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생 홍콩 ‘반환둥이’들의 이유있는 반란

입력 2019.09.03 (08:14) 수정 2019.09.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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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현장에 등장한 이 붉은 깃발 한 번 보시죠.

중국 오성홍기를 독일 나치에 빗댄 '차이나치' 깃발입니다.

중국 정부를 독재자 히틀러의 나치 시대에 비유한 건데, 홍콩 시민들 분노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홍콩 경찰도 진압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낙인찍기 위해 파란 물감이 섞인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양측은 급기야 지하철에서도 충돌했습니다.

시민들 SNS상으로 퍼진 영상에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담겨 있는데요.

지하철 역사로 진입한 홍콩 특수부대 '랩터스' 시민들을 향해 최루액을 발사하며 곤봉을 휘두릅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지하철 칸에서 시민들은 우산을 펼쳐 저항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부러진 우산들이 나뒹굴고, 최루액에 젖은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오열했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건 앳된 모습의 10대 소년입니다.

머리 쪽 상처에서 쏟아진 피로 옷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9월 2일은 홍콩 중고등학생들에겐 두 달간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이었습니다만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시위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른바 3파 투쟁 가운데 수업 거부, 즉 '파과' (罷課)에 해당합니다.

학생들은 범죄인 인도법안, 일명 송환법 완전 철폐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 '파과'를 이어간단 계획입니다.

[이얀/중학교 3학년 학생 : "홍콩 정부는 피하지 말고 우리 요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보신 것처럼 지금의 홍콩 시위엔 10대와 20대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반환둥이 세대'로 불립니다.

홍콩이 영국의 100년통치를 끝내고 중국에 반환된 1997년 7월 이후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03년 사스(SARS)가 유행해 등교할 때마다 체온을 쟀습니다.

지금 시위 때처럼 그때도 마스크를 썼습니다.

2009년엔 신종플루가 강타해 예정됐던 졸업파티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로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시위대의 한축이 바로 당시 10대였던 반환둥이였습니다.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시작으로 불리는 2014년 우산혁명을 거쳐 2019년 현재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 됐습니다.

이들이 맞서고 있는 직접적인 상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입니다.

그녀가 2년 전 선거에 나서면서 썼던 구호가 ‘We Connect(우리는 연결된다)’ 였는데요,

연령을 불문하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 사이에선 캐리 람 덕분에 우리가'연결됐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돌고 있습니다.

[카먼 : "캐리람 행정장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러 나왔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목숨까지 걸며 시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다름 아닌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입니다.

한 국가 두 체제 '일국 양제', 비록 국가적으로는 중국에 속해 있지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쉽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홍콩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 시민의 63%는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홍콩인이다'라는 그들의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홍콩 민주화 운동의 본질적 동력인 셈입니다.

반환 이후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밀려오는 중국의 모래 바람을 향해 그들은 달랑 우산과 소셜미디어로 맞서고 있습니다.

힘에 부치긴 하지만 이들 '우산 연대'는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를 막아내고, 소셜미디어는 자유의 외침을 전 세계에 타전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들의 시선이 온통 송환법에 쏠려있는 듯 보이지만 멀게는 2047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국양제가 유지되는 기한이 바로 2047년입니다.

이 때 투표로 홍콩의 미래를 결정하자는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이 때면 반환둥이들도 50대로 접어듭니다.

우리처럼 홍콩도 13일이 추석입니다.

시위대는 이날까지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바로 이 13일까지가 이번 홍콩 사태의 또 다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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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생 홍콩 ‘반환둥이’들의 이유있는 반란
    • 입력 2019-09-03 08:18:43
    • 수정2019-09-03 08:57:30
    아침뉴스타임
홍콩 시위 현장에 등장한 이 붉은 깃발 한 번 보시죠.

중국 오성홍기를 독일 나치에 빗댄 '차이나치' 깃발입니다.

중국 정부를 독재자 히틀러의 나치 시대에 비유한 건데, 홍콩 시민들 분노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홍콩 경찰도 진압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낙인찍기 위해 파란 물감이 섞인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양측은 급기야 지하철에서도 충돌했습니다.

시민들 SNS상으로 퍼진 영상에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담겨 있는데요.

지하철 역사로 진입한 홍콩 특수부대 '랩터스' 시민들을 향해 최루액을 발사하며 곤봉을 휘두릅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지하철 칸에서 시민들은 우산을 펼쳐 저항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부러진 우산들이 나뒹굴고, 최루액에 젖은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오열했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건 앳된 모습의 10대 소년입니다.

머리 쪽 상처에서 쏟아진 피로 옷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9월 2일은 홍콩 중고등학생들에겐 두 달간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이었습니다만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시위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른바 3파 투쟁 가운데 수업 거부, 즉 '파과' (罷課)에 해당합니다.

학생들은 범죄인 인도법안, 일명 송환법 완전 철폐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 '파과'를 이어간단 계획입니다.

[이얀/중학교 3학년 학생 : "홍콩 정부는 피하지 말고 우리 요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보신 것처럼 지금의 홍콩 시위엔 10대와 20대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반환둥이 세대'로 불립니다.

홍콩이 영국의 100년통치를 끝내고 중국에 반환된 1997년 7월 이후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03년 사스(SARS)가 유행해 등교할 때마다 체온을 쟀습니다.

지금 시위 때처럼 그때도 마스크를 썼습니다.

2009년엔 신종플루가 강타해 예정됐던 졸업파티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로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시위대의 한축이 바로 당시 10대였던 반환둥이였습니다.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시작으로 불리는 2014년 우산혁명을 거쳐 2019년 현재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 됐습니다.

이들이 맞서고 있는 직접적인 상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입니다.

그녀가 2년 전 선거에 나서면서 썼던 구호가 ‘We Connect(우리는 연결된다)’ 였는데요,

연령을 불문하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 사이에선 캐리 람 덕분에 우리가'연결됐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돌고 있습니다.

[카먼 : "캐리람 행정장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러 나왔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목숨까지 걸며 시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다름 아닌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입니다.

한 국가 두 체제 '일국 양제', 비록 국가적으로는 중국에 속해 있지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쉽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홍콩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 시민의 63%는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홍콩인이다'라는 그들의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홍콩 민주화 운동의 본질적 동력인 셈입니다.

반환 이후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밀려오는 중국의 모래 바람을 향해 그들은 달랑 우산과 소셜미디어로 맞서고 있습니다.

힘에 부치긴 하지만 이들 '우산 연대'는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를 막아내고, 소셜미디어는 자유의 외침을 전 세계에 타전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들의 시선이 온통 송환법에 쏠려있는 듯 보이지만 멀게는 2047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국양제가 유지되는 기한이 바로 2047년입니다.

이 때 투표로 홍콩의 미래를 결정하자는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이 때면 반환둥이들도 50대로 접어듭니다.

우리처럼 홍콩도 13일이 추석입니다.

시위대는 이날까지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바로 이 13일까지가 이번 홍콩 사태의 또 다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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