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변호사 “징용소송 때 법원행정처에서 ‘소송 지휘’ 받았다”

입력 2019.09.19 (07:22) 수정 2019.09.1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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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측을 대리했던 변호사가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받았다는 아리송한 법정 증언을 했습니다.

어제(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출석한 강재징용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의 증언입니다.

재판부의 권한인 소송 지휘를 왜 엉뚱한 법원행정처가 했다는 걸까요?

증언의 의미를 김채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015년 5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상호 변호사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측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대화 주제는 한 변호사가 총괄하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실장에게 "강제징용 재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뒤집으려 했던 김앤장 입장에서, 전원합의체 회부는 판결 번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반길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임 실장은 이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려면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는 외교부의 공식적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김앤장 측이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는 촉구서를 대법원에 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는 게 한 변호사의 진술입니다.

한 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도 알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면서, "'소송 지휘'의 일환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주심 판사가 의아하다는 듯 "소송 지휘는 일반적으로 재판부가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한 변호사는 "소송대리인로서, 저는 기조실장의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을 '한몸'으로 봤다는 주장입니다.

한 변호사는 또 자신은 수동적으로 전화를 받은 것뿐이라며, "왜 그런 걸 알려 주는지", "제가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나와 있는 것"이라며 억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변호사의 말대로 김앤장이 '사법농단'에 어쩌다 끌려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적극 이용한 것인지는 더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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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앤장 변호사 “징용소송 때 법원행정처에서 ‘소송 지휘’ 받았다”
    • 입력 2019-09-19 07:25:11
    • 수정2019-09-19 07: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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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측을 대리했던 변호사가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받았다는 아리송한 법정 증언을 했습니다.

어제(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출석한 강재징용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의 증언입니다.

재판부의 권한인 소송 지휘를 왜 엉뚱한 법원행정처가 했다는 걸까요?

증언의 의미를 김채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015년 5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상호 변호사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측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대화 주제는 한 변호사가 총괄하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실장에게 "강제징용 재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뒤집으려 했던 김앤장 입장에서, 전원합의체 회부는 판결 번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반길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임 실장은 이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려면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는 외교부의 공식적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김앤장 측이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는 촉구서를 대법원에 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는 게 한 변호사의 진술입니다.

한 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도 알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면서, "'소송 지휘'의 일환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주심 판사가 의아하다는 듯 "소송 지휘는 일반적으로 재판부가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한 변호사는 "소송대리인로서, 저는 기조실장의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을 '한몸'으로 봤다는 주장입니다.

한 변호사는 또 자신은 수동적으로 전화를 받은 것뿐이라며, "왜 그런 걸 알려 주는지", "제가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나와 있는 것"이라며 억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변호사의 말대로 김앤장이 '사법농단'에 어쩌다 끌려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적극 이용한 것인지는 더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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