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 ‘스펙 품앗이’ 조국으로 드러나나

입력 2019.09.04 (08:06) 수정 2019.09.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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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란 단어가 요즘 다시 화젭니다.

스펙(spec)은 열거, 자세한 설명서 등의 뜻을 가진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줄임말입니다만, 한국에서는 입시 혹은 취업지원자가 갖춘 자격이나 경력을 뜻하는 말로 변했습니다.

대입을 위한 스펙은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자동봉진'으로 요약됩니다.

수시 전형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에 가급적 좋은 내용을 가급적 많이 넣기 위해선 이런 다양한 스펙을 확보해야 합니다.

최근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 논란을 거치며 이 스펙이란 용어에 단어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품앗이입니다.

모내기나 추수철 등 바쁜 농번기에 서로의 일손을 나누는데서 유래한 말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스펙의 주체가 학생에서 학부모로 바뀝니다.

'스펙 품앗이' 한마디로 자녀들 스펙 쌓기를 위해 부모들간에 이뤄지는 상부상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최근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 스펙 품앗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분 어제 검찰에 전격 소환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숩니다.

장 교수 아들과 조 후보자의 딸은 같은 한영외고 유학반 출신입니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1학년이던 2007년 장 교수 밑에서 인턴을 하면서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립니다.

이후 장 교수 아들은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참여한 인턴십은 한영외고가 운영한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학교측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협력해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단국대 측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 후보자 딸이 참여했다는 인턴 프로그램은 대학병원 차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닌 교원 개인이 진행한 비공식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근거로 장 교수와 조 후보자가 자녀들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품앗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조 후보자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장 교수와 연락 한 번 한 적 없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습니다.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그제 : "저나 그 어느 누구도 연락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논문 과정에서도 제가 그 교수님께 또는 저희 가족 어느 누구도 연락드린 바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간담회가 끝나기 무섭게 장 교수 소환에 들어갔고, 장 교수를 상대로 조 씨의 딸을 제1저자로 등재한 경위,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나 민감한 '입시' 즉 교육개혁은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을 표방하며 모든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사안이었습니다.

수능 점수로 줄 세우는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까지 함께 보겠다며 수시 전형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을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은 76%에 이릅니다.

그 중 학생부종합전형, 일명 '학종' 비중은 25%에 육박합니다.

세칭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전체 입학생의 57%를 학종으로 선발합니다.

말씀드린대로 학종의 핵심은 학생부와 교내·교외활동 등 소위 스펙입니다.

문제는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다 보니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가 불공정한 과정으로 관련 스펙을 형성해 입시를 치르는 일들이 빈번해졌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단식으로 뛰어야 하는 경기에 부모와 복식으로 출전해도 반칙이 아닌, 이상한 게임의 룰이 등장한 셈입니다.

물론 끝까지 양심을 지킨 이들도 많지만 인맥과 경제력 있는 부모들은 결국 '스펙 품앗이'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논문 1저자' 같은 과잉 스펙이 넘쳐났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수저 전형 학종 폐지하라'부터 스펙 품앗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절차적 불법성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불법성 여부를 떠나 조 후보자가 말했던 공정과 정의를 향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는 별개로, 후보자가 대한민국 교육계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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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문만 무성 ‘스펙 품앗이’ 조국으로 드러나나
    • 입력 2019-09-04 08:07:32
    • 수정2019-09-04 08: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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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란 단어가 요즘 다시 화젭니다.

스펙(spec)은 열거, 자세한 설명서 등의 뜻을 가진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줄임말입니다만, 한국에서는 입시 혹은 취업지원자가 갖춘 자격이나 경력을 뜻하는 말로 변했습니다.

대입을 위한 스펙은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자동봉진'으로 요약됩니다.

수시 전형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에 가급적 좋은 내용을 가급적 많이 넣기 위해선 이런 다양한 스펙을 확보해야 합니다.

최근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 논란을 거치며 이 스펙이란 용어에 단어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품앗이입니다.

모내기나 추수철 등 바쁜 농번기에 서로의 일손을 나누는데서 유래한 말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스펙의 주체가 학생에서 학부모로 바뀝니다.

'스펙 품앗이' 한마디로 자녀들 스펙 쌓기를 위해 부모들간에 이뤄지는 상부상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최근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 스펙 품앗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분 어제 검찰에 전격 소환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숩니다.

장 교수 아들과 조 후보자의 딸은 같은 한영외고 유학반 출신입니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1학년이던 2007년 장 교수 밑에서 인턴을 하면서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립니다.

이후 장 교수 아들은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참여한 인턴십은 한영외고가 운영한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학교측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협력해 학생들의 전문성 함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단국대 측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 후보자 딸이 참여했다는 인턴 프로그램은 대학병원 차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닌 교원 개인이 진행한 비공식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근거로 장 교수와 조 후보자가 자녀들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품앗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조 후보자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장 교수와 연락 한 번 한 적 없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습니다.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그제 : "저나 그 어느 누구도 연락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논문 과정에서도 제가 그 교수님께 또는 저희 가족 어느 누구도 연락드린 바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간담회가 끝나기 무섭게 장 교수 소환에 들어갔고, 장 교수를 상대로 조 씨의 딸을 제1저자로 등재한 경위,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나 민감한 '입시' 즉 교육개혁은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을 표방하며 모든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사안이었습니다.

수능 점수로 줄 세우는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까지 함께 보겠다며 수시 전형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을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은 76%에 이릅니다.

그 중 학생부종합전형, 일명 '학종' 비중은 25%에 육박합니다.

세칭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전체 입학생의 57%를 학종으로 선발합니다.

말씀드린대로 학종의 핵심은 학생부와 교내·교외활동 등 소위 스펙입니다.

문제는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다 보니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가 불공정한 과정으로 관련 스펙을 형성해 입시를 치르는 일들이 빈번해졌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단식으로 뛰어야 하는 경기에 부모와 복식으로 출전해도 반칙이 아닌, 이상한 게임의 룰이 등장한 셈입니다.

물론 끝까지 양심을 지킨 이들도 많지만 인맥과 경제력 있는 부모들은 결국 '스펙 품앗이'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논문 1저자' 같은 과잉 스펙이 넘쳐났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수저 전형 학종 폐지하라'부터 스펙 품앗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절차적 불법성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불법성 여부를 떠나 조 후보자가 말했던 공정과 정의를 향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는 별개로, 후보자가 대한민국 교육계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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