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은 자유”…한전 장병철 감독 ‘자율 배구 선언’

입력 2019.09.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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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경기 연속 패배, V리그 단 4승.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한국전력은 지난 4월 장병철 수석코치를 팀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전력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 중이다. 지난 시즌 대비 선수단의 절반 이상이 교체됐고,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뽑히는 가빈도 팀에 합류했다.

장병철 감독의 자율배구

장병철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한국전력 배구단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다수 감독이 새 시즌 목표로 가시적인 성적을 제시하기 마련이지만 장병철 감독은 무형의 변화를 내세우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부임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장병철 감독이 밝힌 변화는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장병철 감독은 기존 한국전력 팀의 딱딱하고 위계적인 문화를 바꾸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합숙 문제부터 손을 댔다. 합숙을 강요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훈련 시간만 잘 지킨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드시 지켜야 했던 아침 식사 자리 참가도 선수들 자유로 맡겼다.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하라고 해요. 자유롭게 배구하고, 자유롭게 훈련하고. 훈련 이외의 시간도 자유롭게 보내라고 하죠. 대신 '책임'만 지면 된다고 하죠."

장병철 감독은 자율 속 '책임'을 강조했다. 프로이기에 사소한 것마저 감독이 나서 터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프로이기에 실력으로 '책임'지면 된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도 장병철 감독은 오로지 자율 문화 정착 만을 강조했다. 올 시즌은 성적보단 팀의 기틀을 새로 잡겠다는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전력의 '자율배구'는 이번 시즌 V리그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까?

"성적은 장기적으로 보고 가려고요. 구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한국전력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화기애애해졌고,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려 하는 힘도 늘었고요."

한국전력은 '가빈전력'?

장병철 감독은 가빈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예전의 가빈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어느덧 한국 나이 서른넷. 장병철 감독은 프로 선수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가빈에게 예전 같은 파워풀한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뷰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는 참 잘 뽑은 것 같아요. 제 감독 생활 처음을 가빈과 함께 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죠."

7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 가빈은 그 사이 힘과 높이는 약해졌지만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팀에서 두 번째 선임자인 가빈은 자신 보다 열 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한국전력의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 1,100고지에서 진행된 고된 전지훈련에서도 가빈은 지친 동료들을 끝까지 챙기는 맏형 리더십을 보이기도 했다.

전성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가빈이지만 장병철 감독은 지금 가빈이 팀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한다.

"파워는 확실히 떨어졌지만,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힘만큼은 커진 것 같아요. 프로선수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있고요."

달라진 한국전력, 올해는 과연?

코보컵 1차전에서 한국전력은 상무에 세트스코어 3대 1 대패하며 불안한 시즌 시작을 알렸다. 팀 최다인 24점을 터뜨린 가빈은 여전히 위력적이었지만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아쉬웠다.

가빈은 끊임없이 어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기울어진 승부는 뒤집히지 않았다. 최근 선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기대가 컸다는 장병철 감독은 예상 밖의 결과에 당황함을 표했다.

"가빈 혼자서는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가빈 6명이 뛰었어도 이길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장병철 감독은 시즌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 따라가는 모습에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질책은 시합 때 많이 했으니 독려해줘야겠습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전력의 자율배구를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실업팀 상무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의 자율배구가 올 시즌 한국전력을 순위표 어디로 이끌지, 한국전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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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30 19: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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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경기 연속 패배, V리그 단 4승.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한국전력은 지난 4월 장병철 수석코치를 팀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전력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 중이다. 지난 시즌 대비 선수단의 절반 이상이 교체됐고,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뽑히는 가빈도 팀에 합류했다.

장병철 감독의 자율배구

장병철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한국전력 배구단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다수 감독이 새 시즌 목표로 가시적인 성적을 제시하기 마련이지만 장병철 감독은 무형의 변화를 내세우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부임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장병철 감독이 밝힌 변화는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장병철 감독은 기존 한국전력 팀의 딱딱하고 위계적인 문화를 바꾸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합숙 문제부터 손을 댔다. 합숙을 강요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훈련 시간만 잘 지킨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드시 지켜야 했던 아침 식사 자리 참가도 선수들 자유로 맡겼다.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하라고 해요. 자유롭게 배구하고, 자유롭게 훈련하고. 훈련 이외의 시간도 자유롭게 보내라고 하죠. 대신 '책임'만 지면 된다고 하죠."

장병철 감독은 자율 속 '책임'을 강조했다. 프로이기에 사소한 것마저 감독이 나서 터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프로이기에 실력으로 '책임'지면 된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도 장병철 감독은 오로지 자율 문화 정착 만을 강조했다. 올 시즌은 성적보단 팀의 기틀을 새로 잡겠다는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전력의 '자율배구'는 이번 시즌 V리그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까?

"성적은 장기적으로 보고 가려고요. 구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한국전력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화기애애해졌고,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려 하는 힘도 늘었고요."

한국전력은 '가빈전력'?

장병철 감독은 가빈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예전의 가빈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어느덧 한국 나이 서른넷. 장병철 감독은 프로 선수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가빈에게 예전 같은 파워풀한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뷰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는 참 잘 뽑은 것 같아요. 제 감독 생활 처음을 가빈과 함께 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죠."

7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 가빈은 그 사이 힘과 높이는 약해졌지만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팀에서 두 번째 선임자인 가빈은 자신 보다 열 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한국전력의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 1,100고지에서 진행된 고된 전지훈련에서도 가빈은 지친 동료들을 끝까지 챙기는 맏형 리더십을 보이기도 했다.

전성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가빈이지만 장병철 감독은 지금 가빈이 팀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한다.

"파워는 확실히 떨어졌지만,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힘만큼은 커진 것 같아요. 프로선수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있고요."

달라진 한국전력, 올해는 과연?

코보컵 1차전에서 한국전력은 상무에 세트스코어 3대 1 대패하며 불안한 시즌 시작을 알렸다. 팀 최다인 24점을 터뜨린 가빈은 여전히 위력적이었지만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아쉬웠다.

가빈은 끊임없이 어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기울어진 승부는 뒤집히지 않았다. 최근 선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기대가 컸다는 장병철 감독은 예상 밖의 결과에 당황함을 표했다.

"가빈 혼자서는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가빈 6명이 뛰었어도 이길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장병철 감독은 시즌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 따라가는 모습에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질책은 시합 때 많이 했으니 독려해줘야겠습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전력의 자율배구를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실업팀 상무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의 자율배구가 올 시즌 한국전력을 순위표 어디로 이끌지, 한국전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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