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사건’ 국가배상 책임 인정…“중대 불법행위”

입력 2019.09.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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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에 휘말려 고문·불법수사 끝에 사형 집행 등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과 피해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사건이 조작된 지 37년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는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고(故) 최을호 씨 등 3명의 유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1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사형 당한 고 최을호 씨에게 위자료 23억 원을, 최 씨와 함께 기소됐던 조카 고 최낙교·낙전 씨에게는 각각 위자료 8억 원과 12억 원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사건으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은 유족 19명에게도 국가가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숨진) 피고인들뿐 아니라 그 배우자, 자녀들 또한 가족의 장기 구금과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간첩의 가족'이라는 오명 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벌어진 수사관과 검사들의 불법 연행·수사, 고문·가혹행위, 허위 증거를 기초로 한 기소는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한 특수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국가는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재심사유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점,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 등을 고려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 씨가 16년 전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온 뒤 조카인 최낙전·최낙교 씨를 간첩으로 포섭,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보고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는 거짓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최 씨 등은 1982년 8~9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기술자'로 불리던 이근안 경감 등에게 물 고문과 전기 고문, 잠 안재우기 고문을 받으며 허위 자백을 강요 당했습니다. 수사관들은 최낙교 씨가 북한의 지령을 듣는 데 사용했다는 금성 라디오 등을 압수했다며 증거를 꾸며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지검 공안부 정형근 검사(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은 최 씨 일가를 수사해 같은해 11월 최을호 씨와 조카 2명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가운데 최낙교 씨는 기소 1달여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건이 공소기각됐고, 최을호·최낙전 씨는 1983년 각각 사형과 징역 15년·자격정지 1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을호 씨는 이 판결이 확정된 지 1년 반 만에 사형됐고, 조카 최낙전 씨는 1991년 가석방됐지만 출소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이 사건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조작됐다며 2014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017년 6월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지난해 1월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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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사건’ 국가배상 책임 인정…“중대 불법행위”
    • 입력 2019-09-24 22:04:51
    사회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에 휘말려 고문·불법수사 끝에 사형 집행 등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과 피해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사건이 조작된 지 37년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는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고(故) 최을호 씨 등 3명의 유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1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사형 당한 고 최을호 씨에게 위자료 23억 원을, 최 씨와 함께 기소됐던 조카 고 최낙교·낙전 씨에게는 각각 위자료 8억 원과 12억 원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사건으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은 유족 19명에게도 국가가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숨진) 피고인들뿐 아니라 그 배우자, 자녀들 또한 가족의 장기 구금과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간첩의 가족'이라는 오명 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벌어진 수사관과 검사들의 불법 연행·수사, 고문·가혹행위, 허위 증거를 기초로 한 기소는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한 특수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국가는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재심사유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점,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 등을 고려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 씨가 16년 전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온 뒤 조카인 최낙전·최낙교 씨를 간첩으로 포섭,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보고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는 거짓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최 씨 등은 1982년 8~9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기술자'로 불리던 이근안 경감 등에게 물 고문과 전기 고문, 잠 안재우기 고문을 받으며 허위 자백을 강요 당했습니다. 수사관들은 최낙교 씨가 북한의 지령을 듣는 데 사용했다는 금성 라디오 등을 압수했다며 증거를 꾸며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지검 공안부 정형근 검사(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은 최 씨 일가를 수사해 같은해 11월 최을호 씨와 조카 2명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가운데 최낙교 씨는 기소 1달여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건이 공소기각됐고, 최을호·최낙전 씨는 1983년 각각 사형과 징역 15년·자격정지 1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을호 씨는 이 판결이 확정된 지 1년 반 만에 사형됐고, 조카 최낙전 씨는 1991년 가석방됐지만 출소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이 사건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조작됐다며 2014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017년 6월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지난해 1월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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