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출구 없는 브렉시트…또 연기되나

입력 2019.10.24 (18:07) 수정 2019.10.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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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극적으로 EU와의 재협상이 타결됐지만 영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는데요,

이달 말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한을 또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남은 변수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 비준 어느 단계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건가요?

[기자]

네, 사실 합의안은 아직 승인투표까지 가지도 못 한 상태고요,

합의안 논의 전, 브렉시트 이행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존슨 총리가 이달 말 반드시 브렉시트를 이행하겠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죠,

31일 브렉시트를 하려면 지난 19일까지 EU와의 합의안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이례적으로 영국 하원이 37년 만에 토요일날 문을 열고 네 시간 넘게 토론했는데요,

강공에 나선 존슨 총리와 반격하는 야당이 격돌했습니다.

차례로 들어보시죠,

[보리스 존슨/영국 총리 : "더이상의 (브렉시트)연기는 의미 없고, 대가가 크며 대중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제레미 코빈/영국 노동당 대표 : "이 합의안은 가난한 지역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영국 국민 한 명당 연간 2천 파운드(약 3백만 원)을 부담하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투표도 못하고 끝났습니다.

브렉시트 이행법안부터 제정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먼저 통과됐기 때문인데요,

존슨 총리, 일단 법적 절차에 따라 EU에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달란 요청은 했지만 이번주 초, 다시 공세에 나섰습니다.

곧장 합의안 승인투표를 추진했지만 거부됐고 이후 브렉시트 이행법안과 함께 사흘 안에 처리하자는 계획안을 냈지만 하원이 부결시켰습니다.

[앵커]

그럼 EU와의 합의안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의회가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찬반을 가릴 정도로 의회 차원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 EU와 합의안 초안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영국 정부는 의회 승인에 기대를 모았거든요.

메이 전 총리때 EU와의 합의안이 두 번이나 부결됐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아일랜드섬의 하드 보더, 즉 영국과 함께 EU를 탈퇴하게 되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 통행, 통관 절차가 강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 이 부분이었는데요.

메이 전 총리의 안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기상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은 즉각 EU 관세동맹을 떠나지만 북아일랜드는 사실상 남겨두는 내용으로 EU와 합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란 비판이 있고요,

보수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까지 반대하면서 실제 표결을 했을 때 통과가 됐겠느냐, 이건 미지수입니다.

[앵커]

현 상황에서 31일 브렉시트는 어렵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예상 시나리오는 어떤 게 남아 있습니까?

[기자]

첫번째는 '노딜 브렉시트' 입니다.

의회의 합의안 비준에 실패했으니 아무 조건없이 EU를 탈퇴하는 거죠,

하지만 경제, 사회적 부담이 큰 만큼 영국도, EU도 원치 않기 때문에 이를 피할 걸로 보입니다.

EU회원국들이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승인하면, 31일 브렉시트는 무산되고요.

만약 EU가 거부할 경우 31일 '노딜' 브렉시트가 시행됩니다.

두번째는 야당 요구대로 의사일정을 재조정해서 이행 법안부터 절차를 밟는 것인데, 이것도 31일까지 마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세번째는 조기 총선인데요, EU가 노딜을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경우, 조기 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언급해왔고, 현 의회 구도에선 브렉시트 동력을 얻기 힘든 만큼 보수당 의석 확대를 호소할 걸로 보입니다.

노동당 역시 브렉시트 철회를 내세우며 지지자 결집에 나설 테고요, 연말까지 정국 혼란이 예상됩니다.

[앵커]

3년 넘게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여파도 만만치 않은데, 특히 경제적 영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가장 큰 우려는 투자 둔화입니다.

이달 초 영국은행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자산 가격, 외국인 자본 이동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고 평가습니다.

영국은행이 실시한 기업 대상 조사 결과, 최대 불확실성 요소 중 하나로 브렉시트를 꼽은 응답이 최근 55%를 넘었는데요.

2016년 브렉시트가 결정됐던 직후 응답 40%대 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EU 회원국 노동자 이탈로 인력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되고요,

특히 31일 임박해서는 상품의 유통기한이 짧은 농업이나 화훼업 등 피해가 나오는데요,

수확철을 놓친 사과 천여 톤이 버려졌고, 네덜란드에서 오전에 주문해서 12시간 뒤면 배달됐던 꽃도 대량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화훼업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크리스 울프/영국 켄트 화훼업자 : "재투자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어요, 합의냐, 합의없는 브렉시트냐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어떤 부담을 지게 될 지도 모르고요, 그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앵커]

지금 단계에선 유럽연합으로 공이 넘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브렉시트 연기를 받아들일까요?

[기자]

네, 27개국 회원국들이 논의중인데요, 일단 긍정적입니다.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을 비롯해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연기 승인을 촉구했고요,

다만 프랑스 등 장기간 연기엔 반대하는 나라들도 있어서 영국 요청대로 3개월 연기될 지 더 짧게 연기가 될 지는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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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출구 없는 브렉시트…또 연기되나
    • 입력 2019-10-24 18:14:27
    • 수정2019-10-24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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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극적으로 EU와의 재협상이 타결됐지만 영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는데요,

이달 말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한을 또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남은 변수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 비준 어느 단계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건가요?

