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을 넘어 관광대국으로”…카자흐스탄의 도전

입력 2019.09.07 (22:11) 수정 2019.09.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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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넒은 면적과 천혜의 자연을 자랑합니다.

이런 카자스흐탄이 최근 독재체제의 해체를 계기로 관광대국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이슬람 유적과 다채로운 자연을 관광상품으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김수연 순회특파원이 카자흐스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은 평야에 우뚝 서 있는 건축물.

높이 38미터에 이르는 이 건축물은 12세기 이슬람의 종교적 지도자인 아흐메드 야사위를 모신 영묘입니다.

신전을 짓던 지도자가 사망한 후 미완성으로 남겨진 건물은 6백여 년 동안 카자흐스탄 남부 투르키스탄 지역의 중심을 지켜왔습니다.

이슬람 인구가 전체의 70%인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 영묘를 정신적 고향이라고 부릅니다.

[루스템 예겐베르디예프/카자흐스탄, 심켄트시 : "많은 가족들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순례를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에 와서 우리의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면 운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묘는 중세 페르시아 건축의 기술력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연간 백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이곳 영묘를 중심으로 투르키스탄 지역의 유적지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야스위 영묘에서 차로 10분을 가면 실크로드를 따라 만들어졌던 오트라르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원후 1세기에서 15세기까지의 유적들이 발굴됐습니다.

유적에 직접 올라 보고, 만지며 천년의 세월을 느낍니다.

["안녕하세요.우리 카자흐스탄이 괜찮아요."]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곳도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고대 실크로드 유적들이 밀집한 투르키스탄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누르키사 다우에쇼프/문화스포츠부 차관 : "오트라르 유적을 유네스코에 지원하려고 모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기준에 맞춰서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관광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필요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붕괴 후 독립한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장기 집권해왔습니다.

시민 사회의 민주주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나자바예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격 사임했고, 2대 토카예프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았습니다.

[조심-조마르트 토카예프/카자흐스탄 대통령/지난 6월, 취임식 :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대통령의 의무들을 양심적으로 수행할 것을 (선서합니다)."]

하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연장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

토카예프 정권은 이런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관광 산업 활성화에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경제 부흥은 물론 '소련 출신의 독재 국가'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악토티 라임쿨로바/문화스포츠부 장관 : "관광객들이 문화 관광, 스포츠 관광,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신성한 장소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카자흐스탄은 이런 장소들이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올해부터 관광 산업 활성화 7년 계획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해외 관광객은 한 해 백만 명 수준, 주요 관광지 10곳의 방문객은 10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를 최대 30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핵심적인 관광 자원은 우리나라의 25배가 넘는 넓은 땅에 펼쳐진 다채로운 대자연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시 동쪽으로 뻗어있는 '차린 캐니언'...

그랜드캐니언과 꼭 닮아 '작은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립니다.

중앙아시아 한복판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식생을 볼 수 있습니다.

[아사기리 유키에/일본, 사이타마 : "같은 자연이라고 해도 일본이나 동아시아에는 없는 자연이라서 정말로 아름다워요. 그리고 그 자연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은 쉽게 하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알마티 시 남쪽으로 가보면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광활한 산맥이 펼쳐지고, 산 속 깊은 곳엔 에메랄드 빛 '빅 알마티 호수'가 숨어있습니다.

최대 길이 1.6km로 한 번에 카메라에 담기도 힘듭니다.

겨울엔 스키와 스케이트 등 동계 스포츠를, 여름엔 맑고 깨끗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콘스탄틴 말라닌/러시아, 모스크바 : "알마티에 두번째 왔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산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여행이었는데요, 이번엔 산으로 가서 한주 동안 지내보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처럼 각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관광지를 개발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부가세를 되돌려주고 무비자 방문 국가를 늘리는 등 경제적 유인책도 마련중입니다.

문제는 기반 시설입니다.

주요 도심에서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낙후됐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도 부족합니다.

또, 새로운 대통령을 선거로 뽑았지만, 민주주의의 정착까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

사회 곳곳에 여전히 전근대적인 문화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토카예프 정부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와 풍요로운 자원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순차적(step by step)' 발전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옛 소련의 유산을 넘어 현대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천혜의 자연을 내세워 관광대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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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소련을 넘어 관광대국으로”…카자흐스탄의 도전
    • 입력 2019-09-07 22:41:55
    • 수정2019-09-08 08:25:0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넒은 면적과 천혜의 자연을 자랑합니다.

