도 리알에서 토만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만 리알을 일 토만으로 바꾼다, '0'을 네 개 없앤다는 계획입니다.

토만은 1930년대 이란에서 쓰던 통화 단위라고 합니다.

일단 공은 의회로 넘어갔는데, 의회에서 통과가 되도 헌법수호위워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이란에서 화폐개혁이 실제로 성사가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숩니다.

[앵커]

제 기억에 이란은 2016년에도 화폐 개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거든요.

이걸 다시 추진하는 걸 보면 이란의 화폐 가치가 많이 추락한 모양인데, 지금 환율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와 비교를 해보면, 2015년에는 환율이 1 달러 당 3만 2천 리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1달러에 12만 리알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5달러 짜리 햄버거 하나 사서 먹으려면 이란 돈으로는 60만 리알을 내야 하는 겁니다.

이란에서는 가장 금액이 큰 고액권 화폐가 10만 리알이거든요.

햄버거 하나에 최고 고액권 6개를 쓰는 거죠

여기에다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물가 상승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란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지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이 37.6%입니다.

실제로는 50%가 넘는다, 이런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일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리 그걸 개발할 수 있는데, 이란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자존심이 너무 세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라가 추락하고 있잖아요. 경제는 재앙 수준입니다. 뭔가 해야겠죠 두고 봅시다."]

[앵커]

이란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이 말은 이란이 먼저 뭔고 조치를 취하라, 이런 압박을 담고 있는데, 이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란은 반대로 미국이 경제 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란 로하니 대통령 발언 들어보시죠.

[하산 로하니/이란 대통령 :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잘못된 경로를 바로 잡지 않으면 긍정적인 발전(대화)은 없을 겁니다."]

이란은 기름도 가지고 있고 식량 자원도 충분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 이런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솟는 물가와 추락하는 화폐 가치에 대한 대책이 불가피하겠죠.

이란이 화폐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란 정부는 화폐 개혁을 통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화폐개혁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일단 현금 거래의 효율성이 높아지겠죠.

물건 하나 사기 위해서 지폐 다발 뭉텅이를 지급해야 하는 그런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돈 계산이 쉬워지니까 회계 절차, 재무제표 작성, 이런 것들도 좀 간편해집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화폐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금고에 쌓여있는 현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수단이라는 효용성이 많이 거론이 되는데, 이란 매체에서는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3월에 화폐 개혁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가 이슈가 커지니까 한국은행 총리가 그런 계획 없다고 해명하지 않았습니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이란 주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란 주민들 반응도 조금 회의적입니다.

경제의 기초, 이른바 펀더멘털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화폐에서 0을 몇 개 줄이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 이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란 시민 이야기 들어보시죠.

[바게리/테헤란 주민 : "0을 몇 개 없앴다고 바뀔 건 없습니다. 동전 다시 유통한다고 뭐가 바뀌나요. 환율을 낮춰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도 이란 물가는 올라가는 상황도 겪어봤잖아요."]

게다가 내년 3월이 이란 총선이어서 현 의회가 법안 심사에 적극 임하지 않는 것 아니냐, 이런 관측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 내부에서도 화폐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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