[기자]

네, 사실 합의안은 아직 승인투표까지 가지도 못 한 상태고요,

합의안 논의 전, 브렉시트 이행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존슨 총리가 이달 말 반드시 브렉시트를 이행하겠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죠,

31일 브렉시트를 하려면 지난 19일까지 EU와의 합의안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이례적으로 영국 하원이 37년 만에 토요일날 문을 열고 네 시간 넘게 토론했는데요,

강공에 나선 존슨 총리와 반격하는 야당이 격돌했습니다.

차례로 들어보시죠,

[보리스 존슨/영국 총리 : "더이상의 (브렉시트)연기는 의미 없고, 대가가 크며 대중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제레미 코빈/영국 노동당 대표 : "이 합의안은 가난한 지역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영국 국민 한 명당 연간 2천 파운드(약 3백만 원)을 부담하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투표도 못하고 끝났습니다.

브렉시트 이행법안부터 제정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먼저 통과됐기 때문인데요,

존슨 총리, 일단 법적 절차에 따라 EU에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달란 요청은 했지만 이번주 초, 다시 공세에 나섰습니다.

곧장 합의안 승인투표를 추진했지만 거부됐고 이후 브렉시트 이행법안과 함께 사흘 안에 처리하자는 계획안을 냈지만 하원이 부결시켰습니다.

[앵커]

그럼 EU와의 합의안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의회가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찬반을 가릴 정도로 의회 차원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 EU와 합의안 초안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영국 정부는 의회 승인에 기대를 모았거든요.

메이 전 총리때 EU와의 합의안이 두 번이나 부결됐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아일랜드섬의 하드 보더, 즉 영국과 함께 EU를 탈퇴하게 되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 통행, 통관 절차가 강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 이 부분이었는데요.

메이 전 총리의 안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기상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은 즉각 EU 관세동맹을 떠나지만 북아일랜드는 사실상 남겨두는 내용으로 EU와 합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란 비판이 있고요,

보수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까지 반대하면서 실제 표결을 했을 때 통과가 됐겠느냐, 이건 미지수입니다.

[앵커]

현 상황에서 31일 브렉시트는 어렵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예상 시나리오는 어떤 게 남아 있습니까?

[기자]

첫번째는 '노딜 브렉시트' 입니다.

의회의 합의안 비준에 실패했으니 아무 조건없이 EU를 탈퇴하는 거죠,

하지만 경제, 사회적 부담이 큰 만큼 영국도, EU도 원치 않기 때문에 이를 피할 걸로 보입니다.

EU회원국들이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승인하면, 31일 브렉시트는 무산되고요.

만약 EU가 거부할 경우 31일 '노딜' 브렉시트가 시행됩니다.

두번째는 야당 요구대로 의사일정을 재조정해서 이행 법안부터 절차를 밟는 것인데, 이것도 31일까지 마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세번째는 조기 총선인데요, EU가 노딜을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경우, 조기 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언급해왔고, 현 의회 구도에선 브렉시트 동력을 얻기 힘든 만큼 보수당 의석 확대를 호소할 걸로 보입니다.

노동당 역시 브렉시트 철회를 내세우며 지지자 결집에 나설 테고요, 연말까지 정국 혼란이 예상됩니다.

[앵커]

3년 넘게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여파도 만만치 않은데, 특히 경제적 영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가장 큰 우려는 투자 둔화입니다.

이달 초 영국은행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자산 가격, 외국인 자본 이동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고 평가습니다.

영국은행이 실시한 기업 대상 조사 결과, 최대 불확실성 요소 중 하나로 브렉시트를 꼽은 응답이 최근 55%를 넘었는데요.

2016년 브렉시트가 결정됐던 직후 응답 40%대 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EU 회원국 노동자 이탈로 인력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되고요,

특히 31일 임박해서는 상품의 유통기한이 짧은 농업이나 화훼업 등 피해가 나오는데요,

수확철을 놓친 사과 천여 톤이 버려졌고, 네덜란드에서 오전에 주문해서 12시간 뒤면 배달됐던 꽃도 대량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화훼업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크리스 울프/영국 켄트 화훼업자 : "재투자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어요, 합의냐, 합의없는 브렉시트냐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어떤 부담을 지게 될 지도 모르고요, 그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앵커]

지금 단계에선 유럽연합으로 공이 넘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브렉시트 연기를 받아들일까요?

[기자]

네, 27개국 회원국들이 논의중인데요, 일단 긍정적입니다.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을 비롯해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연기 승인을 촉구했고요,

다만 프랑스 등 장기간 연기엔 반대하는 나라들도 있어서 영국 요청대로 3개월 연기될 지 더 짧게 연기가 될 지는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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