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동맹에 배신당한 쿠르드족…‘트럼프 리스크’ 대비해야

입력 2019.10.19 (07:43) 수정 2019.10.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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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해설위원

중동의 집시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 쿠르드족이 연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수결정과 뒤이은 터키의 공격으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뒤늦게 개입해 터키가 닷새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우려해온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미군과 연합해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 국가 IS를 격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지난 5년에 걸친 IS와 전투에서 무려 만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은 쿠르드족을 최상의 파트너라고 극찬해왔습니다. 하지만 IS가 소멸되자 쿠르드족은 하루아침에 고립무원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이익이 안된다며 시리아 철수를 선언했고 이 기회를 틈타 터키가 쿠르드족 무장단체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터키는 자국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건설을 차단하기 위해 그동안 쿠르드족을 탄압해왔습니다.
미국에 헌신해온 쿠르드족을 트럼프 대통령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상황을 목격하며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중동의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냉혹한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언제든지 제 2의 쿠르드족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동맹의 가치를 저버리고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외교정책이라는 비판이 무성합니다.

이런 점에서 쿠르드족의 비운이 먼 나라 중동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 입니다.한반도 안보를 미군에 크게 의지하고 북한 핵문제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문제나 연합훈련, 통상 협상 과정에서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보다는 돈 문제가 최우선이었습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외교안보 환경을 위협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치밀한 대비가 필요해보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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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동맹에 배신당한 쿠르드족…‘트럼프 리스크’ 대비해야
    • 입력 2019-10-19 07:46:10
    • 수정2019-10-19 07: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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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해설위원

중동의 집시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 쿠르드족이 연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수결정과 뒤이은 터키의 공격으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뒤늦게 개입해 터키가 닷새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우려해온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미군과 연합해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 국가 IS를 격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지난 5년에 걸친 IS와 전투에서 무려 만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은 쿠르드족을 최상의 파트너라고 극찬해왔습니다. 하지만 IS가 소멸되자 쿠르드족은 하루아침에 고립무원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이익이 안된다며 시리아 철수를 선언했고 이 기회를 틈타 터키가 쿠르드족 무장단체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터키는 자국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건설을 차단하기 위해 그동안 쿠르드족을 탄압해왔습니다.
미국에 헌신해온 쿠르드족을 트럼프 대통령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상황을 목격하며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중동의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냉혹한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언제든지 제 2의 쿠르드족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동맹의 가치를 저버리고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외교정책이라는 비판이 무성합니다.

이런 점에서 쿠르드족의 비운이 먼 나라 중동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 입니다.한반도 안보를 미군에 크게 의지하고 북한 핵문제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문제나 연합훈련, 통상 협상 과정에서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보다는 돈 문제가 최우선이었습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외교안보 환경을 위협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치밀한 대비가 필요해보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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