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北 ‘연말’ 압박…북미대화 연내 가능할까

입력 2019.10.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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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일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할 때 주로 등장하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지난 24일 담화를 내놓은 데 이어 사흘 만인 어제(2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다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두 담화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연말'이라는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계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분이 굳건하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이번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이 정상 간 친분을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연말을 넘기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둘 다 연말까지 미국이 해법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거친 입' 김영철의 귀환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8개월 만의 귀환입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책성으로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후 북미협상의 주도권도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며 사실상 협상에서 배제된 인물입니다.

김 부위원장이 낸 담화는 사흘 전 나온 김계관 고문의 담화보다 훨씬 강경했습니다. "북미 관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양 정상간의 친분관계 덕분이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미 관계 진전이 없는데 미국이 북한의 이런저런 조치를 외교성과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북한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북 적대정책에 더욱 발광하고 있다"고 거친 표현을 썼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담화를 내기도 한 만큼 현재 직접 협상에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기 북미협상의 얼굴로 불리던 김계관 고문이 미국을 어르는 듯한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사흘 만에, 군부 출신이자 '대미강경파'로 협상을 맡던 김 부위원장이 다시 강경한 어조의 담화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이 미국에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써가며 연말까지 새 해법을 내놓으라고 전방위 압박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대화 재개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난 23일 금강산관광지구 현지 지도. (사진 출처 :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난 23일 금강산관광지구 현지 지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北 금강산 시설 철거요구 '강수'…대외 메시지도

북한은 대미 압박과 함께 대남 압박 성격으로 보이는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지난 25일 남측 정부와 현대그룹에 통보한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가 그것입니다.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에서 금강산에 지은 시설들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고 지칭한다며 철거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금강산은 남북의 공유물도, 남북 관계의 상징도 아니다", "기존 금강산 관광사업은 선임자들의 매우 잘못된 대남의존 정책"이라며 남측을 꼬집어 비난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금강산을 매개로 남북 관계를 전환해보려던 남측에 대한 압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미국을 겨냥한 대외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금강산 현지 지도에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이 동행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겁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에 의지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 개발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면서, 미국을 향해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나서지 않으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북미, 연내 대화 가능?

북한의 이런 압박 전술에 미국은 어떻게 호응할까요? 북한이 원하는 연말 이전에 미국이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 연내 대화에 나서는 일이 일어날까요?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기영 위원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에 북한은 중대 결단을 시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말 안에 새로운 형태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도 어떻게든 화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도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북한 문제에 있어서 어떤 매듭을 지어야 된다는 시간적 압박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더 양보할 것인지 최종 결심한 것은 아닌 것같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연말까지는 무엇이든 결심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어떻게 결정 내리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잇따른 압박성 발언을 우려스럽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발광', '어리석은 망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연내 북미 실무회담 재개와 제3차 정상회담 개최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외교 당국은 김영철 부위원장 등 최근 북한의 잇따른 압박성 발언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대화의 모멘텀(동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북한이 실무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개최를 물밑에서 지원했던 스웨덴 외교 당국은 조만간 북한과 미국에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23일이 지난 현재, 북미 간에 별다른 대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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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조한 北 ‘연말’ 압박…북미대화 연내 가능할까
    • 입력 2019-10-28 17:20:07
    취재K
북한이 연일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할 때 주로 등장하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지난 24일 담화를 내놓은 데 이어 사흘 만인 어제(2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다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두 담화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연말'이라는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계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분이 굳건하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이번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이 정상 간 친분을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연말을 넘기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둘 다 연말까지 미국이 해법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거친 입' 김영철의 귀환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8개월 만의 귀환입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책성으로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후 북미협상의 주도권도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며 사실상 협상에서 배제된 인물입니다.

김 부위원장이 낸 담화는 사흘 전 나온 김계관 고문의 담화보다 훨씬 강경했습니다. "북미 관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양 정상간의 친분관계 덕분이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미 관계 진전이 없는데 미국이 북한의 이런저런 조치를 외교성과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북한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북 적대정책에 더욱 발광하고 있다"고 거친 표현을 썼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담화를 내기도 한 만큼 현재 직접 협상에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기 북미협상의 얼굴로 불리던 김계관 고문이 미국을 어르는 듯한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사흘 만에, 군부 출신이자 '대미강경파'로 협상을 맡던 김 부위원장이 다시 강경한 어조의 담화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이 미국에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써가며 연말까지 새 해법을 내놓으라고 전방위 압박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대화 재개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난 23일 금강산관광지구 현지 지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北 금강산 시설 철거요구 '강수'…대외 메시지도

북한은 대미 압박과 함께 대남 압박 성격으로 보이는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지난 25일 남측 정부와 현대그룹에 통보한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가 그것입니다.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에서 금강산에 지은 시설들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고 지칭한다며 철거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금강산은 남북의 공유물도, 남북 관계의 상징도 아니다", "기존 금강산 관광사업은 선임자들의 매우 잘못된 대남의존 정책"이라며 남측을 꼬집어 비난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금강산을 매개로 남북 관계를 전환해보려던 남측에 대한 압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미국을 겨냥한 대외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금강산 현지 지도에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이 동행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겁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에 의지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 개발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면서, 미국을 향해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나서지 않으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북미, 연내 대화 가능?

북한의 이런 압박 전술에 미국은 어떻게 호응할까요? 북한이 원하는 연말 이전에 미국이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 연내 대화에 나서는 일이 일어날까요?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기영 위원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에 북한은 중대 결단을 시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말 안에 새로운 형태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도 어떻게든 화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도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북한 문제에 있어서 어떤 매듭을 지어야 된다는 시간적 압박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더 양보할 것인지 최종 결심한 것은 아닌 것같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연말까지는 무엇이든 결심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어떻게 결정 내리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잇따른 압박성 발언을 우려스럽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발광', '어리석은 망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연내 북미 실무회담 재개와 제3차 정상회담 개최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외교 당국은 김영철 부위원장 등 최근 북한의 잇따른 압박성 발언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대화의 모멘텀(동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북한이 실무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개최를 물밑에서 지원했던 스웨덴 외교 당국은 조만간 북한과 미국에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23일이 지난 현재, 북미 간에 별다른 대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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