이런 카자스흐탄이 최근 독재체제의 해체를 계기로 관광대국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이슬람 유적과 다채로운 자연을 관광상품으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김수연 순회특파원이 카자흐스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은 평야에 우뚝 서 있는 건축물.

높이 38미터에 이르는 이 건축물은 12세기 이슬람의 종교적 지도자인 아흐메드 야사위를 모신 영묘입니다.

신전을 짓던 지도자가 사망한 후 미완성으로 남겨진 건물은 6백여 년 동안 카자흐스탄 남부 투르키스탄 지역의 중심을 지켜왔습니다.

이슬람 인구가 전체의 70%인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 영묘를 정신적 고향이라고 부릅니다.

[루스템 예겐베르디예프/카자흐스탄, 심켄트시 : "많은 가족들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순례를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에 와서 우리의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면 운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묘는 중세 페르시아 건축의 기술력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연간 백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이곳 영묘를 중심으로 투르키스탄 지역의 유적지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야스위 영묘에서 차로 10분을 가면 실크로드를 따라 만들어졌던 오트라르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원후 1세기에서 15세기까지의 유적들이 발굴됐습니다.

유적에 직접 올라 보고, 만지며 천년의 세월을 느낍니다.

["안녕하세요.우리 카자흐스탄이 괜찮아요."]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곳도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고대 실크로드 유적들이 밀집한 투르키스탄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누르키사 다우에쇼프/문화스포츠부 차관 : "오트라르 유적을 유네스코에 지원하려고 모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기준에 맞춰서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관광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필요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붕괴 후 독립한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장기 집권해왔습니다.

시민 사회의 민주주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나자바예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격 사임했고, 2대 토카예프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았습니다.

[조심-조마르트 토카예프/카자흐스탄 대통령/지난 6월, 취임식 :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대통령의 의무들을 양심적으로 수행할 것을 (선서합니다)."]

하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연장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

토카예프 정권은 이런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관광 산업 활성화에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경제 부흥은 물론 '소련 출신의 독재 국가'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악토티 라임쿨로바/문화스포츠부 장관 : "관광객들이 문화 관광, 스포츠 관광,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신성한 장소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카자흐스탄은 이런 장소들이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올해부터 관광 산업 활성화 7년 계획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해외 관광객은 한 해 백만 명 수준, 주요 관광지 10곳의 방문객은 10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를 최대 30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핵심적인 관광 자원은 우리나라의 25배가 넘는 넓은 땅에 펼쳐진 다채로운 대자연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시 동쪽으로 뻗어있는 '차린 캐니언'...

그랜드캐니언과 꼭 닮아 '작은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립니다.

중앙아시아 한복판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식생을 볼 수 있습니다.

[아사기리 유키에/일본, 사이타마 : "같은 자연이라고 해도 일본이나 동아시아에는 없는 자연이라서 정말로 아름다워요. 그리고 그 자연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은 쉽게 하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알마티 시 남쪽으로 가보면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광활한 산맥이 펼쳐지고, 산 속 깊은 곳엔 에메랄드 빛 '빅 알마티 호수'가 숨어있습니다.

최대 길이 1.6km로 한 번에 카메라에 담기도 힘듭니다.

겨울엔 스키와 스케이트 등 동계 스포츠를, 여름엔 맑고 깨끗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콘스탄틴 말라닌/러시아, 모스크바 : "알마티에 두번째 왔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산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여행이었는데요, 이번엔 산으로 가서 한주 동안 지내보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처럼 각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관광지를 개발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부가세를 되돌려주고 무비자 방문 국가를 늘리는 등 경제적 유인책도 마련중입니다.

문제는 기반 시설입니다.

주요 도심에서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낙후됐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도 부족합니다.

또, 새로운 대통령을 선거로 뽑았지만, 민주주의의 정착까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

사회 곳곳에 여전히 전근대적인 문화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토카예프 정부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와 풍요로운 자원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순차적(step by step)' 발전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옛 소련의 유산을 넘어 현대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천혜의 자연을 내세워 관광대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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