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연 고유정 “성폭행 참았다면 살인마 안 됐을텐데”

입력 2019.09.30 (15:36) 수정 2019.09.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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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처음 입을 연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이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참았다면 지금처럼 살인마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발적 살인을 거듭 강조하며 검찰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오늘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고유정은 여전히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호송차에서 내렸지만, 법정에서는 머리카락을 올린 채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입장했습니다. 고유정이 직접 진술에 나선 건 재판이 시작된 뒤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자리에서 고유정은 8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를 꺼내 울먹거리며 낭독했습니다. 고유정은 먼저 "사건이 발생한 뒤 지금 이 순간까지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참하고 암흑 같은 현실 속에서 당장이라도 죽어 없어지는 것이 낫겠다 싶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고유정은 범행이 일어난 펜션까지 전 남편과 동행한 부분에 대해 "(전 남편이)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설 줄 몰랐는데, 아이가 함께 가자고 해 아이를 안고 차 조수석에 탄 것"이라며 "셋이 함께 앉아서 카레로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사람(전남편)은 약속이 있다며 먹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고유정 이어 "아이가 방 안에 있는 동안, 싱크대에서 수박을 씻고 있었는데 전 남편이 뒤에 바짝 다가와서 나의 가슴과 허리를 만졌다"며 성폭행 시도가 지속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숨진 전남편의 남동생은 이 얘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고 소리쳐 법정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유정은 "제가 말하는 건 다 진실"이라면서 울먹이며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성폭행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전 남편이 휘두른 칼에 손이 베였고, 칼을 빼앗아 전남편을 찌르게 됐다는 게 고유정의 주장입니다.

고유정은 "다음날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고민하다 지난해 가을에 산 물건이 트렁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미친 행위까지 이르게 됐다"며 "청주에서 경찰관에게 '왜요 내가 당했는데?'라고 순간적으로 말을 내뱉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죽게 했다는 원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저지른 일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전 남편의 말을 따랐더라면 제가 세상에 살인마로 얘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빠 없이,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유정은 또 "교도소에서 뉴스를 봤는데 일상적인 모든 행동이 이 사건과 관련된 것처럼 이야기되는 게 너무 무섭다"며 "저는 카레에 졸피뎀을 넣은 적도 없는데 사실과 달리 과장돼 언론에 노출된 부분들로 처벌을 받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20분 동안 진행된 고유정의 진술이 끝난 뒤 검찰 측은 "수사 단계에서는 아예 진술을 거부하면서 밝히지 않았는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보고 진술을 추가해 각색한 부분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전 남편이 카레를 먹지 않았다고 했는데 당시 아이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허위 부분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수사한 충북지방경찰청은 고유정의 단독 살인사건으로 결론짓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오늘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충북경찰은 조사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 때처럼 의붓아들 사망 전날에 카레를 먹였고, 수면 유도제를 구입해 보관했던 점, 범행을 암시하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한 점, 의붓아들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잠들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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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30 15:36:48
    • 수정2019-09-30 15:38:39
    사회
재판에서 처음 입을 연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이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참았다면 지금처럼 살인마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발적 살인을 거듭 강조하며 검찰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오늘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고유정은 여전히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호송차에서 내렸지만, 법정에서는 머리카락을 올린 채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입장했습니다. 고유정이 직접 진술에 나선 건 재판이 시작된 뒤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자리에서 고유정은 8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를 꺼내 울먹거리며 낭독했습니다. 고유정은 먼저 "사건이 발생한 뒤 지금 이 순간까지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참하고 암흑 같은 현실 속에서 당장이라도 죽어 없어지는 것이 낫겠다 싶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고유정은 범행이 일어난 펜션까지 전 남편과 동행한 부분에 대해 "(전 남편이)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설 줄 몰랐는데, 아이가 함께 가자고 해 아이를 안고 차 조수석에 탄 것"이라며 "셋이 함께 앉아서 카레로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사람(전남편)은 약속이 있다며 먹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고유정 이어 "아이가 방 안에 있는 동안, 싱크대에서 수박을 씻고 있었는데 전 남편이 뒤에 바짝 다가와서 나의 가슴과 허리를 만졌다"며 성폭행 시도가 지속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숨진 전남편의 남동생은 이 얘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고 소리쳐 법정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유정은 "제가 말하는 건 다 진실"이라면서 울먹이며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성폭행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전 남편이 휘두른 칼에 손이 베였고, 칼을 빼앗아 전남편을 찌르게 됐다는 게 고유정의 주장입니다.

고유정은 "다음날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고민하다 지난해 가을에 산 물건이 트렁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미친 행위까지 이르게 됐다"며 "청주에서 경찰관에게 '왜요 내가 당했는데?'라고 순간적으로 말을 내뱉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죽게 했다는 원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저지른 일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전 남편의 말을 따랐더라면 제가 세상에 살인마로 얘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빠 없이,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유정은 또 "교도소에서 뉴스를 봤는데 일상적인 모든 행동이 이 사건과 관련된 것처럼 이야기되는 게 너무 무섭다"며 "저는 카레에 졸피뎀을 넣은 적도 없는데 사실과 달리 과장돼 언론에 노출된 부분들로 처벌을 받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20분 동안 진행된 고유정의 진술이 끝난 뒤 검찰 측은 "수사 단계에서는 아예 진술을 거부하면서 밝히지 않았는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보고 진술을 추가해 각색한 부분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전 남편이 카레를 먹지 않았다고 했는데 당시 아이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허위 부분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수사한 충북지방경찰청은 고유정의 단독 살인사건으로 결론짓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오늘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충북경찰은 조사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 때처럼 의붓아들 사망 전날에 카레를 먹였고, 수면 유도제를 구입해 보관했던 점, 범행을 암시하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한 점, 의붓아들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잠들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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