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이 오너 일가 수장고?…관리감독 허술

입력 2019.10.17 (21:46) 수정 2019.10.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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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익사업을 하겠다며 문화재단을 만든 재벌 기업들에,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죠.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재단이 상당수라지만, 실태조사 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연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7년 문을 연 한화문화재단의 미술관.

공익 목적 전시회를 하겠다고 설립된 곳인데, 입구엔 외부인 출입금지 팻말이 내걸렸습니다.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미술관) 공개는 안 돼 있어요. 전시회 하면 사람들 왔다갔다 해야하는 데 (거긴) 안 그렇거든요. 못 들어가요 제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닫힌 문 너머로 작고한 창업주 배우자가 기부했다는 도자기 등이 보이지만, 전시회는 개관 때 말고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운영관리비로 35억 원을 썼습니다.

[한화문화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창업주 사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기증하신 거예요. (이후에) 전시회를 해야 했는데 못한 건 사실이고요. 보완해서 하는 걸로 준비하다가 자금 마련이 쉽지가 않아 가지고."]

지난해 문을 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시민문화관.

2003년에 공익사업을 하겠다며, 그룹 창업주 자택과 주변 땅을 샀는데, 지난해에야 문화관을 만들었습니다.

증여세 등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대신 3년 안에 공익사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사실이 적발돼 국세청에 30여억 원을 추징당했습니다.

국세청이 지난해 대기업 문화재단 10곳의 이 같은 탈세 등을 적발해 추징한 액수만 195억 원입니다.

그런데도 관할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실태조사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주/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원 : "일부 문화재단의 지출내역을 보니, 탈세 창구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이거든요.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체부는 앞으로 각 문화재단의 사업보고서와 회계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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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단이 오너 일가 수장고?…관리감독 허술
    • 입력 2019-10-17 21:48:53
    • 수정2019-10-17 2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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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익사업을 하겠다며 문화재단을 만든 재벌 기업들에,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죠.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재단이 상당수라지만, 실태조사 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연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7년 문을 연 한화문화재단의 미술관.

공익 목적 전시회를 하겠다고 설립된 곳인데, 입구엔 외부인 출입금지 팻말이 내걸렸습니다.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 "(미술관) 공개는 안 돼 있어요. 전시회 하면 사람들 왔다갔다 해야하는 데 (거긴) 안 그렇거든요. 못 들어가요 제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닫힌 문 너머로 작고한 창업주 배우자가 기부했다는 도자기 등이 보이지만, 전시회는 개관 때 말고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운영관리비로 35억 원을 썼습니다.

[한화문화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창업주 사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기증하신 거예요. (이후에) 전시회를 해야 했는데 못한 건 사실이고요. 보완해서 하는 걸로 준비하다가 자금 마련이 쉽지가 않아 가지고."]

지난해 문을 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시민문화관.

2003년에 공익사업을 하겠다며, 그룹 창업주 자택과 주변 땅을 샀는데, 지난해에야 문화관을 만들었습니다.

증여세 등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대신 3년 안에 공익사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사실이 적발돼 국세청에 30여억 원을 추징당했습니다.

국세청이 지난해 대기업 문화재단 10곳의 이 같은 탈세 등을 적발해 추징한 액수만 195억 원입니다.

그런데도 관할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실태조사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주/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원 : "일부 문화재단의 지출내역을 보니, 탈세 창구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이거든요.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체부는 앞으로 각 문화재단의 사업보고서와 회계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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