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50원’ 때문에 흔들리는 칠레

입력 2019.10.22 (10:47) 수정 2019.10.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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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사회 혼란을 불러온 발단이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 때문이라는데요.

자세한 내막,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칠레 산티아고의 한 지하철역으로 학생들 수백 여명이 달려들어 갑니다.

개찰구를 뛰어넘어 무임승차를 하고, 한편에선 개찰구 문을 아예 부수기까지 하는데요.

["돈을 내지 않겠다! 싸울 다른 방법은 없다!"]

학생들은 지하철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칠레 정부가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우리 돈 1천328원에서 1천378원으로 50원 가량 전격 인상한 것이 발단이었는데요.

[산티아고 시민 : "정부가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젊은 학생들이 나와서 시위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임금은 안 오르고, 요금만 올랐으니까요."]

시위는 지난 주말 칠레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고, 지하철 운행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로드리고 어빌라/내무부 차관 : "매일 300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시위대 측정 이래 가장 많은 150여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칠레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도시 곳곳에 무장병력을 배치하고,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는데요.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비상사태 선포는 공공질서를 보장하고, 산티아고시 주민들의 평온을 보장하며, 공공과 민간 자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강경 조치에 시위는 오히려 더 격렬해졌습니다.

지하철 역사와 버스를 불태우는 등 방화가 잇따랐고, 곳곳에서 슈퍼마켓 약탈도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하는 등 폭력적 진압으로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혼란이 계속되자 칠레 정부는 요금 인상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지하철 요금 인상을 중단하겠습니다. 법의 신속한 승인 절차를 진행할 겁니다."]

사실 이번 지하철 요금 인상은 큰 폭의 오름세는 아닙니다.

채 4%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인데요.

그럼에도 대중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 언론들은 지하철 요금 인상은 단지 기폭제였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기저에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같은 오랜 불만이 깔려있었다는 건데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에선 상위 1%의 부자들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위 50%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2.1%에 불과합니다.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자리잡는 듯 보였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깊어만 가고 있었던 건데요.

지금 이 순간, 칠레의 시위를 잠재울 해법은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강경 대처가 아닌, 진심으로 서민들을 생각하는 정책의 전환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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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50원’ 때문에 흔들리는 칠레
    • 입력 2019-10-22 10:47:28
    • 수정2019-10-22 11:15:04
    지구촌뉴스
[앵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사회 혼란을 불러온 발단이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 때문이라는데요.

자세한 내막,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칠레 산티아고의 한 지하철역으로 학생들 수백 여명이 달려들어 갑니다.

개찰구를 뛰어넘어 무임승차를 하고, 한편에선 개찰구 문을 아예 부수기까지 하는데요.

["돈을 내지 않겠다! 싸울 다른 방법은 없다!"]

학생들은 지하철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칠레 정부가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우리 돈 1천328원에서 1천378원으로 50원 가량 전격 인상한 것이 발단이었는데요.

[산티아고 시민 : "정부가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젊은 학생들이 나와서 시위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임금은 안 오르고, 요금만 올랐으니까요."]

시위는 지난 주말 칠레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고, 지하철 운행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로드리고 어빌라/내무부 차관 : "매일 300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시위대 측정 이래 가장 많은 150여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칠레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도시 곳곳에 무장병력을 배치하고,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는데요.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비상사태 선포는 공공질서를 보장하고, 산티아고시 주민들의 평온을 보장하며, 공공과 민간 자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강경 조치에 시위는 오히려 더 격렬해졌습니다.

지하철 역사와 버스를 불태우는 등 방화가 잇따랐고, 곳곳에서 슈퍼마켓 약탈도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하는 등 폭력적 진압으로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혼란이 계속되자 칠레 정부는 요금 인상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지하철 요금 인상을 중단하겠습니다. 법의 신속한 승인 절차를 진행할 겁니다."]

사실 이번 지하철 요금 인상은 큰 폭의 오름세는 아닙니다.

채 4%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인데요.

그럼에도 대중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 언론들은 지하철 요금 인상은 단지 기폭제였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기저에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같은 오랜 불만이 깔려있었다는 건데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에선 상위 1%의 부자들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위 50%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2.1%에 불과합니다.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자리잡는 듯 보였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깊어만 가고 있었던 건데요.

지금 이 순간, 칠레의 시위를 잠재울 해법은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강경 대처가 아닌, 진심으로 서민들을 생각하는 정책의 전환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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